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빨아먹는 하루키 책?
뇌 빨아먹는 하루키 책?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4.06.05 0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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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소설 '이상한 도서관'

[북데일리] “수수께끼 같은 짧은 소설이며, 그만큼 독자들에게 다양한 파장을 전해줄 것 같다.” - 번역가 양윤옥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이상한 도서관>(문학사상. 2014)에 대한 이야기다. 이 소설은 1983년 일본에서 출간된 <캥거루 일화>라는 소설집에 수록되어 있던 단편〈도서관 기담>을 고쳐 새롭게 선보이는 것이다.

책은 주인공 소년이 책을 반납하러 간 도서관에 감금되는 기묘한 이야기를 담았다. 소년은 책을 찾기 위해 도서관 지하층으로 내려갔다가 기괴한 모습의 노인에게 붙잡힌다. 

무엇보다 뇌를 빨아먹는다는 기묘한 설정이 눈길을 끈다. 아래는 노인의 명령을 받은 양 사나이가 소년을 감옥으로 데려가는 장면이다. 

양 사나이는 침대 아래에서 묵직해 보이는 쇠공을 꺼내와 그 끝에 달린 사슬을 소년의 발목에 감고 열쇠를 채웠다.

“저, 양 사나이 씨. 정말 나는 이곳에 한 달이나 있어야 해요?”

“아무래도 그렇겠지?”

“하지만 시키는 대로 책을 모두 외우면 한 달 뒤에는 여기서 나가게 해주겠지요?”

“아니, 그런 일은 아마 없을 거야.” (중략)

“사실대로 말하자면 너는 톱으로 머리가 잘려나가게 돼. 그리고 뇌를 쭉쭉 빨아 먹힐 거야.” (중략)

"왜 그 할아버지는 내 뇌를 빨아 먹는 거예요?”

“그게, 지식이 가득 찬 뇌라는 건 무척 맛이 있거든. 아주 걸쭉하고 진해. 알맹이 같은 것도 많고.”

“그래서 한 달 걸려 지식을 가득 채우게 한 다음에 그걸 빨아 먹는 거군요?” (p.29~p.32)

소년은 탈출을 감행한다. 탈출은 성공하는 듯 싶었다. 그런데 벗어날 찰나에 그 앞을 노인이 가로막았다.

이 책은 어린이들의 동화책처럼 100페이지도 채 안 되는 짧은 소설이다. 마치 어른을 위한 환상동화 같은 느낌이다. 하루키는 이 책을 반복해서 읽기를 권했다고 한다. 매번 그 느낌이 다를 것이라는 것.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비슷한  판타지 소설이다. 읽고나면 상당시간, 주인공과 함께 갇혔다가 돌아온 느낌에 사로잡힌다.

특히 하루키의 이전 책에 나왔던 '양사나이'가 등장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까만색 바탕에 괴이한 모습으로 표지에서부터 등장한다. 이 그림은 독일의 일러스트레이터 ‘카트 멘쉬크’가 그렸다. 소설 전개와 함께 계속 등장한다.

다만 100쪽도 안되는 책 값이 1,3800원이라는 점을 하루키 팬들이 납득할지는 미지수다.  <정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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