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실수담이 준 '경청의 중요성'
아찔한 실수담이 준 '경청의 중요성'
  • 아이엠리치
  • 승인 2007.12.2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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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 팝송 프로그램의 DJ를 할 때였다. 음악프로그램에서 사연이나 신청곡을 홈페이지나 문자메시지 SMS로 보내던 시절이 오기 전이니 생방송의 경우 청취자와의 소통 도구는 전화나 팩스가 전부였다. 그 프로그램의 구성상 정해진 시간이 되면 생방송답게 청취자 전화신청을 받아 약간의 이야기를 나누고 신청곡을 즉석에서 틀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PD는 전화가 아직 오지 않았으니 다음 멘트를 읽으라는 수신호가 정면에서 어른거렸다. 그래서 급히 원고를 찾는 찰라에 PD는 손사래를 쳐대며 전화가 왔으니 연결하겠다는 급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원고를 보느라 고개를 숙인 나는 그의 몸동작을 보지 못했고 전화연결을 하겠다는 신호와 함께 엔지니어는 습관대로 전화를 생방송으로 그냥 연결을 해버리고 말았다.

 

이 순간의 상황들로 인해 나는 너무나 당황스러웠고 그제서야 앞의 상황을 본 나는 당황하는 내색을 감추며 자연스럽게 전화연결로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나의 눈은 PD와 엔지니어를 향해 찡긋거리고 있었으며 이 북새통에 거의 다른 생각으로 온통 머리가 뒤섞여있었던 것 같다.


“아, 전화가 들어왔군요. 어디에 사시는 누구십니까? 뭐하시는 분이세요?”


“이름은 김00구요. KTF 다닙니다.”

하지만 머리가 엉켜있던 나는 잘못된 경청을 시작하고 있었다. 순간 완전 100% KFC로 들어버렸던 것이다.


“어머 그러세요? 근무 중에 전화를 주셨네요. 근데 말이죠. 전화가 연결된 김에 평소에 궁금했던 건데요. 그 닭 양념이란 거 매뉴얼대로 어디에서나 딱 맞게 하나요?”


“네?”

“아니 그러니까요. 호호호. 제가 튀김종류를 좋아하거든요 치킨이야 뭐 거기가 원조 아닙니까?”


“.....”


“ 말씀을 아끼시는 분인가봐요. 김00님, 어떠세요? 회사는 즐거우신가요?”


“네. 만족하고 있습니다.”


“닭도 많이 드세요?”


“네? 아니. 저.......”


“수줍음을 많이 타시는군요. 호호. 김00님, 신청곡은요?”


그제서 입을 떼는 청취자 김00님.


“아, Air Supply 의  Here I Am입니다.저, 그리고요. 제가 다니는 곳은 KTF인데요. KFC로 들으신 것 같네요.”


“하하하. 아하 그렇군요. 네 네, 감사합니다. 김00님.”


그제야 정신이 든 나는 순간적으로 음악을 틀어버렸다. 수습이 안 되는 이 상황에서 음악밖에 나를 가려줄 수 있는 것은 없었기 때문에. 음악이 나가는 동안 줄곧 식은땀이 흐르고 이 창피함을 어디에다가 묻어버려야 할지 난감했다. ‘전국방송인데... 어쩌면 좋은가. 이 난국을!’ 유리창 밖의 PD와 엔지니어는 배를 잡고 웃는데 그 모습이 너무 얄미웠다.


경청은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대인관계, 프리젠테이션, 리더십, 자기계발, 학습향상, 이미지메이킹, 설득 그리고 사회생활 전 분야에 걸쳐 가장 기본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관심, 친절, 노력 등이 선행되지 않고는 그 무엇도 진척해 나아갈 수가 없다. 인간관계의 기본이면서도 가장 최고수의 자세이다.


똑같은 말도 한입 건너갈진댄 희한하게 각색되어 돌아다니게 된다. 한 사람의 말로 인해 화근이 되어 서로 싸우고 다투고 원수지간이 되는 경우를 우리는 허다하게 접한다. 협상이나 회의, 토론에서도 경청을 얼마만큼 제대로 하느냐에 따라 짧고도 질 높은 시간을 창조할 수 있다.


상대의 말을 전체 다 숙지하지 않고 한 부분만 낚아채서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거나 어느 한 단어에 대해 물고 늘어지는 경우 역시 흔히 보는 사례이다. 조직을 활성화시키고 자신의 품격을 높이는 경청에 대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봐야 한다.

 

[타니아리 방송인/스피치 &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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