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밤 우주속으로 빠져볼래요?
긴 겨울밤 우주속으로 빠져볼래요?
  • 북데일리
  • 승인 2007.01.0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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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책의 표제인 <평행우주>(김영사. 2005)는 현재 우주론에서 가장 최첨단에 속하는 이론으로 과학에 문외한이 보기에는 SF소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비현실적으로 보여질 것이다. 저자인 미치오 카쿠는 만물의 이론에 가장 근접했다고 알려진 끈이론 학자로써 이 한권의 책에 우주의 탄생에서 종말까지의 과정을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초끈이론과 같은 물리학의 근간을 이루는 이론들에서부터 블랙홀, 웜홀, 타임머신, 초공간, 문명의 3단계론, 양자적 전이, 일류학적 원리와 같은 미래에 보다 중요하게 여겨질 중요한 개념들을 어려운 수학수식이 아닌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일상사의 비유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이어 과거 20세기와 21세기의 현재의 시점까지 발견되었거나, 아직 검증되지 않았지만 WMAP, LISA, LHC 와 같은 엄청난 정밀도를 자랑하는 첨단관측기계를 통해 가까운 시일 안에 진위가 들어나게 될 수많은 발견들을 쇼핑몰에 진열된 물건들처럼 쉴 새 없이 나열하고 있다. 기존에 물리학에 관심이 없는 독자들이라면 그 방대한 내용과 난해함에 절망할 지도 모르지만, 이 책은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가 아니다. 처음부터 정독해서 읽을 필요는 없으며, 자신에게 흥미 있는 내용부터 차근차근 읽어나간다면 인류 최고의 지성들이 발견해낸 지식들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끈이론 학자의 책인 만큼 전체적인 윤곽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각각의 이론들만으로도 책 몇 권은 간단히 넘어갈 만큼 복잡하지만, 여기서 두 가지 이론을 간단히 설명하겠다. 첫 번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과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발견으로 불리고 있으며, 불가사의한 힘으로 생각되었던 신비한 중력의 본질을 밝혀내고 시공간을 하나로 묶어내는데 성공한다. 아인슈타인은 시공간은 태초부터 멸망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굴곡도 없이 매끄럽게 흘러간다고 선언했고, 우주의 모든 분자들의 성분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다면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고 가정했다.

상대성이론의 방정식으로 블랙홀, 웜홀, 우주상수 와 같은 신비한 현상들이 도출되는데 우주상수는 발견당시에는 실수라고 생각했지만 70년 만에 다시 부활해서 우주의 종말에 대해 아주 중요한 변수로 여겨지고 있다. 두 번째, 막스 플랑크에 의해 창시됐다고 하는 양자역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영역을 다루고 있는데, 이론상의 기이함과 난해함은 상대성 이론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이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양자역학의 역설 중에 관측에 의한 파동붕괴를 들 수 있다.

원자핵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의 위치는 정확하게 관측할 수 없는데, 그것은 관측 장비의 불완전함이나 실수에서 빚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론 자체가 가지고 있는 필연적인 불확정성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양자역학이 내포하고 있는 세계의 진정한 모습은 그 전까지의 객관성과 확실성이 붕괴되고 확률로써 이루어지는 불확정성이 지배하는 기괴함으로 물리학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게 된다.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로 양자역학을 부정하지만 닐스보어와의 논쟁에서 패배한 이후로는 진리의 일부로써 받아들이게 된다.

저자가 책 전체를 통해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초끈이론과 M-이론으로 유도되는 다중우주에 대해서 과학과 공상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흥미 있는 사유를 전개하고 있다. M-이론에 의하면 우주는 11차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눈에 보이는 4차원(3차원 공간과 시간)외에 막으로 보이지 않지만 가까운 곳에 초공간이 있다는 논리를 전개한다. 그 거리는 몇 밀리미터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와 파동이 다르기 때문에 인식할 수는 없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주의 4가지 힘(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 중에서 유독 중력이 약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하버드 대학의 리사 랜들 박사에 의하면 중력이 약한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막 너머에 있는 5차원을 포함한 초공간 때문이라는 것인데, 중력은 우리 우주에서 뿐 아니라 초공간으로도 퍼져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빅뱅 이후부터 생겨난 중력파를 감지할 수 있는 LISA가 만들어지는 15~20년 후에는 실제적인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만일 리사 랜들의 이론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다중우주가 존재한다는 가장 확실한 근거가 될 것이다.

현재 만물의 이론으로 가장 유력한 끈이론 학자들 중에 상당수가 인류학적 원리를 믿고 있다고 한다. 현재와 같은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양성자, 중성자, 우주상수, 약력, 강력과 같은 요소들이 꼭 필요한 만큼 배합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확률적으로 거의 0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우주가 지금과 같이 만들어진 것은 의식을 가지고 있는 인류를 탄생시키기 위한 필연적인 결과라는 것이다. 지성체의 존재가 없다면 우주 역시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인데, 이것은 초월적인 신의 존재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여기에 대해 저자는 인류학적 원리가 물리학자들의 상상력 결여로 만들어낸 근거 없는 이론이라고 비판한다. 우리 우주가 생명체가 살기에 적당하게 세팅된 것은 신의 섭리가 아니라 수많은 다중우주들 중에서 몇 조년을 거쳐 진화한 결과 우리 우주가 우연히 그렇게 만들어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복권을 예로 들자면, 한 번에 당첨될 확률은 0에 가깝지만 몇 억년에 걸쳐서 계속 복권을 한다면 확률은 100%가 될 것이다.

저자는 우주의 멸망과 생명체의 멸망이 반드시 같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물리학에 의하면 우주는 500억년 후에는 절대온도에 가까워지는 빅프리즈가 일어난다고 한다. 이때가 되면 원자들조차 움직일 수 없어서 어떠한 정보교환이 일어나지 않는데, 만일 이 시기까지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다면 사고과정을 극도로 천천히 해서, 예를 들어 1+1=2 라는 계산을 1조년*1조년에 걸쳐서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오랜 시간이 자신에게는 마치 1초에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몇 조년에 걸친 시간이라면 기존의 우주에서 새로운 우주가 태어나는 양자적 전이를 일상생활처럼 경험할 수 있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예견하는 웜홀을 통해 생명체가 살아가기에 적당한 새로운 우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저자는 초공간으로의 탈출이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다. 이런 논의는 현재로써는 전혀 현실성이 없는 공상의 영역이라고 치부될 수 있지만, 미래의 극도로 발전한 문명에서는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게 되면 물리학자들이 딱딱한 수식만 연구하는 고리타분한 사람들이 아니라 SF영화와 같은 참신한 상상력을 갖춘 사람들이라는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될 것이다. 열역학에 의한 에너지 소모를 통한 문명론으로 보자면 현재의 인류는 3단계 문명 중에서 아직 1단계 문명에도 못 미치는 0.7단계라고 한다. 초끈이론의 최신버전인 M-이론은 이론물리학의 끝이 아니라 1단계 문명에 이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인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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