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미각 `食탐정`의 놀라운 식탐
절대미각 `食탐정`의 놀라운 식탐
  • 북데일리
  • 승인 2007.01.2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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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함께 여행을 가면 가장 무서운 사람이 누구일까요? 넌센스식으로 이야기하자면 바로 코난과 김전일입니다. 이들이 가는 곳에서는 우연이든 계획적이든 매번 살인이 일어납니다. 차라리 공포영화라면 공포영화속의 법칙만 잘 지켜도 죽지 않을 수 있다지만, 저들과 함께 한 공간에서 연쇄살인이라도 벌어진다면 도저히 살아남을 길이 없죠. 하지만 그런 지나친 상황설정이 억지스럽다고 사건을 만들지 않으면 작품이 존재할 의미가 사라지겠죠. 그러니 오래 살고 싶으면 코난이나 김전일 같은 명탐정들은 만나지 않는게 가장 좋을 겁니다.

이런 법칙은 테라사와 다이스케의 <절대미각 식탐정>(2006, 6권 연재중. 학산문화사)에도 예외 없이 적용됩니다. 소설 작가이자 명탐정이기도 한 다카노가 각종 사고현장에 던져져서 범인을 찾아내는 이야기. 그러나 <명탐정 코난>이나 <소년탐정 김전일>과 조금 궤를 달리하는 것은 다카노는 범인을 찾아내는 수사 이전에, 일단 배를 채우고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절대미각 식탐정>은 반은 음식만화, 반은 추리만화입니다. 그리고 모든 추리는 범행현장에 남겨진 음식물이나 재료가 단서가 됩니다. 다카노는 일단 단서들을 먹고 나서 추리를 비로소 시작하죠.

다카노의 식탐은 정말 놀랍습니다. 마치 제목이 음식 탐정을 의미하는 식탐정(食探偵)이 아니라 음식을 탐내는 걸 의미하는 식탐(食貪)이 아닐까 싶을 정도죠. 식당에 들어가면 일단 `이 집에서 가능한 모든 요리`를 재료가 거덜 날 때까지 시켜 먹고 난 후, 나오다가 다시 옆 식당에 들어가 돈가스 덮밥 10인분을 추가로 더 먹고 나서 `이제는 디저트를 먹어야겠군` 이라고 태연하게 말을 하는 대식가입니다. 심지어 다카노가 수사를 하러 출동하는 현장의 형사들은 다카노가 증거물품을 못 먹게 하기 위해 형사들이 특별 전담팀을 짜야할 정도입니다.

도대체 누가 이런 황당한 캐릭터를 만들어낼 생각을 한 걸까요? 이 책의 작가는 테라사와 다이스케입니다. 바로 <미스터 초밥왕>의 작가입니다. 그래서 <절대미각 식탐정>에도 초밥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등장합니다. <미스터 초밥왕>에 나오는 주인공 쇼타의 가게, 봉초밥의 사장님이 등장하고, 범인을 잡고 나서 다카노는 <미스터 초밥왕>의 애장본을 길바닥에 흘리며 은근슬쩍 책 광고를 하기도 합니다.

이런 대식가 캐릭터는 몇 차례 등장한 바 있습니다. 테라사와 다이스케의 다른 작품 <맛 좀 봐라>에도 대식가 캐릭터는 나오고, 토야마 시게루의 <먹짱>은 아예 먹기대회에 참가하는 대식가들의 세계를 다룹니다. 또한 <요리왕 비룡>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오가와 에츠시의 <중화일미>에서도 비룡(리 마오신)의 스승인 초유 사부는 번외 편에서 광저우 먹기 대회를 10연패하는 인물로 나옵니다. 심지어 먹기 대회를 우승한 후, 집에 돌아가다 바로 시장에 들러서 입가심으로 고기국수 곱빼기 3인분을 더 먹는 괴력을 발휘하죠.

너무나 진지하게 음식을 만들고 평가하는 요리만화의 세계에 질린다면, 이러한 대식가 캐릭터들은 장르를 한번 뒤틀어주는 재미를 줍니다. 얼마나 맛있고 먹음직스럽게 만드느냐에서 얼마나 많이 먹느냐로 독자의 관심을 이끌어가는 셈이죠.

그런다고 그가 마냥 먹기만 할 줄 아는 것은 아닙니다. 음식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세밀한 부분을 놓치지 않는 그의 추리는 명쾌합니다. 택시회사에서 운전기사들이 계속 사고를 내자, 그 원인이 구내식당에서 내놓는 음식에 당분이 결핍되서 기사들이 저혈당에서 오는 쇼크 상태로 사고를 낸다는 것을 밝혀내는 추리처럼 음식과 연관을 맺은 추리는 흥미롭습니다. 단순히 음식과 연관을 짓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기존 추리소설에서 언급된 트릭을 음식 위주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것 역시 이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재미이기도 하고요.

이런 것은 천편일률적인 밀실살인이 대세를 이루는 <소년탐정 김전일>이나 트릭의 과도한 사용으로 혼란스러운 <명탐정 코난>에 물린 이들에게는 새로운 읽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그러나 이 작품의 문제는 역시 읽고 나면 덩달아 배가 고파진다는 겁니다. 사람이 죽은 사건 현장에서도 눈꺼풀 하나 깜짝이지 않고 맛있게 밥을 먹고, 야쿠자에게 잡혀서 죽기 직전에도 마지막 소원으로 밥을 먹게 해달라는 다카노를 보고 있으면 뱃속에서 절로 꼬르륵 소리가 납니다. 역시 최고의 반찬은 남이 맛있게 먹는 걸 보는 건가 봅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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