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달아오르게 한 짧은 편지 한통
그녀를 달아오르게 한 짧은 편지 한통
  • 북데일리
  • 승인 2007.02.1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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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프랑스 작가 레몽 장의 소설에는 항상 여자와 책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일어 날 수 있는 일들이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에 의해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책 읽어 주는 여자>와 <마드모와젤 보바리>이후 세 번째 접하는 그의 책 <카페 여주인>(세계사. 1997)은 책을 읽는 것은 좋아하지 않지만 카페 여주인인 `아멜리`가 받게 되는 한통에 편지 때문에 모든 일들이 발생하게 된다.

왼쪽 그림은 책상위에 편지가 뜯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여자는 이미 청혼하는 편지를 보았고, 남자는 그녀에게 다시한번 말로써, 언어로써 구혼을 하고 있는것으로 여겨진다. 담담한 표정의 저 여인은 책이라는 매개를 보지만 속으로는 편지에 내용에 대해서 곰곰이 따져볼 것이다.

오른쪽 그림 역시 탁자위에 편지상자 안에 든 사진이 남자로 여겨진다. 아마도 이 편지를 보낸 사람일 것이고 그녀는 그의 편지를 읽는 중일 것이다. 그녀의 표정은 미소가 그려져 있다. 아마도 그녀는 한 문장 한 문장 그의 편지에 쓰인 단어들의 의미를 곱씹고 있을지도 모른다.

<카페 여주인>에 아멜리 역시 작가라는 한 남자게에게서 이런 내용의 편지를 받는다. 친애하는 부인, 결례를 용서해주십시오. 저와 하룻밤 동침해주신다면 그 대가로 10만 프랑을 지불할 것을 제안합니다. 부인은 저를 틀림없이 대담하고 몰상식한 사람이라 생각하시리라는 것을 잘 압니다만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이미 제안을 드렸으며 이를 지킬 것입니다. 저의 가장 다정한 인사를 받아주십시오.

아멜리는 처음에는 어느 정신병자에게서 모욕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필체는 보기 좋게 세련되었으며 매력적이기조차 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조심스럽게 편지를 다시 들고서는 그 편지를 해독하기 시작한다. 누가 보냈는지, 그리고 이런 대담한 모욕적인 편지를 쓴 사람이 누구일지,, 자신을 마주쳤던 손님들 속에서 찾아보기도 하며 그 편지 한통에 온 몸이 달아 오른다.

아멜리는 프랑스 생플로렝에 위치한 작은 카페에 여주인이다. 그녀는 마흔이 다 되어가는 나이이며 남편과 함께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얼굴도 아름다웠지만 몸매도 그 무례한 작자의 표현을 들자면 `모래시계`라고 할 수도 있다. 일자 통나무가 아니라 모래시계 말이다. 쇠구슬 게임을 할 때, 그녀가 음료수를 들고 나타나면 모두들 정적과 함께 그녀를 바라본다. 그렇게 은밀한 시선을 그녀는 받고 있는 것이다.

만약 그 무례한 작자가 아멜리에게 편지로 저 내용을 전하지 않고, 아멜리 앞에서 말로 했다고 가정해 본다면, 아멜리는 그 앞에서 그의 뺨을 때리고 뒤돌아 섯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편지라는 은밀한 수단을 사용함으로써 그는 그녀의 호기심과 함께 그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고 따져볼 기회를 제공한다.

아멜리는 편지를 읽고 나서 누군가에게 무례한 모욕을 당했다며 편지를 덮에 서랍에 넣는다. 찢어버리지도 않고 서랍에 넣고, 누가 볼세라 조심스럽게 열쇠로 잠구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녀는 그 오후를 꿈꾸는 듯 비현실적이고 멍한 상태로 오후를 보낸다. 편지의 역할은 이 글에서 그녀에게로 하여금 그에 대한 상상을 하도록 만드는 매개체인 것이다.

그 후, 그녀와 그 사이에 일어난 일들은 이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맡기겠다. 그 둘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녀는 그와 동침을 했을까? 그는 돈을 정말 지급했을까? 아니면 그들 사이에 남편이 끼어들었을까? 분명한 사실은 그 무례한 작자는 글빨, 말빨 되는 작가였다는 것이다.

짧은 몇 마디가 종이에서 갖는 위력은 한 사람의 마음을 뺏아버릴 수도 있을 정도이다. 아멜리는 어쩌면 행복한 여자인지도 모른다. 그녀가 마흔이 다 되어가는 그때도 누군가가 연애편지를 보냈으니 말이다.

불과 10년전 만 하더라도 편지는 연인들에 중요한 사랑의 감정의 표현처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전화기가 그 역할을 대신해버렸다. 밀어는 왼쪽 귀에 속삭일 때 더 자극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귀에 속삭이는 밀어보다 말없이도 짜릿한 도구는 편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영화 ‘러브액츄얼리’에서 친구의 여인을 사랑하는 마크는 크리스마스이브에 그녀에게 편지를 쓴 스케치북을 캐롤과 함께 그녀에게 들려준다.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렇게 글은 말보다 마음을 전하는데 유용하다. 누군가가 나에게 편지로 청혼을 한다면 넘어가버릴지도 모른다는 아찔한 상상이 든다.

[장하연 시민기자 xx200020@naver.com ]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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