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위한 '학부모 처방전'
아이를 위한 '학부모 처방전'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3.04.2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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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문제는 엄마 자신의 문제 해결 먼저...

[북데일리] “그거 아세요? 어머니는 충분히 잘해 왔어요. 더는 잘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살아오셨다 이 말입니다. (중략) 그때는 그게 최선인 줄 아셨잖아요. 그래서 선택하고 그래서 행동하신 거잖아요. 그리고 지금 아파하고 계시잖아요. 그걸로 충분해요. 잘해 오셨어요.” (p9~p10)

10대 자녀의 엄마, 특히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의 마음은 늘 좌불안석이다. 이처럼 힘든 상황에 놓인 엄마들에게 힘이 되는 책이 나왔다. <엄마도 힘들어>(메디치. 2013)는 저자 문경보가 22년간 중.고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과, 심리상담가로서 상담 사례를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다. 책은 엄마 자신의 과거와 화해하기, 자녀에게 했던 일 돌아보기, 현재의 엄마로서의 나 성찰하기, 자녀의 진로문제를 주제로 한다. 부록으로 엄마들이 자주 묻는 질문과 답도 실었다.

스스로를 ‘마음 유통업자’라고 칭하는 저자는 전국의 강연 현장에서 수많은 엄마들을 만났다. 그 중 한 엄마가 했던 말, “그런데요. 우리 엄마들도 힘들어요. 우리 힘든 것은 누구와 이야기해야 하죠?”를 계기로 엄마들의 마음 문제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는 ‘엄마들도 머리로는 자녀와의 대화법을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마음의 에너지가 바닥났거나 잘못된 행동패턴을 깨지 못해서’ 자녀와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고 전한다.

“저는 정말 열심히 제 아들을 위해 노력했어요. 아들(진광)이 하고 싶은 것은 다 해줬어요. 아이도 머리가 좋고 근성이 있어서 제 뜻대로 잘 따라줬지요. 그러던 아이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엇나가기 시작하는 거예요.(중략) 어느 날부터 공부를 놓기 시작하더니 이젠 집에서 실어증에 걸린 아이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아요. 제가 더 환장하는 건 학교에서는 말을 잘한다는 거예요.” (p30~p31)

어린 시절 가정 형편 때문에 학원에 못 다녔던 진광이 엄마는 아들에게는 모든 기회를 주려 한다. 학교에도 자주 가서 아이의 생활을 점검하고, 좋은 학원에 보내며 최신 학습 정보를 수집한다. 아들은 고등학생이 되자 자신이 “알아서 할 수 있는 것도 엄마가 먼저 다 해 버려 꼭두각시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며, ”엄마랑은 말도 하기 싫다“고 소리친다.

‘둘째 딸’이어서 늘 애정결핍에 시달렸던 정연이 엄마는 친정엄마에게 지나치게 애쓰고, 중학교 2학년인 정연이한테도 내내 미안해한다. 정연이는 그런 엄마가 불쌍해 보여서 속마음을 숨기고 눈치를 보다 자신의 마음속에는 엄마에 대한 화를 쌓아 둔다.

저자는 엄마와 자녀의 동반 상담을 통해 그들을 화해시키고, 두 엄마들에게는 자신의 부모님과 서운했던 점을 이야기해 마음의 자유를 얻으라고 처방한다. 이를 통해 자녀문제는 실은 엄마 자신의 문제에서 비롯됐음을 알려준다. 엄마들이 자녀의 일을 대신 처리하려 하거나 자녀에게 지나친 요구를 하는 것은 자신의 과거 일들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 그런 이유로 과거의 아팠던 감정을 치유해야 자녀와의 문제도 풀릴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각각의 사례마다 ‘거절감, 둘째 딸 신드롬, 완벽주의, 잊혀진 아이’ 등 심리학 용어를 통해 쉽게 설명한다. 엄마와 자녀가 함께 읽어도 좋을 책이다. 일반 교사들도 이 책을 학생 교육 현장에서 활용하면 좋겠다. 특히 자녀 문제로 힘들어하는 주변 가족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잠시 거리두기를 하며 자녀와의 관계에 대해 정리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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