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참혹한 이름, 이태원
[책속의 지식] 참혹한 이름, 이태원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7.14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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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 중에서

[북데일리] 문학평론가 이광호의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2014.난다)는 용산구를 테마로 쓴 산문집이다. 용산에 위치한 동네를 걸으며 보고 듣고 사색한 것들을 들려준다. 외국인, 외국 상품, 외국 문화의 집결지인 이태원에 대한 소개는 아프게 다가온다.

 ‘이태원이라는 이름의 역사는 놀랄 만큼 참혹하다. 이태원梨泰院이라는 이름은 조선 효종 때 이곳에 큰 배나무 숲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불리게 된 것이지만, 원래는 조선 시대 공부 여행자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던 여관이 있던 지역으로 알려져 있었다.

 임진왜란 때는 이곳에서 왜군에 의한 치욕이 있었다고 한다. 이곳의 또다른 이름이 이태원異胎圓이라는 믿기 힘든 이름이었다는 것은 이 참혹한 역사를 암시한다. 왜군들이 이 지역에 있었던 시절 운종사에서 비구니들에게 성적 폭력을 가했다는 사실.

 근대 초기에는 일본인 전용 거주 지역이 조성되어 이타인異他人이라는 이름도 갖게 되었으니, 이방의 문화라는 특색은 일찌감치 시작되었다.

 식민지 시대 일제의 군사적 도시계획은, 남산 일대의 서쪽 욱천에서 한강에 이르는 지역을 대규모 군사 지역으로 바꾸고 여기 역참마을을 강제 이주시켜 이태원동과 이태원로를 만들기에 이른다. 이태원의 이방적인 성격은 미군 부대가 들어서기 전부터 시작된 것이다.’ (92쪽)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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