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누는 '경영의 도' 배워야 할 때
함께 나누는 '경영의 도' 배워야 할 때
  • 아이엠리치
  • 승인 2006.11.1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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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도사가 되려고 1년 동안을 용맹 정진한 적이 있었다. 이 때 진리를 깨우치기 위해서 동서양의 다양한 철학, 종교, 정신세계에 대해서 심취했었다. 세월이 흘러 현재 경영과 기업에 대한 탐구를 하면서 경영을 도(道)의 경지로 표현하면 어떤 모습일까 하는 흥미로운 고민을 해보곤 한다.

 

불교에서 본성을 찾아 수행하는 단계를 동자나 스님이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해서 묘사한 ‘심우도’(尋牛圖)라는 선종화가 있다. 쉽게 설명하면 그림에 소가 등장하면서 깨달음에 대한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심우도는 본래 도교의 ‘팔우도’(八牛圖)에서 유래된 것으로 12세기 중엽 중국 송나라 때 확암선사가 ‘십우도’(十牛圖)를 그렸다고 한다. 낙산사의 고향당, 백담사의 극락보전에서 심우도를 찾아볼 수 있다.

 

‘심우도’에서는 여덟 번째와 열 번째 그림이 핵심 포인트가 된다. ‘팔우도’는 깨달음 그 자체에서 그림이 종료되므로 진정한 진리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후대에 두 장면의 그림을 추가하여 ‘십우도’가 만들어 졌다. 여덟번째 그림은 도인이 운무가 자욱한 심산유곡에서 결가부좌의 자세로 득도한 경지의 모습을 경건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열 번째는 득도한 도인이 심산유곡을 떠나 세상으로 나와 한 손은 지팡이를 쥐고 다른 한 손은 추임새를 하며 저자거리의 남녀노소에게 자신이 깨달은 것을 나누고 함께하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먼저 첫 번째 경영의 도(道)에 대해서 알아보자.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라는 물음에서부터 출발해 보자. 우선 ‘웰빙‘이란 단어에서 그 근거를 찾아본다. 현재 우리가 널리 사용하고 있는 웰빙의 의미란 단어 자체의 근원적인 의미보다는 산업에서 마케팅의 수단으로 전락된 것이 사실이다. 그저 잘 먹고, 잘 입고, 잘 사는 그런 의미에서 벗어나 자신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의 시각에서 웰빙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경영의 도는 심우도의 여덟 번째 그림인 ‘인우구망’(人牛具忘)에 해당된다. 이 그림은 소를 잊은 다음 자기 자신도 잊어버리는 상태를 묘사하고 있다. 첫 단계의 도는 ‘경영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자신의 본질과 자아를 알아가며 깨닫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랜 세월 경영에 대해서 몸담았다고 자부한다면 적어도 자신의 본질에 대해서 꿰뚫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올해로 법정스님이 법랍 50년을 맞는다. 스님은 동안거 해제에서 “좋은 마음은 이웃을 따뜻하게 대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더 이상 나눌 것이 없다고 생각될 때도 나누어라."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에 있다."고 당부한다.

 

스님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홀로 있을수록 다른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그런 포용력, 따뜻한 가슴이 있어야 한다. 왜 혼란스럽고 불안한가, 따뜻한 가슴이 없기 때문이다. 글을 쓰든, 농사를 짓든 하는 일이 무엇이든 간에 그 일이 이웃에 덕이 돼야 한다."라고 답변한다. 

 

이제 두 번째 경영의 도(道)에 대해서 살펴보자. 법정 스님은 사람은 ‘무엇을 남기고 떠나 가는가’에 대한 질문에 "재산이나 이름은 부수적인 것이다. 이웃에 덕을 얼마나 베풀었느냐가 본질적인 것이다. 이웃에 베푼 덕이 그 사람을 형성하는 것이다. 요즘 많은 사람이 덕을 쌓을 줄 모른다. 박덕하니까 외롭고 마음이 황폐해지고 이웃이 없는 것이다."라고 답변한다. 

 

두 번째 경영의 도는 심우도의 10번째 그림인 ‘입전수수’(入廛垂手)에 해당된다. 이 그림은 지팡이에 큰 포대를 메고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가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포대는 중생들에게 베풀어 줄 복과 덕을 담은 자루를 의미한다. 그래서 최고의 ‘경영지도’(經營之道)란 ‘삶의 본질을 깨달은 바탕 위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들을 이웃들에게 베풀며 함께 나누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마시멜로 이야기’란 도서의 주제를 살펴보면 매우 단순하다. 성공하고 싶으면 현재의 유혹을 참으라는 것이다. '달콤한 마시멜로'란 바로 현재의 유혹을 상징한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나올 법한 이런 뻔한 내용이 광풍처럼 휘몰아친다는 건 어찌 보면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성공 신화, 1등 신화의 집착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21세기는 영성의 시대다. 경영자가 경영지도(經營之道)의 깨달음을 통해서 보다 성숙한 인생을 만들 수 있듯이 기업에도 영혼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 영혼이 있는 기업은 단기이익을 넘어 비즈니스에서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책임을 지며 공동체의 발전과 행복 증진을 위해서 기여한다.

 

얼마 전 모기업 총수가 분식회계와 관련된 재판의 판결을 받으면서 이례적으로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받아 화제가 되었다. 어느 분야이든 한 분야에 오랜 세월 전념하면 도통해 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모두가 다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경영은 경영자라는 한 개인을 넘어 종업원, 주주, 고객 등 많은 이해관계자와 관련된 숭고한 업이다. 그러므로 수많은 유혹에 굴하지 않도록 늘 자신을 돌아보아야 하는 것이다.

 

이 땅의 많은 경영자들이 ‘인생의 본질을 알고 더 나아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을 타인과 함께 나누는 경영의 도(道)를 실천함으로서’ 인생의 참 즐거움과 행복을 충만하게 만끽하길 바란다. 

 

[강경태 한국CEO연구소 소장]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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