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오늘 이야기할 작품은 마사유키 하야시의 <극락 사과군>(시공사. 2001)이라는 다소 생소한 작품입니다. <극락 사과군>이 국내에 출간된 것은 2001년 7월입니다. 당시 사회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던 엽기코드에 발맞추어 과감하게 출간되었죠. 그러나 평범하게 책을 집어 들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정신세계를 갖춘 작품인지라 큰 인기를 모으지 못하고 절판되어버렸습니다.
<극락 사과군>의 주인공은 작품 제목처럼 `사과군` 입니다. 사람이 아니라 실제 사과입니다. 작품의 곳곳에 등장해 생뚱맞게 `거짓말이지만`을 외쳐대는 사과군의 존재는 처음 보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게다가 작품의 외부에서 이야기를 관조하던 사과군이 사람들과 멀쩡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거짓말을 진실처럼 태연하게 나누기 시작하면 사실과 농담의 경계마저 허물어져버립니다.
<극락 사과군>의 유머는 간단합니다. 말장난이거나 거짓말입니다. 작품의 첫 에피소드에서 한 여학생은 학교 선배에게 `마음이 있었는데 찔러보지 못했다` 라며 수줍게 고백을 합니다. 그러자 선배는 주저 없이 죽도를 들고 여학생을 `찔러`줍니다.
그것이 아니면 주인공 사과군은 세상의 모든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곧이어 거짓말이라고 말을 합니다. 사실 말로 읽어서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림으로 본다고 해서 이해가 갈 수 있는 작품도 사실 아닙니다.
이 작품의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 구조를 따라 갑니다. 순진한 스님인 오쇼와 사고뭉치 제자 란마루가 벌이는 사건들, 여기에 이해불능의 캐릭터인 사과군이 가세하는 본 내용에, 사과군이 그와 같은 과일 혹은 물건 친구들과 벌이는 자잘한 에피소드인 <가라 사과군>이 부록형식으로 들어갑니다.
오쇼와 란마루가 벌이는 사건들이 농담과 오버로 점철된다면, 사과군의 친구들이 벌이는 에피소드는 `생활의 발견`에 가깝습니다. 자신이 삶은 계란인지 날계란인지 고민하는 달걀군, 맨날 얻어터지는 현실에 슬퍼하는 야구공군, 비닐 옷이 벗겨지지 않아서 좌절하는 소세지군등 일상생활에서 사물을 보면서 발견해내는 자잘한 코드를 유머로 재활용합니다.
억지스러운 생각일지는 모르지만, 이 작품을 읽다가 문득 <매트릭스>의 네오(키애누 리브스)랑 사과군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버렸습니다. <매트릭스>에서 현실이라 믿어온 세계는 사실 `매트릭스`가 만들어낸 가상현실이었고, 실제 현실은 어둡고 음습한 세계에 불과합니다.
<극락 사과군>에서는 사과군이 네오처럼, 그와 비슷한 물건 캐릭터들이 모인 현실과, 인간들과 어울리는 현실을 자유자재로 오갑니다. 어느 쪽이 `Real World` 일까요? 그것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사과군은 자신의 모든 행동과 말을 거짓말이라고 하며 부정합니다. 사과군은 얼핏 보기엔 단순한 코믹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자아(自我)를 부정하면서 세상의 부조리함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캐릭터입니다. 아 물론......
`거짓말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