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우선 가치를 둬야 하는 것
돈보다 우선 가치를 둬야 하는 것
  • 아이엠리치
  • 승인 2007.07.1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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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우리 남편 좀 설득 좀 해주세요. 돈도 안 되는 집을 왜 계속 가지고 있는지, 답답해 죽겠어요.”


올 봄 분당에 거주하는 김미영씨(가명, 49세)는 남편이 상속받은 ‘소위 돈 안 되는 집’을 팔기를 거부해 남편을 설득시킬 명목을 찾고자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회사를 방문했다. 애당초 살고 있는 괜찮은 아파트 한 채와 시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집을 합쳐 2주택이 된 김 씨는 상속받은 주택을 처분해 좀 더 나은 곳으로 투자하기를 원했다.


필자의 견해상, 허름한 주택을 상속받아 졸지에 2주택이 된 상담자의 여러 정황을 분석해 봤을 때 기존의 주택을(3년 보유 2년 거주 비과세요건 충족) 팔아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충족하면서 상속받은 주택을 보유하는 것보다 차라리 상속받은 집을 약간의 세금을 물더라도 먼저 팔고 좀 더 나은 곳을 찾아 투자하는 게 유리해 보였다.


그 다음날 바로 성동구에 소재한 허름한 단독주택을 현장 조사해 본 결과, 예상대로 재개발 구역지정 요건에 미달해 투자여건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주변여건상 실거주하기에도 불편해 보였다.


일주일 후, 이번에는 남편과 함께 다시 나를 찾아왔다. 필자의 고객인 김씨 의도대로 고집을 부리는 남편을 설득하기 위해 세법까지 거들먹거리면서 2주택자에게 불리해진 부동산 투자환경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그 대신 매도 후 수익성이 있는 곳에 묻어놓으라고 자신있게 브리핑 했다.


“단순히 투자성으로만 볼 때는 상속받은 주택가액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양도세를 조금 물더라도 우선적으로 처분하는 게 좋아 보입니다” 라고 내침김에 김씨의 마음 속 지원을 받으며 확정적으로 남편의 고집을 꺾기 위해 설득의 깃발을 꽂았다.


아내의 등쌀에 못 이겨 휴가까지 내고 회사에 방문한 듯한 인상을 풍긴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 남자는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어머니가 수십년 동안 여기서 홀로 지내시다가 얼마 전에야 눈을 감으셨습니다.”


아차, 이 남자의 짤막한 한마디로 전후 상황을 전부 파악할 수 있었다. 동시에 필자의 어머니의 생전 모습과 교차돼 침이 바짝바짝 마르더니 가슴속 깊숙이 뜨거운 연민과 감동이 치솟았다


필자는 재빨리 상황을 무마하고 최선의 해결책을 찾고자 상담 포인트를 바꿨다.


“어차피 상속 받은 주택이 별로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2주택이더라도 상속 받은 주택을 먼저 팔면 양도세도 적게 나오고 1주택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크게 걱정 안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차라리 큰 아들에게 부담부 증여(양도세 적게 낼 의도로 전세나 대출을 낀 상태로 넘기는 것 )로 넘겨도 성인 3000만원 공제부분 제외하면 크게 걱정하실 것이 없습니다.”


차라리 지금 가지고 있는 여윳돈과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고 매월 월세가 나오면서 가격 상승력도 있는 적당한 수익형 부동산을 추천하는 것으로 절충안을 제시했고 추후 현장 방문을 약속했다.


그제야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졌던 남편의 얼굴에 은은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상담을 의뢰했던 부인도 필자가 제시했던 절충안에 만족했던지 배웅하러 현관까지 나서는 필자에게 몇 번이고 고맙다는 인사를 되풀이했다.


그 남자에게 집이라는 것은 재테크 수단이 아닌 어머니를 회상하면서 지친 마음과 몸을 편히 기댈 수 있는 안식처였던 것이다. 오랫동안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허름한 주택이 그 남자에게는 세상의 어떤 ‘금은보화’하고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간혹 부동산 투자 상담을 진행 하다 보면, 위의 사례처럼 단순히 돈의 잣대로만 풀 수 없는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된다. 단순히 돈만을 취하기 위해 밤낮없이 뛰어다니며 고심하는 분들은 ‘인생에서 단순히 돈보다 우선 가치를 둬야 하는 게 무엇이 있는가’를 잠시나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박상언 유엔알 컨설팅(www.youandr.co.kr) 대표]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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