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 서기 3000년의 미래 엿보기
흥미진진, 서기 3000년의 미래 엿보기
  • 북데일리
  • 승인 2007.01.2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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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서기 3000년>(해바라기. 2005)의 저자 마이클 하트는 천문학과 물리학, 수학을 전공한 과학자다. 현재의 과학발전은 불과 몇 년 후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인간의 수명은 한정되어 있어서 100년 후의 미래에 관심을 갖지 않고, 그저 눈앞에 벌어지는 일들을 처리하느라 시간을 보내기 마련이다.

책에서 하트는 현재 과학의 모습에 만족하지 않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1000년 후의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서 상상력을 동원해서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은 서기 3000년의 관점에서 세상을 변화시킨 위대한 100명의 인물들의 이야기로 풀어가고 있는데,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인물 50명과 앞으로 나오게 될 가상의 인물 50명을 정치, 경제, 과학, 역사, 철학, 예술 분야로 세분해서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서기 3000년의 세상은 오랜 세월 인류를 괴롭히던 거의 모든 문제들이 해결된다. 세상에 영향을 끼친 인물 100명 중에 과학과 정치 분야의 사람들이 가장 많은데, 그들의 업적 중 대표적인 몇 가지를 살펴보면 첫째, 인간의 오랜 꿈인 의사불멸성(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것)이 획득된다. 책에 의하면, 의술의 발전은 심장을 비롯한 신체장기들의 기능이 멈추기 전에 건강한 것으로 교체할 수 있으며 가장 어렵다고 여겨진 뇌의 교체도 가능해 진다는 것이다.

뇌에서 인생에서 겪었던 기억, 감정을 주관하는 부위를 컴퓨터로 업로드하고, 뇌이식이 끝나면 다시 똑같은 부위로 다운로드 하는 수술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새로 형성된 육체를 500년에 한 번씩 교체하면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고 책은 말한다.

둘째, 유전자와 뇌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정신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이런 지식으로 외부의 자극을 통해 기억과 감정을 조정할 수 있는 세뇌기계가 발명된다는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폭력적인 성향을 갖고 태어나며, 교육을 통해 어느 정도 교정은 가능하지만 폭력적인 성향을 아예 없앨 수는 없으므로 과거의 인류의 역사는 전쟁으로 얼룩져 있었다는 것이다.

미래의 기술로 만들어진 세뇌기계로 인간의 자유의지는 건들이지 않고 폭력적인 성향을 없앤다면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 물론 세뇌기계를 통해 세계를 지배하고자 하는 야망을 가진 독재자가 나올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몇 백 년의 세월동안 천재적인 정치철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헌법을 통해 막을 수 있다는 것이 핵심 내용.

셋째, 인간의 의사불멸성이 획득되면서, 남. 녀의 성구별이 사라지게 되는데, 남자로 태어난 사람이 성전환 수술을 통해 여자로의 성의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해진다. 또한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노화의 원인을 밝혀서 젊음을 유지한 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된다. 이러한 과학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인구증가의 문제를 가져오는데, 이것의 해결방법으로 달, 화성, 가까운 은하계의 행성들을 사람이 살 수 있게 하거나, 우주공간에 수백 개의 우주기지를 건설해서 포화된 사람들을 분산하는 방법을 개발하게 되는 과정을 과학적인 원리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넷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결합한 만능이론, 인간의 신체를 구성하는 발생학의 원리들, 생명의 탄생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모순 없는 진화론의 완성이론, 최첨단 나노기술의 실용화, 날씨의 조절, 현재까지 치료되지 않은 질병들의 완치, 추상수학 분야에서의 미해결 문제의 증명과 같은 난제들이 앞으로 1000년 안에 위대한 천재들에 의해 모두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책에서 마이클 하트는 두 가지 관점을 취하고 있다. 첫째, 기본적으로 과학기술은 어떠한 이유로도 중단되어서는 안 되며, 영원한 삶을 위한 뇌의 교체, 사고과정을 조정할 수 있는 세뇌기계의 존재, 발생학의 원리를 통한 새로운 종의 출현과 같은 윤리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킬 주제에 대해서도 그것이 가져올 부작용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며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여야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인간 내면의 어두운 욕망이 가져올 파멸의 가능성을 무시하는 무책임한 기술만능주의자의 관점으로 보여질 수도 있지만, 하트의 논의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이러한 기술이 나쁜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기 위해서, 인간 개개인의 양심이 맡길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동안 천재들에 의해 고안된 정교하고 엄밀한 헌법과 같은 시스템의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둘째, 역사를 움직이는 주체는 뛰어난 지성을 가진 천재들 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100명의 인물들을 바라보는 관점은 그들이 고안해낸 발견들이 역사의 흐름에 따라 누군가에 의해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 아니라, 천재적인 영감을 가진 100명의 인물들이 아니라면 결코 이뤄질 수 없거나 상당한 시간이 지체된 후에야 발견될 수 있었을 거라는 것이다. 100명의 인물들은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될 고마운 존재라는 것이다.

책에서 다루는 3000년의 세상은 현재의 시점에서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동떨어진 세상은 아니다. 이 책의 저자가 물리학과 천문학을 전공한 만큼 외삽법(현재의 과학수준을 토대로 미래를 가정하는 방법)으로 바라본 미래는 어느 정도 현실성을 가지고 있다. 하트는 3000년의 세상이 인류의 모든 고민이 해결된 유토피아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의사불명성과 영원한 젊음, 자유로운 성의 선택, 잡다한 일을 처리해주는 개인용 로봇(자의식을 가진 로봇은 노예 문제를 일으키므로 개발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음), 불안함을 없애주는 소마(인간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술, 마약의 대체품)와 같은 혜택들이 있음에도, 대부분의 인간들은 여전히 행복하지 않다고 여긴다고 한다. 모든 것이 갖춰져 있음에도 부족함을 느끼는 인간, 하트는 이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서기 3000년>에서 그리고 있는 유토피아에 가까운 세상이 실제로 구현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현재의 관점에서 1000년 후의 미래의 모습은 아무런 의미도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은 과연 현재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세계적인 SF작가 아서클라크는 "고도로 발달된 과학은 마법과 구별되지 않는다.“ 는 말을 남겼는데, 3000년의 세상은 상상만으로도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이 책에서는 외계 지적생명체, 자의식을 가진 로봇, 초상현상(염력, 투시력, 예지력, 순간이동), 영혼의 존재와 같은 보다 심오하고 난해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자세한 언급을 하고 있지 않은데, 물리학자인 저자의 입장에서 이런 문제들은 미래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

현실적인 과학기술의 가능한 미래를 다루고 싶었던 거 같다. 현재의 과학이 미래에 어디까지 도달하게 될지 궁금한 사람들은 이 책을 읽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나면 하트의 각 분야에 걸친 다양한 지식과 상상력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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