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녀는 괴로워’ 원작과 어떻게 다르나
영화 ‘미녀는 괴로워’ 원작과 어떻게 다르나
  • 북데일리
  • 승인 2007.01.1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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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미녀는 괴로워>(서울문화사. 2007)는 원작 만화보다 최근에 개봉한 동명의 영화 때문에 더욱 잘 알려진 케이스입니다. 김용화 감독이 만들고 김아중이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는 개봉 1개월 동안 4백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는 `대박`을 터트렸으니까요. 영화는 원작의 에피소드를 참고만 하고 새롭게 스토리를 만듭니다. 일상생활 속 이야기를 다룬 원작과 달리 가수의 이야기로 옮겨서 시각적, 청각적으로 색다른 쾌감을 만들어내면서 영화라는 매체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게 됩니다.

▲ 미인이 된 칸나의 당당한 모습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칸나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가져와서 원작과 다른 새로운 내용으로 만듭니다. 그러나 원작 <미녀는 괴로워>는 칸나와 코스케의 사랑이라는 큰 줄기를 놓은 뒤 자잘한 일상의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진행시켜갑니다. 그리고 그 웃음의 포인트는 바로 전신성형으로 미녀가 되었지만, 칸나 본인의 이야기처럼 `촌닭근성`을 버리지 못한 칸나의 행동들입니다. 특히 칸나가 본인의 과거와 비교하면서 예전에는 할 수도 없었고, 상상조차 못했던 일들이 현실로 이루어질 때 그녀가 느끼는 쾌감은 독자들에겐 일종의 대리만족이기도 합니다. 카페에서 전망이 좋은 창가자리로 안내를 받고, 비가 오면 남자들이 앞 다투어 우산을 씌워주며, 길을 걸으면서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화려하게 즐기는 그런 일말입니다. 그리고 미녀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 하나에도 눈물을 흘리며 감격하는 칸나의 아이러닉한 상황은 곧이어 웃음을 유발시킵니다.

▲ 미인이 된 후 달라진 대접을 받는 칸나

하지만 <미녀는 괴로워>는 전신성형이라는 소재를 너무나 가볍게 다룬 느낌이 있습니다. 이 문제는 영화 <미녀는 괴로워>가 큰 성공을 거두고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다루어진 바 있는데, 과연 전신성형이 가능하냐? 만약 가능하다면 실제 영화처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의 변신이 가능하냐 라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만화 속에서 칸나는 저러한 문제에 대해 아무런 고민의 흔적도 없습니다. 실제 작가인 스즈키 유미코가 직접 성형수술을 경험했던 사람이고 작품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 일 텐데 그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좀 아쉽습니다.

원작의 칸나는 마치 자고 일어나니 느닷없이 어른이 되어있던 조쉬(영화 <빅>의 톰 행크스)나 네모(영화 <소년, 천국에 가다>의 박해일)와 비슷한 캐릭터입니다. 몸은 미인이 되었지만, 마음과 태도는 전혀 변하지 않았죠. 그리고 그런 그녀를 변화시키는 것은 그녀가 미인이 된 후 만나는 다양한 캐릭터들 덕분입니다. 당당한 천연미인인 나나코에게 미인의 자세를 배우고, 뚱녀지만 남자들 사이에서 순진한 척 양다리를 걸치는 마사요, 과거의 자신처럼 남자에게 무시당하고 이용만 당하는 하마코와 같은 캐릭터를 만나면서 그녀는 조금씩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 천연미인 나나코에게 무의식중에 복종하는 칸나

그러나 또 재밌는 것이 그런다고 칸나가 영화 속 한나(김아중)처럼 순진하고 착해빠진 캐릭터는 또 아니라는 것입니다. 만화의 주인공은 대개 선한 성격을 지니는 경우가 많은데, 칸나가 보여주는 선한 모습은 결코 그녀가 착해서가 아니라 그녀의 콤플렉스가 만들어낸 소심한 모습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래서 칸나는 천연미인인 나미코의 행동을 따라하면서도 끊임없이 위화감을 느끼고, 못 생겼으면서 남자를 농락하는 마사요를 보면서 분노와 부러움의 묘한 감정을 같이 느끼고, 과거의 자신과 같은 하마코를 보면서는 `왜 저러고 사냐` 라고 혀를 차면서도 결국 전력을 다해 도와줍니다. 그런데 이런 모든 행동이 `칸나가 착해서` 가 아니라 그녀의 과거 콤플렉스에서 비롯된다는 점이죠. 외모는 바뀌었지만 과거의 콤플렉스에서 비롯된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았기에 그러한 좌충우돌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 학생시절 자신을 무시하던 여자에게 분노하는 칸나

영화를 보고 <미녀는 괴로워> 원작에 흥미를 느꼈던 분들이라면 서점에 가서 조금 당혹감을 느끼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무슨 미녀 시리즈가 이렇게 많어? 스즈키 유미코는 1999년 <미녀는 괴로워>를 시작(일본 연재는 1997년)으로, 이후 <미녀를 누가 말려> <미녀 망가지다> <미녀는 못말려>와 같은 시리즈를 연이어 그려냈습니다. 물론 소재도 조금씩 다릅니다. <미녀는 괴로워>가 성형미인을 소재로 다뤘다면, <미녀를 누가 말려>는 연애에 대해 전혀 모르는 자연미인이 등장하고, <미녀 망가지다>에는 남자 앞에서는 연약한 척을 하지만 뒤에서는 담배를 피면서 호박씨를 까는 내숭미인을, <미녀는 못 말려>는 몸매는 좋지만 못 생긴 여자를 각각 등장시킵니다. <미녀는 괴로워>를 능가한다고 볼 수 있는 작품은 없었지만 다양한 여성 주인공을 등장시키면서 Case by Case로 여성들의 심리를 재미나게 표현해냅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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