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기업 백서] 대기업 집단 편입 1년 농심, 자회사 농심기획 매각 배경은?
[WP 기업 백서] 대기업 집단 편입 1년 농심, 자회사 농심기획 매각 배경은?
  • 박세리 기자
  • 승인 2023.08.25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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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자회사 농심기획 매각, “‘뉴미디어’시대 경쟁력 제고”
내부거래 비중 눈총에도 해외부문 호실적, 글로벌 무대로 도약
농심 로고 (사진=농심)
농심 로고 (사진=농심)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농심이 광고 자회사인 ‘농심기획’을 현대차그룹 광고 계열사인 이노션에 매각한다고 알려지며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5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에 지정되며 높은 내부거래 비중이 도마 위에 올랐던 만큼 일각에서는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한 결정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 농심 자회사 농심기획 매각. 내부거래 비중 때문?

농심기획의 경우 실제 내부거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2021년 총매출 217억원 중 47%인 102억원이었던 내부거래 매출이 지난해는 16% 증가해, 매출액 207억원 중 63%인 130억원이 내부거래를 통해 이루어졌다. 지분 또한 농심이 90%를 보유하고 나머지 10%는 고(故) 신춘호 회장의 장녀 신현주 부회장이 보유한 상황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총수 일가 지분이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이고, 내부거래 금액 200억원이 넘거나 내부거래 비중이 연 매출의 12% 이상 시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해당한다. 농심은 지난해 자산 5조원 이상 공시 대상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내부거래 매출 비중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관리 감독이 엄격해질 수밖에 없어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계열사를 정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 현황에 따르면 농심그룹의 공정자산 총액은 지난해 5조500억원보다 4.6% 증가한 5조2829억원으로 집계됐다.

농심은 사업이 수직계열화된 기업으로 내부거래 규모가 크다. 율촌화학은 농심 제품의 포장재 등을 공급하고, 농심미분과 농심태경은 각각 면과 스프 제조를 담당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각 계열사의 총매출 중 내부거래 비중은 약 20%~60% 정도로 높은 편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농심 계열사인 율촌화학, 농심미분, 태경농산 등의 내부거래 의존도와 누진금액에 비하면 농심기획은 미미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농심 측도 이번 매각에 대해 농심기획이 TV와 신문광고 등 전통적 매체에 치중돼 있어 ‘뉴미디어’시대 경쟁력 제고가 주된 매각 이유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광고취급액도 줄고 있어 효율성 면에서 매각을 고려했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신동원 농심 회장이 미국 제2공장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농심)

■ 내부거래 비중 눈총에도 해외 호실적 내며 글로벌 무대로 도약

농심의 주력 사업은 라면과 스낵이다. 특히 신라면은 지난 1986년 출시 이후 1991년 라면시장에서 1위에 오른 이후 30년 넘게 정상을 차지하며 국민라면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판매량은 369억개, 매출액은 16조3000억원에 이른다. 현재 10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지난 2021년에는 해외 매출액이 국내를 넘어서기도 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신동원 회장은 “위기 속에서도 글로벌 사업 확장은 시대적인 과제”라며 “글로벌 기업 수준에 맞는 인프라와 프로세스, 핵심역량을 재정비해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농심은 해외사업 공략에 박차를 가하며 내수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 중이다. 농심의 지난해 해외법인 매출은 9205억원으로 전체의 29.4%를 차지한다. 특히 미국 시장은 전년 대비 39% 늘어난 5613억원을 기록했다. 미국 2공장을 가동하며 북미지역 진출을 본격화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미국 캘리포니아 제2공장은 연간 3억5000만개 라면 생산이 가능한 곳으로 1공장 생산량을 포함하면 생산량만 연간 8억5000만개다. 올 2분기도 미국 법인 매출은 1515억원, 영업이익 157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체 매출의 18%, 29%가 미국 법인에서  나왔다.

하이투자증권은 이 같은 호실적에 대해 “농심의 해외부문의 경우 중국을 제외하면 높은 수요기반의 라면제품 출하가 견고해 원재료·물류비·인건비 등 제반비용 상승에도 국내대비 상대적으로 유연한 가격 정책이 이익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추가 생산 여력을 구축해 높은 시장수요에 대응했으며, 제품가격 인하 우려는 기대 이상의 영업실적으로 상쇄돼 성장 흐름이 기대된다”라고 분석했다.

최근 신동원 회장은 취임 2주년을 맞아 “2030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지금의 세 배 수준인 연 매출 15억 달러를 달성하고, 라면시장 1위에 오르겠다”라는 목표를 밝혔다. 농심은 이를 위해 오는 2025년 미국 제3공장을 착공하고 시장 공략에 속도를 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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