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려야 할까 내려야 할까
금리 올려야 할까 내려야 할까
  • 아이엠리치
  • 승인 2008.02.2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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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는 돈의 값이다. ‘금리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돈의 가치가 높고 빌리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고, ‘금리가 낮다’는 것은 돈의 가치가 낮고 빌리기가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 미국의 경제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자 미국은 금리를 재빨리 낮추어서 3%을 유지하고 있다. 경기가 하강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 미국의 발 빠른 움직임이었지만 생각만큼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서브프라임 부실의 규모가 예상보다 더 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결국 다시 경기가 침체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고 또 다른 금리 인하 조치를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같이 금리의 인하는 경기를 부양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하게 되며 반대로 금리인상은 과열된 경기를 압박하면서 물가상승 요인을 죽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경제상황은 어떤 쪽의 처방을 내려야 할지 진퇴양난의 기로에 서있다고 할 수 있다. 경기의 불확실성과 물가상승 압력이라는 틈새에 꽉 끼어 있는 것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2월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를 5%로 동결하기로 결정이 내려진 후 기자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커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한편으로 해외로부터 오는 경기하강 가능성이 실제로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모두 고려해서 균형을 잡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균형’이라고 표현을 했지만 경기흐름과 대내외 여건, 금융시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자신있게 방향을 설정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고민을 담은 표현이다. ‘시계(視界) 제로’인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통화정책을 펴는 것은 위험부담이 워낙 커 조금 더 관망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렇다고 3월이나 4월에 안개가 말게 걷히면서 시계가 탁 트일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에 콜금리 동결 기조가 상반기 내내 지속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하지만 자금시장 참가자들과 해외 투자은행(IB) 등은 시점이 문제일 뿐 결국 한은이 콜금리 인하 쪽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국내 경기가 상승기조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대외요인으로 인해 하방리스크가 커졌다는 점은 관계 당국자들도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이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한 4.7%보다 좀 더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경기의 ‘하강’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말을 했다. 이것은 경기가 상승 기조를 유지하지만 앞으로 이러한 기조가 계속 이어질 것인지, 아니면 좋지 않은 쪽으로 흐를지,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가도 만만치가 않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작년 12월 3.6%, 올해 1월 3.9%로 한은의 중기억제목표 상한선(3.5%)을 넘어섰으며 상반기에도 이러한 높은 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상승폭이 둔화될 것으로 한국은행은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물가급등세의 이면에는 원자재 가격급등에 따른 비용 압력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압력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인플레 기대심리를 자극해 물가상승률이 고착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걱정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가와 경기 가운데 어느 쪽의 위험이 더 큰 것인지 판단을 내려야 하겠지만 현 단계에서 한국은행의 시각은 저울이 팽팽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쪽이다. 만약 한쪽으로 무게가 급격히 쏠리면 한은도 곧 바로 액션을 취할 공산이 크다.


일부 투자은행(IB)은 한국은행이 상반기 중에 두 차례 콜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외 금리차이 확대로 인해 채권시장에 달려든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은이 콜금리를 낮춰주면 챙길 수 있는 이익이 더 커지기 때문에 콜금리 인하를 더 기대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기대 이면에는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과 세계 경제의 성장률 둔화, 그에 따른 교역신장률의 하락 등으로 한국 경제도 성장률 둔화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한다. 물론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보여 진다. 또한 미국과 영국이 정책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유럽중앙은행(ECB)도 이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한국은행이 계속 상대적 고금리를 고수하면서 국내외 금리차이 확대를 방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한몫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한국 경제의 상승기조가 확연히 꺾이고 하강국면에 접어드는 것이 감지돼아 한다. 물론 아직은 그러한 신호가 잡히지 않고 있어 당국자들의 입장도 아주 신중한 것이다.


한국은행도 콜금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인플레 우려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경기 흐름이 나쁜 쪽으로 치닫는다는 확신이 서야 한다. 하지만 아직은 그렇게 판단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2004년 연 3.25%까지로 콜금리를 낮게 유지하면서 부동산가격 급등을 경험했던 한국은행으로서는 콜금리 인하 압력이 커지더라도 버틸 수 있는 데까지는 버텨보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한국의 경제가 70% 이상 해외에 의존되어 있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의 경기가 하강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경제 홀로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데 분명한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여 진다. 이 때문에 조만간 경기침체를 미연에 막기 위한 금리 인하 조치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이영권 명지대학교 겸임교수 및 세계화전략연구소(www.bestmentorclub.org)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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