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석의 문장 '글, 알고 쓰자'
고종석의 문장 '글, 알고 쓰자'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4.06.18 0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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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에 관한 인문교양 서적

[북데일리] <고종석의 문장>(알마. 2014)은 저자의 글쓰기 강의를 녹취 정리한 책이다. 강연은 2013년 9월부터 석 달 동안 숭실대학교에서 진행됐다. 책은 ‘인문 교양, 글쓰기 이론, 글쓰기 실전’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은 주로 현대 언어학의 주요 개념과 이론, 한국어의 언어학적 특징, 한글의 원리와 의미, 근현대의 역사와 정치, 시사에 중점을 두었다. 중간 중간에 글쓰기 기술과 조언, 예시가 제시되어 있다. 글쓰기 책이라기 보다 언어에 관한 인문서적에 가깝다.

이중 글쓰기 부분을 보자. 타 책에서도 이미 권해지는 내용이긴 하지만, 그가 소개하는 글쓰기의 몇 가지 원칙들을 써보면 다음과 같다.

- 글은 재능이 아닌 훈련에 달렸다. 글을 잘 쓰려면 계속 쓰는 게 중요하다.
- 접속부사를 빼면 문장에 힘이 생긴다.
- ‘적的’과 ‘의’는 뺄 수 있으면 빼는 게 좋다.
- 복수 표현 ‘들’을 남용하지 마라.
- 주어/목적어와 서술어 사이의 거리는 가까울수록 좋다.

이와 함께 저자는 짧은 글이든 긴 책이든,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주 간결한데, 저는 이 첫 문장에 반해서 <이방인>을 읽었습니다. 꼭 길게 늘어놓을 필요도 없습니다. 인상 깊은 글을 쓰고 싶다면, 다른 사람에게 인상을 주고 싶다면 첫 문장이나 마지막 문장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보석 같은 문장을 중간에 넣어놓으면 별 소용이 없습니다.” (p.61)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베껴쓰기가 글쓰기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한다. 기존의 저명 작가들이나 많은 글쓰기 관련 저자들은 보통 베껴쓰기를 권한다.

“흔히 좋다는 글을 많이 베끼고 그러잖습니까? 저는 그게 글쓰기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해본 적이 없으니까 모르겠습니다. 혹시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는데, 그것보다는 그 시간에 자기 글을 쓰고, 무엇보다도 좋은 글을 많이 읽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p.43)

본인이 해본 적이 없다면서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논란이 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특이한 점은 2002년 출간된 자신의 저서 <자유의 무늬>를 교재로 삼아 첨삭을 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자신이 썼던 “나는 개인적으로 노무현 씨가 후보로 뽑히기를 바란다”는 문장을 스스로 첨삭했다. 그는 이 문장에 대해 ‘개인적으로’와 ‘뽑히기를’에서 ‘를’을 삭제하라고 한다. 결국 (나는 노무현 씨가) ‘후보로 뽑히기 바란다’가 남는다. 좋은 문장의 특징 하나는 간결함이라는 것.

자신의 글쓰기 오류에 대한 솔직한 반성이 좋다. 더불어 다양한 교양과 인문 지식을 함께 얻을 수 있다. <정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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