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화가 '유작(遺作)'에 주목하라
월북화가 '유작(遺作)'에 주목하라
  • 아이엠리치
  • 승인 2007.07.0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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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2일 국내에서 열린 한 오프라인 미술품 경매에서 고(故) 박수근 화백(1914~1965)의 유화  ‘빨래터’가 45억2000만원에 낙찰돼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박화백의 유작은 지난 3월 ‘시장의 사람들’이 25억원, ‘농악’이 20억원에 판매되는 등 현재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해 2월 그의 ‘시장의 연인들’이 9억1000만원, 12월에 ‘노상’이 10억4000만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마저 들게 한다.


또, 지난 5월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자더(中國嘉德) 2007 춘계 경매’에서 중국의 유명화가 고 천이페이(陳逸飛.1948~1995)의 유화 ‘황하송(黃河頌)’이 4032만 위안(한화 약 48억7000만원)에 새 주인을 만났다. 이 작품은 1996년 홍콩에서 128만5000홍콩달러(한화 1억5300만원)에 팔렸던 작품. 따라서 11년 만에 가격이 무려 30배 이상 오른 셈이다.


이보다 앞서 4월 7일 홍콩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선 중국 근대 최고의 화가로 불리는 고 쉬베이훙(徐悲鴻.1895~1953)의 유화 ‘당신의 채찍을 내려놓아라’가 7200만홍콩달러(약 86억원)에 팔렸다. 지난해 11월엔 그의 유화 ‘노예와 사자’가 5388만 홍콩달러(64억원)에 판매됐다.


이들의 작품이 이처럼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이유는 작품성을 비롯해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역시 유작(遺作)이 갖는 ‘희소성’ 또한 큰 작용을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작품성을 인정받는 화가의 유작은 더 이상 새로운 작품, 더 좋은 작품이 창작될 수 없다는 점에 의해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가 높아지면서 가격이 오르는 현상은 당연한 수순이다. 향후 충분한 가격 상승이 예상되기에 미술품 투자자들은 그 만큼 경쟁적으로 베팅을 하게 되고, 이런 분위기가 상승 작용을 일으켜 유작의 가격이 폭등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유명화가의 유작은 일반 미술품 투자자들은 꿈도 꿀 수 없는 일부 ‘큰 손’들의 전유물이 돼버린 상태다.


그럼, 일반 미술품 투자자나 미술 애호가들에게 있어 유작을 ‘그림의 떡’마냥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어야 할까. 필자는 월북화가의 유작에 주목해볼 것을 권한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북한’이 차지하고 있는 국제적 위치 때문에 북한 화가들의 작품은 아직도 제 가격대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고, 이는 월북화가의 유작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월북화가 유고작도 발 빠른 일반 미술품 투자자들 덕에 최근 들어 가격이 들썩이고 있긴 하다.


실제로 포털아트(www.porart.com)에서 최근 가진 인터넷 경매 결과를 보면 해방 직후부터 1948년까지 서울대 미술학부 교수로 재직하다 월북한 고 길진섭 화백(1907~1975)의 작품의 낙찰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 1월 13일 열린 경매에서 길화백의 ‘금강산 배나무골(40 x 28cm)’은 325만원에 낙찰됐다. 그런데, 불과 10일 뒤인 1월 23일 경매에선 ‘금강산 온정리길(40 x 28cm)’이 450만원에 판매됐으며, 다시 10일 뒤인 2월 2일 경매에선 ‘금강산 돌다리(40 x 29cm)’가 635만원에 팔렸다. 불과 20일 사이에 길화백의 유작의 낙찰가가 2배 가까이 뛰어 오른 것이다.


포털아트에선 우리 정부의 승인 하에 북측으로부터 길진섭, 어순우, 김린권, 허영, 황헌영, 송찬형, 림렬, 림백, 림군홍, 김주경, 리순종, 리해성, 정온녀, 최도렬, 한상익, 서돈학, 정관철, 전순용 등 월북화가의 유고작을 정식 수입해 판매했다.


이들 월북화가들은 일제 강점기나 해방 후 한국에서 활동하는 동안 조선미술전, 대한민국 미술전 등 최고 권위의 미술전에서 입상하거나 대학교수로 재직하는 등 뛰어난 작품 세계를 인정받아온 화가들로 우리나라 미술사에서 뺄 수 없는 큰 족적을 남긴 분들이다.


길화백의 비교적 낮은 낙찰가에서 볼 수 있듯이 지금까지 국내에서 형성된 월북화가 유작의 낙찰가는 앞으로 충분한 상승 여지를 갖고 있으며, 이들의 작품이 향후 재경매될 경우 최소 10배 이상의 가격에 팔릴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하게 한다.


앞으로 북한이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본격적으로 나서게 되고, 남북 관계가 더욱 긴밀해지면 월북화가의 유작에 대한 재평가는 반드시 이뤄질 것이다.


그때 웃을 수 있을지는 지금 박수근 유작의 낙찰가에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머물러 있느냐, 아니면 대안을 찾아 신속하게 움직이느냐에 달려있다. (사진= 길진섭 작 ‘금강산돌다리 (40 x 29cm)’)

 

[김범훈 미술품 경매사이트 포털아트(www.porart.com) 대표]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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