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 논개 계월향...세상을 움직인 명기들
황진이 논개 계월향...세상을 움직인 명기들
  • 북데일리
  • 승인 2006.11.2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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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대중문화계에 이른바 ‘황진이 열풍’이 불고 있다. 드라마 ‘황진이’(KBS)가 인기리에 방영 중이며, 송혜교 주연의 동명 영화는 내년 2~3월 개봉을 목표로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뮤지컬 ‘황진이’(스탠딩컴퍼니 제작)는 11월 25일부터 한 달간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사실, 황진이를 소재로 삼은 건 출판계가 먼저였다. 소설가 김탁환과 전경린은 각각 역사소설 <나, 황진이>(푸른역사. 2002)와 <황진이>(이룸. 2004)를 펴냈다. <황진이 - 정비석의 역사인물소설 1>(열매출판사. 2006)은 최근 드라마 방영 시기와 맞물려 출간된 책이다.

황진이가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기녀로 꼽히긴 하지만, 당시의 명기(名妓)가 비단 그녀뿐이랴. 총 4장으로 구성된 책 <여인열전>(아세아문화사. 2006)은 2장 ‘기생열전’에서, 개성기생 황진이부터 함흥기생 만향까지 조선시대의 명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기생들은 근대사회가 출현하기에 앞서서 두 가지 역할을 했다고 한다. 하나는 대감들의 재물을 탕진시킴으로써 그들을 자본주의 사회의 무능력자로 만든 것이요. 다른 하나는 조혼의 굴레를 뒤집어 쓴 하이칼라(예전에, 서양식 유행을 따르던 멋쟁이를 이르던 말) 서방님들에게 자유연애를 체험케 한 것이다.

또한 기생들은 전통 예술의 계승 보존자로서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전통춤 ‘승무’ 역시 황진이에게서 비롯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황진이가 지족선사를 유혹하기 위해서 춘 춤이 바로 승무라고.

의주기생은 칼춤솜씨, 제주기생은 말을 잘 타기로 유명했다. 정조 때의 문신 신광수가 푸른 물결 위에 금빛 채찍을 휘두르는 제주기생과 꽹과리를 치면서 칼을 휘두르는 의주기생을 시로 읊어서, 찬양했을 정도다.

임진왜란 때는 자신의 용모로 왜적을 유혹, 그를 죽음으로 몬 의기(義氣)들이 등장했다. 진주기생 논개, 평양기생 계월향 등이 대표적인 인물. 가산기생 연홍은 홍경래의 난이 일어난 당시, 군수의 아우를 치료해서 살리고 군수 부자의 시체를 거두어 염했다. 평양시민들은 연홍이 죽은 후, 기생으로서 능히 대의를 지켰다 하여 의열사(義烈祠 : 계월향을 기린 사당)에 함께 배향했다고 한다.

<여인열전>은 이처럼 다양한 여성들의 삶을 흥미진진하게 재구성한 책. 가부장제의 굴레와 일제의 가혹한 통치 아래 자신의 삶을 찾으려던 신여성들의 이야기, 근대사회로 진입하면서 매매춘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에 맞춰 변화한 조선 기생들과 새로 등장하는 일본 게이샤들, 여염집 부녀자들의 애환 등 다채로운 여성사 관련 글들을 수록하고 있다.

이는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였던 故 임종국이 ‘여인열전 - 여성, 세상을 열다’는 제목으로 여성지에 연재했던 글들을 엮은 것. <여인열전>은 친일 행적 발굴을 파헤치는 데 평생을 보낸 그의 업적을 기리고자 기획된 ‘임종국 선집’의 7번째 책이기도 하다.

(사진 = 방송 장면)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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