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의 13대 사장 그렉 다이크는 2003년 이라크전 당시 대량살상무기의 존재 여부를 놓고 블레어 총리와 대립하다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그가 해임 되자 수천 명의 BBC 직원들이 거리로 뛰쳐나가 지지시위를 벌인 것은 널리 알려진 일화. 그러나, 그는 사건 경위에 대해 지금까지 입을 닫고 있었다.
영국 최대 출판그룹인 하퍼 콜린스가 계약금으로 50만 파운드의 거액을 제시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거대한 딜 후에 태어난 책이 2004년 1월 말, BBC에서의 마지막 사흘간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책에서 그렉 다이크는 외신을 통해 단편적으로 들어 알고 있는 BBC 사태의 전모를 파헤친다. BBC 사장직에서 물러나는 계기가 된 ‘길리건 사건’에 대해 되짚어보고 그 진실에 대해 폭로한다. 이어 BBC의 경영 혁신 과정, 문화변역운동의 실체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BBC 사장이 되자마자 큰 반대를 무릅쓰고 뉴스 시간대를 9시에 10시로 옮겨 9시와 10시 시간대 시청률을 끌어올린 그렉 다이크. 그는 비용 절감에 돌입해 취임 당시 24%에 이르던 간접비 비율을 12%로 줄이고 절감한 돈을 텔레비전 방송 제작에 쏟아 부었다. 어린이 채널 두 개(CBeebies 및 CBBC)와 청소년을 위한 네트워크(BBC 3채널), 문화 네트워크(BBC 4채널)등 총 4개의 디지털 방송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BBC 전체 시청률까지 높인 이런 개혁과 실천력은 무엇보다 내부 직원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얻게 했다. 그는 BBC 사장이 될 당시, 과거에 노동당에 5만 파운드 헌금을 했던 일이 도마에 올랐을 정도로 열렬한 노동당 지지자였다. 그런 그가 이라크전 관련 오보 사태를 둘러싸고 토니 블레어가 이끄는 노동당 정부에게서 받은 배신감은 말할 수 없이 컸다. 책에서 그는 자신이 느낀 울분을 털어놓는다. 자신을 해임하는 데 앞장선 토니 블레어와 총리실 공보 보좌관 앨러스테어 캠벨을 소리 높여 비난하는 것은 물론 이라크전 참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던 2003년 3월 블레어 총리가 그와 BBC 회장인 개빈 데이비스에게 편지를 보내 항의했던 일까지 폭로한다. [북데일리 고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