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 실체인가, 환상인가?
시간과 공간 실체인가, 환상인가?
  • 북데일리
  • 승인 2007.01.1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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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책 <우주의 구조>(승산, 2005)는 우주의 세계적인 끈이론 학자인 브라이언 그린의 시간과 공간의 진정한 모습을 알아내기 위한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전작인 <엘리건트 유니버스>가 우주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궁극의 이론을 탐구하기 위한 여정을 담고 있다면 <우주의 구조>는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시공간의 실체와 환상, 우주의 기원, 물리법칙의 통일성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초끈이론이 보여주는 시공간의 실체는 전혀 다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똑같은 우주에서 단지 물리법칙이 달라진다고 해서 시공간의 실체가 달라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뉴턴의 중력이론부터 만물의 이론에 가장 근접해있다고 하는 초끈이론에 이르기까지 시공간은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데, 고전역학의 관점에서 보면 시공간은 우주의 시작부터 끝까지 정해져 있다고 한다. 이것의 의미는 시간은 우리의 상식대로 흘러간 과거는 기억으로만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인 실체로도 존재한다는 것인데, 예를 들어 1975년 2월 24일 오전 3시에 일어난 사건은 시공간의 단면도에 새겨져서 우주가 끝날 때까지 변함없이 존재해 있다는 것이다.

미래의 어느 순간에 타임머신이 만들어져서 특정한 시간대로 갈 수 있다고 해도 사건에 개입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언제든 눈으로만 지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의 사건은 돌에 글자가 새겨지듯이 확정되었기 때문에 어떠한 방법을 써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하는 모든 행동들은 태초에 정해진 운명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며 여기에 인간의 자유의지가 개입할 여지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주에 대해 전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공간을 다루는 양자역학에서는 시공간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 양자약학의 시공간의 개념은 우리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하다. 이것을 제대로 설명하려면 양자역학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알아야 하는데, 일단은 가장 핵심이 되는 불확정성 원리에 의하면 시간과 공간은 더 이상 하나의 연속체가 아니다. 시간은 과거로부터 미래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나누어지지 않는 조각의 모임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조각과 조각 사이에는 틈이 있는데 그 크기가 너무 작기 때문에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불확정성 원리는 뉴턴에서 아인슈타인 까지 이어지는 시공간의 절대성을 붕괴시켰다. 고전역학과 달리 타임머신은 과거의 사건들을 바꿀 수 있으며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다. 정해진 운명 같은 건 없으며 미래는 인간의 의지로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우리는 현재의 결과로 이미 일어난 과거의 사실을 재구성 할 수 있다. 물론 실제로 과거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기억의 주관성 이라는 속성 때문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양자역학에서도 현재의 결과로 우리가 전혀 모르는 새로운 과거를 만들어내는 것을 허용한다고 한다.

현재 만물의 이론으로 가장 강력한 후보로 알려진 초끈 이론은 시공간의 실체를 무엇이라고 설명하고 있는가.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주의 기원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어내야 하는데, 초끈 이론은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시공간의 4차원이 아니라 11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4차원을 제외한 나머지 차원은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 공간 안에 말려들어가 있거나 거대한 막으로 둘러싸여져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우주론에서는 137억 년 전에 빅뱅을 통해 시작했다고 가정하지만, 초끈 이론에 의한 최신버전의 주기적 우주론에 의하면 무한한 초공간(물리학에서 무한이라는 개념은 의미가 없지만 현재의 과학수준으로는 초공간이라는 개념을 도저히 생각해 낼 수 없으므로 이런 상태를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에 무수히 떠있는 브레인(사각형 모양의 막)이 서로 마주보고 있으면서 1조년에 한 번씩 부딪히고, 거기서 발생한 초고온 상태에서 빅뱅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기적 우주론의 관점은 물리학의 영역을 벗어나서 불교에서의 윤회 사상을 떠올리게 되는데, 1조년이라는 기간 자체가 인간의 두뇌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에 의하면 초끈이론의 타당성이 현재의 기술로는 입증할 수 없지만, 초대형 입자가속기와 중력파 감지기로 10년 이내에 진위를 판단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적인 예측을 하고 있다.

저자가 책 전반에 걸쳐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우주를 구성하는 시간과 공간의 진정한 실체이다. 책의 끝부분에 가면 시공간은 물리적으로 실존하는 것이 아니라 환상일 수도 있다는 일반인에게는 황당하게 여겨질 만한 파격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데, 그것은 초끈이론의 여분의 차원과 관계가 있다. 우리의 우주가 초공간에 떠있는 브레인(막) 이라고 하면, 우주는 더 높은 차원의 그림자라는 설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극장에서 스크린을 통해 보여지는 세계는 2차원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스크린에서의 우주 역시 무한히 펼쳐져 있으며 어떤 방법을 써도 3차원으로 이루어진 현실세계로 빠져 나올 수 없다. 마찬가지로 4차원 시공간으로 이루어진 우리 우주 역시 5차원 이상의 초공간을 인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러므로 우리의 우주, 그 안의 시공간 역시 실체를 반영하는 그림자, 또는 환상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우주의 구조>는 시공간이 우주에 실재하는 것인지, 물리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추상적인 개념인지를 탐구하는 과정이다. 저자는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 -우주에 시작과 끝이 있을까? 아무것도 없는 진공상태가 가능할까? 시간은 왜 과거에서 미래로의 일방통행만 가능할까? 우주에 시간과 공간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우주는 왜 존재 하는걸까? 라는 문제에 대해 저자는 근원까지 파고든다.

19세기까지 인간의 존재이유와 삶의 목적, 영혼의 존재 같은 형이상학적인 질문들은 종교와 철학의 영역이었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으로 시작된 과학혁명은 인간의 지적수준을 상상할 수 없는 영역으로 올려놓았다. 머지않은 미래에 초공간의 실체가 밝혀지고, 시간과 공간의 진정한 실체가 규명된다면 인간이 오랜 시간동안 풀지 못했던 자연의 비밀들이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브라이언 그린은 물리학이 그 일을 해낼 거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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