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저린 이들의 수호천사 `사랑과 나눔`
가슴저린 이들의 수호천사 `사랑과 나눔`
  • 북데일리
  • 승인 2006.09.2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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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아주 자연스럽게 내 젖가슴에 손을 댔습니다. 엄마 품에 안긴 것처럼. 그렇게 나는 한 시간이 넘도록 그 아이를 안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너무 말라 아무리 오래 안고 있어도 팔이 아프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더 슬펐습니다. 넌 너무 말라서 땅에 내려놓아도 발자국도 생기지 않겠구나. 넌 벌써 혼밖에 남지 않은 것 같구나.”

한국의 대표적인 어머니상으로 꼽히는 배우 김혜자. 그녀가 지구 곳곳에서 구호활동을 벌이며 느낀 단상을 모은 에세이집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오래된미래. 2004)에 실린 글이다.

월간지 ‘사랑의 리퀘스트’(무고) 10월호는 ‘사랑 혹은 감동’ 페이지를 통해, 아프리카 오지에서 너무 말라 무게조차 느껴지지 않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됐던 김 씨의 체험을 되살려내고 있다.

잡지에서 소개하는, 읽고 또 읽어도 가슴이 저려오는 사연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종양 제거를 위해 턱뼈를 65% 이상 제거해, 어금니 하나만 달랑 남은 네살박이 아연이. 병명도 모를 ‘몹쓸’ 병을 유전시킨 아빠 이영학씨는 어금니로만 밥을 먹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체하는 딸을 볼 때마다 가슴에 죄책감이란 멍이 든다.

이 씨 역시 수술로 어금니 하나만 남아, 사람들은 이들을 ‘어금니 부녀’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씨는 “내 어금니가 남아 있는 한, 아니 내 눈물이 남아 있는 한 희망을 버리지 않겠노라고” 기도한다. 그는 아연이의 가녀린 호흡 속에서, 감길 듯 힘없는 아이의 눈 빛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삶에 대한 강한 애착을 느끼고 있다.

안타까운 사연은 우석이(5)도 마찬가지. ‘크루존 증훈군’이라는 이름마저 생소한 희귀병을 앓고 있는 아이는 정기적으로 머리 뒤 쪽에 기계를 넣어 뇌에 찬 물을 빼내야만 하고, 혼자서는 숨을 못 쉬어 목에 구멍을 뚫어 튜브로 간신히 호흡한다.

만화 속 주인공처럼 툭 튀어 나온 눈을 보고, 친구들은 ‘괴물’이라고 놀려대기 일쑤. 하지만 우석이는 또래 아이들처럼 짓궂은 장난을 치며, 웃고 떠든다. “수술하면 예뻐질 거야”라며 동생을 두둔하는 든든한 누나들 덕분이다.

이 같은 아이들의 사연이 마냥 슬프지만은 않은 것은, 어딘가에 이들을 소리 소문 없이 돕는 ‘수호천사’가 있기 때문.

송파구 자원봉사센터 동그라미회의 ‘김도순 대표는 이 중 대천사격인 인물이다. 자신의 몸도 편치 않은 형편이지만, 자신보다 더 힘들고 아픈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녀.

“봉사라고 생각했으면 아마 못 했을 걸요.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당장이라도 다치거나 병들어서 누울 수도 있는 게 우리들입니다. 미래의 나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단 생각을 하면서 더 열심히 손, 발이 되어드리고 있어요”

봉사가 아닌 생활이라고 강조하며, 만 10년이 넘도록 이웃사랑을 실천해 온 김씨의 모습에서 ‘참사랑’의 진면모를 엿볼 수 있다.

20년간 남몰래 수녀원에 도움의 손길을 건넨 탤런트 양미경, 99년부터 장애우 24명과 동거동락 해온 안성준 전도사, 장애인 공동체를 운영하는 오영숙 목사,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사랑의 의술을 펼치는 서울대 의대 의료봉사단체 ‘라파엘클리닉’도 각박한 세상에 사랑 바이러스를 마구 살포하고 다니는 이들.

‘그래도 세상은 살만 하다’는 가르침을 행동으로 전하는 이들과의 만남은, 날로 이기주의가 팽배해가는 사회에서 차갑게 식은 독자의 심장을 따뜻이 데울 것이다.

*

‘사랑의 리퀘스트’는 ‘사랑 나눔 . 건강지킴이 캠페인’을 통해, 협심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30명을 선별하여 검진 및 지속적인 치료를 무료로 지원해 줄 예정이라고 한다.

문의전화는 월간 ‘사랑의 리퀘스트’ 편집부 080-336-7510

[북데일리 김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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