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변이, 그 흥미로운 세계
돌연변이, 그 흥미로운 세계
  • 북데일리
  • 승인 2007.01.0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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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돌연변이>(해나무. 2006). 이 책의 원제는 ‘Mutants’이다. 역사 속의 문헌에서 돌연변이가 어떤 식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기형이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서 발생생물학의 관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책의 구성은 신체의 부위별로 돌연변이들을 그림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데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난 이들의 기형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여러 가지 형태의 돌연변이들을 보여주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몸의 일부분 혹은 전체가 붙은 결합쌍생아, 신화 속의 괴물을 연상하게 하는 외눈박이, 손과 발이 자라지 않는 해표상지증, 온 몸에 털이 나는 배내털과다증, 피부색이 하얘지는 백색증과 같이 기형이라 여겨지는 증상들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한 실험을 설명한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태내 배아형성 과정에서 분자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겼으며, 이런 기형은 운이 없는 극소수의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유전적 결함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정상과 비정상의 이분법으로 설명할 수 없는 확률상의 문제라는 것이다.

외눈박이를 예로 들면, 태아의 배아에는 소닉 헤지호그라는 아주 중요한 세포가 있는데, 이것은 뇌를 2개로 나누고, 눈, 귀, 코 같은 얼굴의 윤곽을 비율에 맞게 설계하는 역할을 한다. 태아 배아세포는 아주 작은 외부의 자극이나 비정상적인 화학물질의 영향으로도 분자장치에 손상을 입힐 수 있고, 그 중에서도 소닉 헤지호그에 이상이 생기면, 외눈박이 같은 치명적인 기형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돌연변이는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가지고 있는데 적은 사람은 190개, 많은 사람은 350개 정도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경미한 증상부터 목숨을 빼앗을 만큼 치명적인 증상까지 다양하다고 한다.

저자가 돌연변이를 보는 시각은 “우리는 기이한 사례를 연구해야 한다. 왜냐하면 자연 속에서 변이가 관찰되고 그 원인이 규명되어 있다면, 우연히 발견되는 수준까지 인위적으로 자연을 만들어가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라는 이 문장 안에 명쾌하게 드러난다. 즉 책 속에는 돌연변이 속에 들어있는 자연법칙을 이해 할 수 있다면 세계를 원하는 방향으로 재건 할 수 있다는 믿음이 드러나 있다.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 중에 성이 빠질 수 없다. 사회적으로 큰 관심이 대상이 되는 동성애는 어떤 원리로 생겨나게 되는 것인가. 여기에 대해 저자는 동성애는 환경의 요인보다 태아 배아세포에서의 분자장치의 결함으로 생긴다고 보고 있다. 인간의 성은 여성의 X염색체가 남성의 Y염색체에 지배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것의 의미는 남자가 여자보다 우월하다는 증거는 아니며, 진화적 우연에 의해 Y염색체가 성 결정에 있어 지배적이 됐다는 견해를 밝힌다.

배아세포에서 Y염색체상의 SRY라는 영역에 손상이 생기면 몸은 남성이지만 유전적으로는 여성의 특성(반대의 경우도 가능)을 갖게 되면서 성 정체성에 혼란이 오게 된다고 한다. 성 정체성의 혼란은 놀라운 사실을 암시하는데, 눈으로 보이는 외모는 여성인데 유전자 속에 새겨진 진정한 성이 남성이라면 외부 환경의 어떤 압력이 있더라도 눈으로 보기에는 동성인 여성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외과시술을 통해서는 고칠 수 없고 문제를 일으키는 분자장치를 고쳐야 하는데 아직까지 정확한 매커니즘을 알지 못하므로 사회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저자는 문화인류학의 모든 연구결과들이 분자유전학에 의해 설 자리를 잃게 됐다는 견해를 밝힌다.

사람들은 누구나 장수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노화가 자연적인 과정이 아니라 헌팅턴병, 암, 알츠하이머 와 같은 유전자 질환에 의해 일어나는 병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병이기 때문에 고치는 것이 당연하며, 원인이 밝혀지면 지금보다 2배 이상 사는 것도 꿈은 아니라고 한다. 저자는 현재로써는 장수하기 위해서는 노화유전자를 발견하는 것보다는 칼로리 제한이 효과적이라는 암시를 하고 있는데, 초파리 실험의 결과는 칼로리를 제한할수록 수명이 늘어났다고 한다. 여기에는 물론 최소한의 생명유지를 할 수 있을 정도의 한계선은 있겠지만 인간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고 한다.

장수를 하기 위한 또 하나의 조건은 성에 대한 욕구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최근의 연구는 장수한 사람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자녀의 수가 적었다고 한다. 이것을 요약하면 노화유전자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현재의 기술로는 발견하기 힘들고 응용에도 문제가 있으므로 실용적인 선택은 아니며, 그것보다는 성에 대한 욕구를 줄이고 칼로리를 제한하는 소박한 삶이 장수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변이에 대한 것이다. 무엇이 사람 사이의 차이점을 만들어 내는 것인가. 예전부터 인종은 사람들 사이의 차이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차이라고 인식되어 왔고, 우생학의 관점에서 백인은 우월하고 흑인은 열등하다는 잘못된 관점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실제적으로 사람 사이의 차이를 가르는 것은 태어날 때부터의 배아세포상의 유전적 돌연변이라는 것이다. 분자유전학의 관점에서의 차이는 인종적 차이와는 무관한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인종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미에 대해서도 흔히 사람들이 말하듯 지역에 따라 특수성이 존재하고 미적 기준을 논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주장에 대해 반론하면서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서 보편적인 기준이 있다는 견해를 밝힌다. 저자는 미의 보편성은 신체적 아름다움에서 나오는데, 그것은 단순히 보는 이를 감탄하게 하는 균형 잡힌 얼굴, 조화로운 골격이 아니라 비가시적인 영역에서 신체의 변이를 일으키는 돌연변이가 존재하지 않게 하는 유전자의 건강함에서 나온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저자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인간의 변이를 일으키는 수 많은 돌연변이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책을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리 자신에 대해서 무지한 것만큼 두려운 일은 없으니까 말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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