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책] ⑯ `조폭` 이서진 알고 보니 독서광
[드라마와책] ⑯ `조폭` 이서진 알고 보니 독서광
  • 북데일리
  • 승인 2007.03.0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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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졸이라고 무시합니까? 안 읽은 책도 읽었다고 뻥친 주제에. 내가 그렇게 유명한 사람도 모를 것 같습니까?”

[북데일리] 조폭 두목이 여의사를 혼내고 있습니다. ‘최종학력 : 중졸, 직업 : 조폭’이라는 남루한(?) 조건으로 여의사를 기죽이는 이 남자. SBS드라마 ‘연인’의 주인공 강재(이서진)입니다.

강재의 배짱은 ‘독서’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강재의 ‘비범한’ 독서 실력이 공개 된 것은 12회 서점 장면. 조폭 두목 강재와 사랑에 빠진 여의사 미주(김정은). 그녀는 보고서 하나 못 쓰는 강재를 교육시키기 위해 서점으로 끌고 왔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읽는 강재. 그를 보고 미주가 코웃음을 칩니다.

“이거 읽게요?”

조폭 주제에 도스토예프스키라니. 웃고 싶은 것을 겨우 참고 이렇게 물었습니다. 강재가 답합니다.

“읽었습니다. 신이가 사고를 쳤는데 몇 년 살까 궁금해서요. 형법책인 줄 알았거든요”

그래도 믿기 힘든 일. 다시 한 번 미주가 묻습니다.

“끝 까지는 안 읽었죠?”

강재가 무심히 답합니다. “죄 지은 놈이 뻔뻔한 게 마음에 들어서요. 왜 나같은 놈이 책 읽으면 안 됩니까? 그러는 윤미주씨는 무슨 책 읽었습니까?”

급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한 미주. 곧“어쩜 그렇게 가방끈도 짧으신 분이 아는 것도 많으실까? 나야 뭐 항상 여러 가지로 읽죠”라고 대꾸합니다. 이 책 저책 뒤적이다 <삼국지>를 건드립니다. 그런 그녀를 보고 강재가 묻습니다.

“성형외과 의사가 볼 때 왕윤의 양딸은 어떤 기준으로 중국4대 미인에 든 겁니까”

겁에 질린 표정의 미주가 가까스로 입을 뗍니다.

“사, 삼국지도 읽었어요? 와, 왕, 누구요? 왕 머시기 양딸이면 ...”

잔인한 강재. 질문공세를 멈추지 않습니다.

“왕윤을 모릅니까? 읽었다면서?”

궁지에 몰린 미주가 변명을 늘어놓습니다. “하도 읽은지 오래 되서... 제가 왕윤은 몰라도 황보윤은 좀 아는데 그 왜 조선시대 때 종사관도 지내셨던...”. 혀를 끌끌차며 미주를 바라보는 강재. 실력이 보통이 아닙니다. 싸움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책도 많이 읽은 모양입니다.

“중졸이라고 무시합니까? 안 읽은 책도 읽었다고 뻥친 주제에?”

분노로 몸을 떠는 미주. 다시, 책으로 복수합니다. 건축부터 재건축, 리더십, 보고서 작성법에 이르기까지 수십 권을 골라 구매를 강권합니다. 조폭 두목이라고 늘 무서운 것은 아닌가 봅니다. 그렇게 배짱 좋던 강재가 민주의 명령 앞에서는 꼼짝을 못합니다. ‘울며겨자먹기로’ 책을 사고 힘겹게 걸음을 떼는 강재. “마음의 양식도 양식인데 그럼 안 무거울 줄 알았어요?”라고 장난스레 쏘아 붙이는 미주.

모두가 반대하는 ‘험난한’ 연애에 뛰어든 두 남녀는 그렇게 사랑을 시작합니다. 이들은 쉽게 “사랑한다” 고백하지 못합니다. 쉽게 버리고, 헤어지고, 상처 줄 까봐 용기가 나질 않습니다. 그래도 사랑은 시작됩니다. 콘크리트 바닥을 뚫고 나오는 새싹처럼 사랑은 질기고, 강인합니다. 이별을 겁먹고 포기하는 사랑이 아니라, 이별을 짐작하고도 기꺼이 시작하는 용기 있는 사랑입니다.

(사진 = 방송장면)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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