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를 열심히 깎았더니 성공
감자를 열심히 깎았더니 성공
  • 임정섭 <글쓰기훈련소> 소장
  • 승인 2013.06.10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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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훈련소] 지난 주 금요일인가. '바람아 멈추어다오'의 가수 이지연을 방송에서 봤다. 훌륭하게 성장했다. 재작년 미국 애틀랜타에 갔을 때, 그녀가 도심에서 멋진 요리 집을 운영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방송에서 마이크를 잡고 한마디 했다. 무슨 이야기를 할지 궁금했다.

그녀는 매일, 매순간 기회가 온다고 힘주어 말했다.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우여곡절 끝에 요리학교를 마치고 한 식당에 들어갔다. 날마다 양파 깎이를 시켰다.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요리학교를 나온 셰프인데 이게 무슨 짓이란 말임감. 이럴 법도 했단다. 그러나 그녀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다. 늘 예쁘고 완벽하게 깎으려 노력했다. 그랬더니 어느 날. 상급 요리사가 관두게 되었다. 주방장은 자신을 그자리에 앉혔다. 성공의 시작이었다.

나는 이 말을 듣고 노르웨이의 라면왕 이철호 씨를 떠올렸다. 그도 똑같았다. 다만 깎는 대상만 달랐을 뿐이다. 그에게는 '시험지'가 감자였을 뿐이다. 남들과 똑같이 깎다가, 어느 날 생각을 바꿨다. “어떻게 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갂을 수 있을까.” 그는 아침마다 그날의 메뉴를 미리 확인한 후 그에 맞게 감자를 잘랐다. 주방장이 요리하기 편안한 상태로 만들어 뒀다. 그랬더니 역시 마법처럼 기회가 왔다.

지난 토요일 글쓰기 정규반 수업 때 이런 말을 했다. "글쓰기 코치가 내 꿈인 줄 전혀 몰랐다. 그져 좋아서, 먹고 살아야 해서 미친 듯이 썼을 뿐이다."

오늘 아침 감자를 깎으면서 이 생각을 했다. 오전에 이화여대 문서작성법 강의안을 줘야 하고, 오후에 북한센터 강의 관련 미팅이 있어 집에서 직접 요리를 했다. 감자국.

나는 독특하게 감자를 깎는다. 도마에 놓고 썰지 않고 한 손으로 잡고 한 손으로 사과 껍질 벗기듯 자른다. 적절한 표현이 없다. 감자를 잡고 포를 뜬다고 해야할까. 옛날 어머니 하시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배운 방법이다.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다. 매사가 그렇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면 꿈이 된다. 만약 안되면? 열심히, 즐겁게 했는데 무슨 보상이 필요한가!

내가 깎은 감자. 두께는 똑같고 모양은 다르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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