[연애의고수]⑨“사랑이 밥 먹여 주냐?”
[연애의고수]⑨“사랑이 밥 먹여 주냐?”
  • 북데일리
  • 승인 2007.03.1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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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사랑에 관한 명언은 ‘세고 셌다’. 헤어짐을 겪고 만신창이가 된 이들이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는 듣는 즉시 피가 되고 살이 된다. 가슴에 사무친 체험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이와는 별개로 최근 필자의 가슴을 제대로 친 이야기 하나.

“세상은 온통 사랑 천지고 사랑 타령은 천하도록 범람하고 있습니다. 씹다 버린 껌보다 더 흔하고 천한 게 사랑입니다. 껌은 입 안에라도 들어갔다 나오지만 사랑은 입술 끝에 매달려 침도 안 묻히고 별별 요사를 다 부립니다.” (박완서 ‘옳고도 아름다운 당신’ 중에서)

신랄한 비판에 괜스레 가슴이 찔렸다. 아마 대개의 독자 역시 그러하리라. 경범죄에도 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랑을 거리 곳곳에 뱉어낸 장본인이 바로 ‘우리’이기에.

필자가 늘 마음에 품고 다니는 조언도 있다. 실연의 상처에 허우적댈 때면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격으로 어머니가 던지는 말씀이다.

“사랑이 밥 먹여 주냐?”

사랑은 밥 먹여 준다

사랑, 밥 먹여 준다. 적어도 이 책에 따르면 그렇다. <넌, 꼬리가 몇 개니?>(무한. 2006)는 부자 남성을 ‘꼬시는’ 노하우를 전수하는 책. 하긴 부자만 만난다면 밥이 대수랴, 보석부터 운 좋으면 자동차에 집 한 채까지 줄줄이 소세지처럼 따라올 텐데. 그렇다면 답은 나왔다. 부자를 사랑하면 된다. 아니, 그가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면 된다.

내친 김에 비법이나 들어보자. 저자는 부자를 ‘사냥’하기 위해선 먼저 ‘소굴’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부자들과 자주 마주칠 수 있는 직업을 가지라는 것. 책에는 ▲백화점의 명품관 직원 ▲개인 비서 ▲스튜어디스 ▲고급 레스토랑 웨이트리스 ▲기자 등이 추천돼있다.

그 외에도 부자를 사로잡는 메이크업 법 등 갖은 전략이 제시돼 있지만 이하 생략. 적어봐야 손만 아플 뿐이다. 따라해 봤자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기도 하거니와, 몸치장에 열 올리다 보면 목적도 달성하기 전에 ‘거덜’나기 십상이겠다. 배 부르려다 배 곯는다는 말.

사랑은 밥 ‘안’ 먹여 준다

사랑, 밥 ‘안’ 먹여 준다.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다. 밥을 먹여주는 주체는 사랑인가, 사랑하는 상대인가. ‘말장난’이라고 해도 별 수 없다.

다음은 에세이 <사랑이 사랑에게>(예담. 2006)에 등장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연인과 헤어진 그는 어느 날 그녀와 자주 찾던 분식점을 찾았다.

“라면 하나 주세요. 오늘은 계란... 넣어... 아니, 넣지 말구요.”

그녀는 계란 풀어먹는 걸 싫어했다. 이제 자기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데, 여전히 그녀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게 사랑이다. 라면 하나 취향대로 먹지 못하는 것, 나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것, 내 배보다 상대 배를 먼저 채우는 것. 그러니 사랑하면 도리어 배가 고플 수밖에.

좀 더 솔직해져 보자. 사랑으로 가슴이 벅차 오른 시기에도 때가 되면 어김없이 배는 고파오지 않았는가. 상대가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르다는 건 입에 발린 거짓말. 그 이야기를 속삭이는 순간, 눈치 없이 꼬르륵 대는 배 때문에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한두 번쯤은 있을 게다.

밥을 먹여주든 안 먹여주든 그래도 사랑. 사랑을 하든 안 하든 배고프긴 매한가지. 그러니 연애도 이별도 ‘우리 밥은 먹고 합시다!’

(사진 = 반지인 시민기자)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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