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의 서열
건물의 서열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3.04.2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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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잇]<금지된 정원>중에서

[북데일리] 경복궁 안에 총독관저를 지으려는 조선 총독과 이를 막으려는 조선 지관이 있다. 지관은 총독이 어떤 용도의 건물을 짓기를 원하는지 알기 위해 땅의 용도를 먼저 묻고, 건물의 서열을 나열해 답을 유도한다.

김다은의 <금지된 정원>(곰. 2013)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이다. 책 속에서 소개되는 건물의 서열이 인상적이다.

<포스트잇> [“땅을 찾을 때 굳이 그 용도를 먼저 알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보게.“

“사람에게도 서열이 있듯이 건물에도 서열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건물 이름에 붙는 끝 글자들을 살펴보시면 ‘전당합각재헌루정’이 보이실 것입니다.

김 지관은 한자로 써보였다.
展 - 堂 - 閤 - 閣 - 齋 - 軒 - 樓 - 亭

“가장 서열이 높은 건물이 전展입니다. 근정전처럼 사람은 살지 않지만 왕궁의 위엄을 대표하는 건물이거나, 살더라도 강녕전이나 교태전처럼 왕과 왕비가 쓰는 건물에 붙여지는 것입니다.”

“당堂은 그것보다는 당연히 서령이 낮은 건물이겠군.” (중략)

“네. 자선당처럼 세자와 세자비가 쓰는 건물 등이니, 아무래도 전에 비해 격이 조금 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중략)

“그렇군, 이제 가장 서열이 낮은 건물인 ‘정’이 무엇을 뜻하는지 짐작하겠네. 정자라면 물가나 풍경이 좋은 곳에 외따로 세워 놓은 작은 집으로, 지친 몸을 쉬게 하는 곳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전당합각재헌루정’은 건물의 서열이기도 하지만 용도의 서열이기도 합니다. 이는 조정 업무 장소에서 일상생활 장소로, 일상생활 장소에서 간간히 열리는 연회 등 특별 장소로, 특별 장소에서 아예 휴식 장소로 이어지는 순서입니다.”] (p70~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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