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점유율 하락에…우리은행, 경쟁은행 자극까지
대출점유율 하락에…우리은행, 경쟁은행 자극까지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3.09.11 0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우리은행의 이례적인 경쟁은행 자극이 논란을 빚고 있다. 우리은행이 최근 미디어행사를 갖고 '기업금융 강자' 명성을 되찾겠다고 선언하면서 경쟁은행에 대해 평가절하 발언을 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11일 각 은행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원화대출금 점유율은 작년을 기점으로 하락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주요 은행 가운데서는 가장 낮아졌다. 

세부적으로는 KB국민은행 집계 기준 6개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 중 우리은행은 2021년 말 16.1%였던 점유율이 현재는 6위까지 떨어졌다. 점유율 수치로 보면 KB국민(19.3%), 신한(16.6%), 기업(16.3%), 하나(16.2%), 농협(16.0%), 우리(15.6%) 순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이 집계한 4개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 기준으로는 국민(28.5%), 신한(24.6%), 하나(23.9%), 우리(23.1%) 순이었다. 신한은행이 집계한 5개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기준 점유율은 국민(23.05%), 신한(19.88%), 하나(19.32%), 농협(19.09%), 우리(18.66%) 순이었다. 

하나은행이 집계한 점유율은 6개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씨티·SC제일) 기준 국민(27.2%), 신한(23.5%), 하나(22.8%), 우리(22.0%), SC제일(3.6%), 씨티(0.9%) 순이었다. 어떤 자료를 봐도 작년 이후부터 하나은행이 우리은행을 앞지른 것이 결정적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금융지주 순이익으로는 우리금융이 5위까지 밀려나 위기감이 고조될 수 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게다가 우리금융은 5대 은행 가운데 은행 순이익이 그룹 전체에 기여하는 비중이 90% 수준으로 가장 압도적으로 높다. 

업계는 지난 7일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한 전략' 발표에 깔린 의도가 앞서 3월 취임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7월 취임한 조병규 우리은행장 결에 맞춰 타개책을 홍보하는 측면이 짙었다고 해석한다. 특히 공개석상에서 경쟁은행을 저격한 부분에선 의아하다는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은행 기관영업의 꽃으로 불리는 서울시금고를 한 세기 뒤 신한은행에 뺏긴 것에 대해서도 "구·시금고가 상징성은 있으나 마진은 없다"며 "손익 개념으로는 출연료나 공공예금 등의 예수금 금리가 시장 조달 금리에 80bp 이상으로 상당히 높다. 저희는 다른 쪽으로 인력, 리소스를 활용할 수 있는 상태"라고 했다. 

참고로 우리은행은 전신인 조선상업은행이 1915년 당시 경성부 금고부터 104년간 독점해온 서울시 1금고 운영권을 지난 2018년 신한은행에 내줬다. 이어 작년에는 서울시 1금고와 2금고 모두 신한은행이 선정돼 올해부터는 남아있던 2금고 운영권도 빼앗긴 바 있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35조7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4.94%(6조40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이 기간 대기업 대출 잔액이 21조9000억원으로 19.7%(3조6000억원) 증가했고,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13조8000억원으로 2.52%(2조8000억원) 늘었다.

올해 3월 임종룡 회장이 취임한 이후 7월 말까지 신성장산업 기업대출은 5조1085억원 늘어난 점도 강조했다. "특히 저희들은 금융은 돈이 흘러가야 할 곳에 흘러가야 된다는 개념을 철저히 염두에 둬서, 방산이나 2차전지, 반도체 등 신성장산업 기업에 7월 말까지 7조766억원을 지원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업계에선 우리나라는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문제가 되고 있고 최근에는 기업대출 시장으로 은행간 경쟁이 이미 상당히 치열하다고 익히 알려져있는 만큼 우리은행이 내건 기업대출 점유율 2025년 2위·2027년 1위 목표 달성에 대한 현실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우리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6.26%로 4대 은행 중 가장 낮은데, 대출이 늘면 이익도 늘지만 위험가중자산이 늘어 자본비율이 하락할 수 있는게 문제다. 우리금융이 증권사 인수합병(M&A)을 추진중인 점까지 고려하면 여타 변수가 혼재하는 상황이다.  

우리은행 측은 "마진이 없는 자산은 우량자산이 아니고, 아울러 은행 자산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그렇나 계획 하에" 이번 전략을 수립했다고 공언했다. 즉, 외형성장을 노리고 있다고 선포했음에도 기업대출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금리 경쟁에 나서진 않겠다는 의미다.  

이에 은행권 관계자들은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리딩뱅크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경쟁은행이 간과한 영역에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등 차별화된 비책이나, 적어도 구상하고 있는 혁신적인 전략을 제시했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들을 그렇게 평가절하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예의가 아니다. 타 은행이 어떻게 기업평가를 했고 어느 정도 수준에서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는지를 알 수는 없는 일"이라고 일침했다. 

이어 "역으로 보면 리테일쪽은 인터넷은행까지 경쟁이 너무 심하고 가계부채 문제도 있기 때문에 우리은행의 경우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부분이 기업 쪽이라고 보는 것 같다"며 "기업 대상 홍보 효과를 노렸겠지만 리테일 부문을 축소한다 공언한 부분에선 되려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현재도 경쟁은 엄청 치열하다. 국내 시장은 어느 정도 수요는 정해져있고 그 수요에 대해 공급자들이 서로 다투는 형국"이라며 "(우리은행은) 회장님이나 행장님 모두 교체가 되고 실적이 안 좋은 상황에서 정말 뭐라도 해야 한다는 압박이 깔린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은행이 준비한 발표자료에는 증권업무 영역인 투자은행(IB) 관련 항목이 상당수 포함됐기도 했는데, 임원진들은 증권사 인수를 염두한 내용은 아니라고 했다. 우리금융은 증권사 인수가 절실하다고 평가받는 상황에서 은행 실적이나 비은행 강화 측면 모두 앞으로의 증명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자료=금감원 다트
자료=우리은행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