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알고보면 생활 속의 마법
디자인, 알고보면 생활 속의 마법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3.04.17 2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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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알찬 반면, 편집은 엉성

[북데일리] 디자인은 무엇일까? 누구를 위한 것이어야 할까? 이상적인 디자인은 어떤 것일까?

<디자인 좀 하십니까>(멘토프레스. 2013)는 공간디자이너이자 한국조형예술원 교수 노성진가 들려주는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다. 어느 날 지방자치단체의 디자인포럼에서 주제발표를 끝낸 그에게 한 시민이 말을 걸어왔다. 그가 던진 한마디는 “디자인 좀 하십니까?"였다. 이 날카로운 질문에 순간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디자이너의 한 사람으로서 그것에 대한 단답형 대답을 내놓지 못하는 나의 우매함을 탓하면서 평서平書 수필 형식으로 주저리주저리 건어乾魚 엮듯 잡어雜語를 모아 장답長答 하게 되었다”고 이 책을 쓴 배경을 설명한다. 하지만 저자의 글은 일간지 칼럼처럼 깊이가 있고 현실감 있다. 그는 디자인에 대한 설명뿐 만이 아니라 디자이너의 삶과 철학까지도 들려준다.

“어느 날 문득 디자인이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생각을 형체로 보이게끔 하는 ‘마법’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마법은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는 것도 말입니다. 아름다운 마법은 무릇 모든 사람에게 걸어도 좋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디자이너는 연필로만 마법을 부릴 일이 아닙니다. 생각도 말도 행동도 행위도 그리고 눈빛도 마법의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p35~p36)

그는 빈민들을 위한 무료 공간을 제공했던 건축가 ‘사무엘 막비’의 삶을 본받아 재능기부자로 활동하기도 한다. 부인의 고향인 용담마을의 마을회관을 설계하고 ‘농촌 건강 장수마을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때 그는 용담마을 주민들 얼굴을 크로키하여 최초의 개인전을 열어 즐거움을 선물했다.

또한 개발을 한다며 마구잡이로 파헤치고 있는 용담천 개발 실태, 위험에 빠진 교회건축을 바라보며 일침을 가하고, 거실에서 TV를 없애는 운동을 펴기도 한다. 이어 독일의 소박한 간판문화를 보며 우리의 현란한 간판문화 현실을 꼬집고, 집이 부동산이 되어버린 현실을 비판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국민고향 하나쯤은 남겨두자’며 ‘하동다움’이란 용어가 통용되고 있는 하동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지자체에서 유도하는 도시행정에 걸맞는 디자인은 과연 무엇인가를 함께 생각해 보게 한다.

책 내용은 알찬데 디자이너의 책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책 표지나 편집, 책속 그림들은 다소 엉성한 느낌이다. 저자의 깊은 뜻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매 글마다 등장하는 자유분방한 스케치보다 그가 디자인했던 작품들을 컬러로 함께 실었다면 더 좋았을 듯 싶다. 책 내용과 별개로 표지 디자인과 편집만으로 독자들 손에서 멀어질 경우를 생각하니 다소 안타깝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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