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미국 대통령 될 뻔한 얘기 아세요
돼지가 미국 대통령 될 뻔한 얘기 아세요
  • 북데일리
  • 승인 2007.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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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1968년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사회운동가 애비 호프먼은 동료들과 함께 베트남전에 대한 반전데모를 주도했다. 이때 이색적인 행사가 마련했다. 호프먼이 지목한 돼지 한 마리를 ‘피가수스’라고 이름 붙여 대통령 후보로 지명한 것.

대회장에 모인 군중은 피가수스에게 경의를 표하며, 미국 국가 ‘성조기여 영원하라’를 불렀다. 돼지로서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미국 대통령 후보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기상천외한 이벤트는 맥없이 끝나버렸다. 소식을 듣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관계자들은 모두 체포된 것. 주모자 중 한 사람인 스튜 앨버트에 따르면, 구치소에 갇혀있는 그들에게 경찰이 다음과 같은 농담을 던졌다고 한다.

“자네들에게 나쁜 소식이 있어. 돼지가 다 불었네. (돼지가 꿀꿀댄다는 뜻의 ‘squeal’에는 비밀을 폭로한다는 의미도 있다.)”

앨버트는 “그건 경찰이 한 농담치고는 대단했다”고 평가했다.

이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는 <돼지의 발견>(뿌리와이파리. 2007)에 실려있는 수많은 내용 중 하나다. 책은 돼지의 생태부터 돼지가 등장하는 문학예술 작품까지, 돼지에 관한 모든 정보를 총망라하고 있다. 그야말로 ‘돼지 백과사전’인 셈이다.

다음은 단지 돼지라는 이유로 받아야 했던 미움에 관한 이야기.

고대 이집트에서는 사람들이 돼지를 더러운 동물로 여겼다. 돼지 젖을 마시면 문둥병에 걸린다고 믿을 정도였다. 혹시라도 돼지를 만진 사람은 그 옷을 그대로 걸친 채 강물로 들어가 얼른 흔적을 씻어내야 했다.

반면에 우리 선조들은 돼지를 민간요법에 곧잘 활용했다. 특히 돼지 똥은 만병통치약이나 진배 없었다. 동상, 정신병, 임질, 화상, 위장병, 소화불량, 홍역, 성홍열 등 각종 병에 물에 탄 돼지 똥이 처방 됐다.

더럽고 게으른 동물의 대명사이자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 돼지. 이처럼 상반된 이미지가 지닌 매력 덕분일까. 돼지와 관련된 물건이라면 무엇이든지 모으는 사람들이 있다.

‘행복한 돼지 수집가들’이 대표적인 예. 현재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 미국에 사는 약 150명의 돼지마니아들이 소속돼있다. 회원들은 ‘행복한 돼지’라는 계간지를 통해 돼지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다. 1년에 한 차례씩 힘들게 손에 넣은 희귀품들을 선보이는 대회도 개최한다.

뱃시 윌리엄슨는 단연 돋보이는 회원. 수집품이 무려 2천여 개에 이른다. 더욱 놀라운 점은 ‘냉동 건조 돼지’까지 사들였다는 사실이다. 꽁꽁 얼려진 돼지는 그녀의 집 지하실에 특별 제작된 상자 안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돼지의 발견>엔 이처럼 놀라운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돼지소리'꿀꿀'의 각국어 버전, 돼지가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 된 까닭 등등... 미처 몰랐던 사실, 새로운 정보를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뉴욕 타임스’가 “이 책에 가득 담긴 기상천외한 돼지 이야기들을 읽어나가노라면 즐거움에 머리가 아찔해질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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