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다리로 만리장성 벽 기어올라
외다리로 만리장성 벽 기어올라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3.04.17 2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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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장애인 최초 철인 3종 경기 완주

[북데일리] "(만리장성을) 사람들은 계단을 통해 올라가지만, 난 벽으로 올랐어. 만리장성이 우주에서 볼 때 유일하게 눈에 띄는 건축물이라는데 내가 거기를 올랐단 말이야. (중략) 만리장성조차 나를 막아서기에는 충분히 크지 않으니 그 무엇도 나를 막아설 수 없을 걸로 보였다." (p22)

<그리고...축구감독이 찾아왔다>(디오네. 2013)는 여성 장애인 최초로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한 ‘사라 라이너첸’의 자전 에세이다. 그녀는 선천적으로 ‘근위 대퇴골 부분적 결손’을 갖고 태어났다. 이후 7살에 왼쪽 대퇴를 절단하는 신체적 고통과 친구들의 따돌림, 아버지의 학대를 받아야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에 굴하지 않았다. 대신 11살 때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13살 때는 처음 참가한 국제 육상 대회에서 대퇴 절단 여성 장애인 100미터 부문과 200미터 경주에서 세계 신기록을 달성했다.

이후 뉴욕, 런던, 보스턴 등에서 열린 각종 마라톤 대회에도 출전했고, 1992년에는 미국 장애인 육상 대표로 바르셀로나 ‘패럴림픽Paralympics’에도 참가했다. 2006년에는 미국 CBS의 리얼리티 쇼 ‘어메이징 레이스The Amazing Race'에 출연해 만리장성 벽을 기어오르기도 했다.

2008년 2월, 뉴욕의 메이시 백화점에서 그녀의 사인회가 열렸다. 행사장에는 기대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다. 그리고 ‘콜드 스프링’ 축구감독도 찾아왔다. 그는 사라가 6살 때 가입했던 유소년 축구팀 감독이었다. 당시 그는 다른 팀원들에게는 드리블과 패스 연습을 시키거나 연습 경기를 뛰게 했지만, 사라는 축구장에서 100미터 떨어진 곳에서 학교 벽을 향해 공을 차게 했다. 온전한 다리 하나와 구식 의족으로 공을 다루는 그녀가 다른 팀원들과 다를 것은 자명한 일. 그가 그녀에게 어린 시절 축구부 사진과 연락처를 전하려고 롱아일랜드의 구석지에서 뉴욕까지 먼 길을 찾아 온 것이다.

“나는 사진을 응시하면서 축구 경험이 완전히 ‘부정을 딛고 선 긍정’상황임을 깨달았다. 본질적으로 이 유소년 축구단은 내 전체 운동선수 경력의 출발점이었다. (중략) 장애를 지닌 여성이 철인이 될 수 있다는 것과 축구장이나 소프트볼 경기장, 수영장에서도 환영받아야 한다는 걸 보여 주려고 늘 노력해 왔다고 생각한다. 그게 내 인생의 일이었고 이 일로 인해 콜드 스프링 감독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 (p269~p270)

그 결과로 사라는 2005년 하와이 세계 철인 3종 경기 대회에서 여성 절단 장애인 최초로 풀코스를 완주하는 성과를 거두었던 것. 그녀는 축구감독의 손을 잡고는 말했다.

“제게 열정을 불어넣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덕분에 더 나은 선수,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어요.” (p270)

수많은 부정을 긍정으로 바꾼 사라. 한편의 감동적인 휴먼 드라마를 본 느낌이다. 무수한 역경에도 불구하고 자신감 있고 진솔한 그녀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것이다. 자신의 장애를, 자신의 환경을, 자신을 둘러싼 모든 관계를 뛰어넘기로 결심하고 성공해 낸 그녀. 이 시대의 진정한 철인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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