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경제는 선택이다
[칼럼]경제는 선택이다
  • 아이엠리치
  • 승인 2008.03.2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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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일생에 수없이 많은 선택을 하며 살게 된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어디서 살까? 무슨 일을 할까? 어느 회사를 다닐까? 등...

 

선택을 할 때 사람들은 즉석에서 기분으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합리적인 판단 기준을 가지고 하게 된다. 즉, 자신의 경험과 지식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의견과 조언을 얻으면서 늘 새로운 결정을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선택한 나의 의사결정이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었느냐 하는 것이다. 본인의 판단에 의해서 구매를 했다가도 나중에 후회하거나 돈을 아까워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는 돌이켜 생각하니 비경제적이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고속도로로 갈까, 국도로 갈까를 결정할 때도 역시 우리는 비용과 효율성을 경제적으로 비교해서 선택하게 된다. 고속도로를 이용하게 되면 분명히 빠르게 목적지에 갈 수 있다. 그러나 통행료를 내야 한다. 통행료를 내고 갈 정도로 시간이 소중한 경우는 통행료가 하나도 아깝지 않다. 하지만 시간이 있는 사람의 경우 통행료를 내고 목적지에 도달했으나 별로 할 일 없이 다른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라면 국도를 이용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같은 돈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돈의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누구나 고민을 하게 된다.


경제적인 선택을 할 때 자신이 선택한 것이 잘못되어 다른 것을 선택했을 때보다 손해가 날 수 있거나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것을 우리는 ‘기회비용(opportunity cost)’라고 한다. 기회비용이 최소화되어 다른 선택한 것이 빛을 발할 때 현명한 소비자나 기업가가 되는 것이다.


국가가 경제적인 선택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성장 우선적으로 가는 것이 좋은 것이냐, 아니면 물가를 잡고 안정적으로 가는 것이 좋은 것이냐를 늘 재고, 결정하게 된다.


최근 물가안정이냐, 성장이냐. 동시에 달성하기 힘든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장고(長考)해 온 이명박정부가 성장 쪽에 경제운용의 무게를 두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올해 정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치는 3.3%선이었지만 최근 들어 입장이 바꾸어 물가 마지노선을 '3%대 후반'까지 용인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물가가 목표선에서 벗어나더라도 성장 드라이브를 거는 쪽으로 경제운용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성장률 목표치도 당초 공식적으로 밝힌 6.0%에서 5%대로 낮추었지만, 경제여건을 보면 5%대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재의 상황이기 때문에 물가 때문에 주춤거리게 되면 그나마 5%대의 성장도 놓칠 것이라는 판단인 것이다.


'성장 우선' 목표의 달성을 위해 강만수 경제팀은 내수(內需)보다 '수출'과 '투자'를 선택했다. 어차피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내수를 살리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계산이기 때문에 물가와 내수는 일단 후순위로 밀려난 셈이다.


대신 정부는 수출과 투자를 살리기 위한 정책조합(policy mix)을 선택했고, 그 정책조합의 핵심은 '원화 약세'와 '금리인하'가 될 전망이다.


수출을 위해선 원화약세 기조(고환율)를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고, 최근 정부가 고환율을 방치하는 것도 이와 같은 생각에 기초하고 있다는 분석으로 수출·성장을 위해 물가를 다소 희생시킬 수 있다는 복선이 깔려 있다. 기업투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감세(법인세 인하)와 수도권 규제완화 조치가 주된 수단으로 등장하게 된다.


현 정부는 국민들이 새정부 들어서서 경제가 살아났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살리기’는 이명박대통령의 기본적인 공약이었으며 정책방향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수출에서 중소기업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2%에서 32%로 10%포인트 급감했는데, 이 과정에서 수천 개 중소기업이 문을 닫거나 어려움에 처했다.


중소기업 수출이 늘고 채산성이 좋아지려면 원화 약세가 필수요건이다. 실제로 기획재정부 강만수 장관과 최중경 차관 라인은 원화 약세를 용인하는 듯한 자세를 취해왔다. 기획재정부는 환율만 달러당 1000원선 안팎에서 유지되면 올해도 두 자릿수 수출 증가율은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정부가 고환율을 유지하기 위해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시장개입과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지 않으면서 원화약세 기조를 유지하는 방법인 '금리인하'가 있다. 금리수준이 낮아지면 시중 통화량을 늘려 원화 약세를 유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업들 투자 분위기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가안정을 최대 목표로 하는 한국은행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쪽에선 이성태 한은 총재 개인의 성향이 금리인하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성장을 위해 좀 더 유연한 통화정책이 가능한데도 최근 한국은행이 물가에 집착해 금리를 계속 동결하는 것이 정부의 입장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쪽에서는 계속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을 하면서 간접적으로 한국은행의 입지를 좁히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한은 간 '금리 충돌'은 총선 이후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이미 성장 쪽으로 경제적인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어느 쪽의 주장이 맞는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되겠지만 어떤 선택이라도 반드시 부작용은 있게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부작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선택이 되느냐 하는 것이다. 경제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이영권 명지대학교 겸임교수 및 세계화전략연구소(www.bestmentorclub.org) 소장]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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