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가게 평정' 한 아줌마의 상술
'샌드위치 가게 평정' 한 아줌마의 상술
  • 아이엠리치
  • 승인 2007.12.03 0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일의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Jurgen Habermas: 1929~)는 1999년 4월 첫 한국 방문 시 해인사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마치 한 사람이 새긴 것 같은 대장경판을 만들어낸 한국인의 정신적 저력은 정말이지 대단합니다.” 라며 해인사 입구 돌무덤에 돌맹이를 정성스럽게 올려놓고 떨어질 새라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며 아이들처럼 좋아했다.


아기처럼 순수한 표정의 마음씨 넉넉한 할아버지, 하버마스은 현대사상의 흐름의 고비 고비마다 우뚝 서있어 온 세계적인 석학이다. 인간이 잘 먹고 잘사는 세상으로 넘어오면서 “이제 좀 살겠다”라고 할 그 때에 그는 그 이상의 무언가에 대해 우려가 섞인 비판을 가하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의 인생성공 목표는 돈 많이 벌어 잘 사는 것이다. 성공의 기준은 단연 돈. 즉 부유한 삶이다. 그런데 그는 그것에 대해 무엇이 못마땅해 비판하고 나섰을까. 철학적인 담론은 머리카락 쥐어뜯어야 하는 단어들의 나열들로 기가 죽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런 저런 어려운 기조들은 다 차치하고라도 그의 팔팔 뛰는 진리를 들여다보면 진정한 행복추구의 길을 제시하려는 고마움이 서려있다.


잘 먹고 잘사는 생활, 소위 가난을 떨쳐버리고 나서 그 이후는 하나의 조건 속에 인간은 얽매이고 허덕이게 된다는 것. 인간은 가난하지는 않지만 결코 ‘성숙’할 수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그는 어떤 행동과 생각이 올바르게 되려면 모든 인간들이 서로 통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것이 가능한 근거는 인간이 ‘말’을 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바로 이것이 우리인간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겨우 이거야?”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 석학의 결론은 단순하게 보인다. 그러나 진리는 오히려 산소 같은 평범함 속에 흐르고 있는지 모른다.

 

인간의 ‘말’이야말로 진정 인간다움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 우리가 무심코 내뱉고 생활해나가는 편리한 도구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그 이상의 가치를 망각하기 쉬울 뿐이다. 내가 말한 말은 내 자신을 책임져야 하며 그에 맞는 태도를 확신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서로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말 속에서 인간이 올바르게 정립될 수 있다. 이런 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단지 떠다니는 말일뿐 진정한(영혼이 담긴) 말로써 거듭나지 못한다.


일상생활에서 오고 가는 우리의 말. 이 말의 홍수 속에서 그 뿌리를 두고 거기에서 합의되어 나온 시민의 정당한 요구들을 전 사회적으로 실현하는 절차가 밝혀져야 한다고 하버마스는 강하게 외치고 있다. 그래서 진정한 민주주의의 뿌리는 곧 “‘사람의 말’이라고 도장 찍 듯 강한 결말을 맺는다.


필자가 일하는 방송사 앞에는 하루 중 아침출근시간에만 잠깐 볼 수 있는 토스트포장마차가 있다. 직장인들 출근시간이 끝나는 동시에 포장마차도 사라진다. 그 잠깐의 시간동안 주인아줌마는 그 주변의 샌드위치 가게들을 다 물리쳤다. 도대체 무슨 힘으로?


그 아줌마는 오는 손님을 기가 막히게 기억하고 이야기를 건넨다. 아침에 자식들 도시락 싸주느라 이리저리 눌리고 헝클러진 엄마의 머리처럼 그대로 헝클어진 채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얼굴은 마냥 밝았고 꼭 한마디씩 건네주었다. 그냥 이야기도 아니고 지난 번 만났을 때와 연결 지어 그 사람에 맞는 이야기를 해준다. 그 짧은 시간 정신없이 샌드위치를 팔면서도 어느 회사에 다니는 정도까지 맞춘다. 대단한 관심과 기억력이 아닐 수 없다. 그야말로 프로정신이다. “오늘은 늦으셨구려?” “아니, 얼굴이 안됐네. 스트레스 많이 받나벼?” “오늘 패션 아주 좋구먼.” “어떻게 해드릴까? 아, 지난번에 4등분으로 잘라달라고 했죠?” 이런 식이다.


그저 한마디 겨우 건넬 뿐인데 맞춤식 스피치로 그 아줌마는 세련되게 문을 연 샌드위치 가게들을 다시 문 닫게 만들었다. 푸근한 정을 전해주는 아줌마의 한마디는 강력한 자석에 들러붙는 쇠붙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우리는 가난해도 인간다울 수 있고 부유하지만 결코 인간답지 못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물론 그 이상도 있을 수 있다. 어떠한 삶이든 우리본연의 인간성은 잃지 말아야한다.


[타니아리 방송인/스피치 &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