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맞춤 스피치를 구사하라
고객 맞춤 스피치를 구사하라
  • 아이엠리치
  • 승인 2007.12.31 10: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 사기(史記) 소진열전(蘇秦列傳)에 신의(信義)를 중요하게 여기던 노(魯)나라의 미생(尾生) 이야기가 있다.


중국 춘추 시대에 미생이라는 사나이가 마을 다리 밑에서 사랑하는 여인과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약속한 날이 되어 미생은 약속장소인 다리 밑으로 가서 애인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는 것이었다. 이러다 말겠지 싶었으나 계속 쏟아 붓는 비는 하늘이 뚫린 듯 심상치 않게 퍼붓고 있었다. 다리 밑의 물은 갑자기 험악해지면서 마구 소용돌이치고 수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를 본 동네 사람들은 미생에게 빨리 나와 피하라고 소리쳐 주었다. 그러나 미생은 한결같은 마음을 보여주기 위해 끝까지 이 자리를 지키겠노라고 마음먹었다. 무섭게 내리는 비를 보고 여인은 집에 있을 수밖에 없었으나 미생은 끝끝내 다리 밑의 자리를 지키다 그만 물에 휩쓸려 죽고 말았다. 물이 빠진 뒤에 미생이 교각을 붙든 채로 죽어있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발견되었다.


융통성이 없는 고지식함으로 인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게 된 경우라면 비웃음만 살 뿐이다.


이러한 일화를 두고 “이런 미생지신(尾生之信)같으니라고”라는 말이 ‘융통성 없는 사람’, ‘앞뒤가 꽉 막힌 사람’, ‘미련 곰탱이같으니라고’ 라는 의미로 쓰이게 됐다. ‘한결같은 성실성’이 통할 때도 있지만 성실성만이 승부의 전부를 걸 수는 없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미련한 고집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요즘 서점가에 보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00 몇 가지 법칙’ 들이 대 유행이다. 물론 이대로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러한 모든 것들이 참고사항일 뿐이지 전부는 아니다.


어느 날 서양식 매너와 서비스스피치가 잘 돼있다는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에 간 적이 있었다. 여자 후배와 들어가게 되었는데 아침을 늦게 먹어서 점심을 가볍게 샐러드로 하자는 의견에 우리는 그 레스토랑을 찾게 되었다.


예쁜 앞치마유니폼을 입은 종업원이 웃으며 맞아주었다. ‘역시 교육이 잘 되어 있는 미국체인레스토랑은 다르구나’라는 느낌을 서로가 공감하며 음료수와 샐러드 한 접시를 시켰다. 그러나 그 종업원은 오늘의 메뉴를 소개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저마다 “아, 됐어요. 오늘은 샐러드만 먹을래요”하며 거절했다. 그러자 종업원은 몇 걸음 나가더니 다시 돌아오며 “저, 그런데 손님. 오늘의 주방장 특선 메뉴가 아주 좋은데요. 한번...” 그러자 내 후배는 “아니요. 샐러드만 주세요” 하며 거절했다. 그러자 그 종업원은 “네, 알겠습니다. 손님. 그런데 오늘의 주방장 특선 메뉴는...” 하고 말하는 것이 완전히 교육받은 매뉴얼대로의 멘트를 외워 읽는 것이었다.


다혈질인 내 후배는 “아니, 샐러드만 먹겠다는데 왜 이래요?” 하며 센 음성이 나왔다. 그러자 종업원은 “네,. 손님. 그런데 너무 괜찮은 오늘의 메뉴라 권해드리는 겁니다. 한번....” 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우린 그냥 벌떡 일어나 나갈 수밖에 없었다. 언제까지 이 멘트를 들어줘야 할지 특선메뉴인지 뭔지를 시키지 않으면 샐러드는 죽어도 못 먹을 판이었다. 걸어 나오면서 당찬 내 후배는 매니저를 불러 한마디 했다.


“샐러드만 먹으면 손님이 아닙니까? 다른 것은 먹기 싫다는데 왜 자꾸 강요하는 거예요?”


내심 ‘교육받은 대로 하려고 끝까지 하려는 것이군’하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초보 종업원으로서 배운 대로 끝까지 해보려는 미련한 성실성의 자세가 오히려 안타까웠다.


사람이 살아가는 상황은 모든 변수를 동반하고 있다. 또한 그래야 한다. 로버트나 기계가 아닌 이상 우리의 여러 가지 상황의 변수들은 지극히 인간적이며 살아갈 맛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정해진 기본 사항이라든가 기초적인 법규들은 있어야 한다. 이것이 토대가 되어 활용할 가치로 만드는 것은 전적인 사람의 할 일이며 몫이다. 모든 법칙들을 융통성 있게 또 상황에 맞게 재활용하자.

 

[타니아리 방송인/스피치 &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