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기업 백서]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는 하림, 프리미엄 전략으로 2.0버전 이룰까
[WP 기업 백서]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는 하림, 프리미엄 전략으로 2.0버전 이룰까
  • 박세리 기자
  • 승인 2023.07.21 1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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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적 성과 미미해도 ‘더미식’ 프리미엄 전략 지속
올해 멜팅피스 론칭...제품 품질에 자신감
하림산업 로고 (사진=하림산업)
하림산업 로고 (사진=하림산업)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하림이 지난 2021년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히며, ‘더(The)미식’ 브랜드를 론칭한지 2년이 지났다. 당시 김홍국 하림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더미식을 연매출 1조5000억원의 메가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국내 시장에 더미식 브랜드를 안착시킨 후 미주 시장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더 미식 브랜드로 식품 사업에 본격 발을 들이며 육계 기업에서 종합식품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야심찬 ‘하림 2.0’ 버전은 순항 중일까.

 

2021년 김홍국 하림 회장이 직접 '더미식 장인라면'을 소개하는 모습.(사진=하림)
2021년 김홍국 하림 회장이 직접 '더미식 장인라면'을 소개하는 모습.(사진=하림)

■ 존재감 미미하다는 업계의 목소리에도 꿋꿋하게 프리미엄 전략 지속

하림은 더미식 브랜드를 론칭하며 먼저 ‘더미식 장인라면’으로 라면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후 프리미엄 브랜드를 표방하며 경쟁사 대비 최대 2배 더 비싼 즉석밥, 컵라면, 비빔면, 밀키트 등을 선보이며 포트폴리오를 넓혀왔다. 올해 3월에는 더미식에 이어 한국인의 소울푸드를 내세운 코리안 스트릿푸드 전문 브랜드 ‘멜팅피스’를 론칭했다. 역시 고품질을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이다.

하림의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도약은 진심이다. ‘신선한 식재료로 최고의 식품을 만든다’는 식품 철학을 바탕으로 2018년부터 전북 익산에 5000억원을 투자해 12만3429㎡(3만6500평) 규모 식품공장 '하림 퍼스트키친'을 세웠다. 하림 측은 물류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신선한 재료를 조달할 수 있는 곡창지대에 공장을 세웠다는 입장이다. 해당 공장이 있는 익산은 현재 국가식품클러스터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다만, 이런 대대적인 투자에도 눈에 띄는 실적을 내진 못하고 있다. 실제 하림산업의 지난해 매출은 461억원으로 전년 대비 112.7% 급증했지만, 영업손실액은 전년 대비 280억원 늘어난 868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부진에도 프리미엄 전략을 향한 하림의 꿋꿋한 고집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실패와 성공 모두 경험한 하림만의 자신감이 아닐까 한다”라며 “더미식 브랜드 론칭에 앞서 2017년 시작한 펫푸드 사업 성공이 프리미엄 전략 지속에 힘을 실어준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림은 2017년 펫푸드 사업을 시작했다. 국내 최초로 합성 조미료와 합성 보존제를 첨가하지 않은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에 진입했다. 사업초기부터 2018년과 2019년 적자가 이어졌지만, 더미식 브랜드를 론칭하던 2021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2022년 하림펫푸드 매출은 366억원, 영업이익은 19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와 233% 늘어난 수치로 서서히 시장에 안착하는 모습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펫푸드 시장 규모는 약 1조1803억원으로 2020년 9973억 원보다 18.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펫시장에 진출한 하림은 시장 선점과 제품 차별화를 통한 프리미엄 전략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식품업계와 펫 시장은 엄연히 다르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쟁사 제품의 품질을 월등하게 뛰어넘어도 비싼 제품이 지속적인 판매량 증가를 이끌기가 쉽지 않아서다.

 

하림 더미식 집들이, 자취생 선물세트 (사진=더미식홈페이지갈무리)
하림 더미식 집들이, 자취생 선물세트 (사진=더미식홈페이지갈무리)

■ 불경기로 얼어붙은 소비심리, 고급화 전략...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하림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표방하는 만큼 더미식의 제품 가격은 경쟁사보다 최대 2배 가량 비싼 상황이다. 더미식 장인라면의 경우 편의점 판매 기준 2200원 정도로 경쟁사 라면보다 대략 1000원정도 비싸다. 지난해 선보인 더미식 백미밥의 경우도 200원 가량 소폭 높은 가격으로 판매 중이며, 올해 출시된 챔라면 컵라면의 가격은 3800원으로 일반 컵라면과 가격 격차가 크다.

게다가 고물가에 불경기로 소비심리도 얼어붙은 상황까지 겹쳐, 목표했던 점유율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장인라면의 시장점유율은 1% 미만, 더미식 백미밥의 시장점유율은 5% 미만으로 추정한다. 하림 측은 여러 언론을 통해 더미식 브랜드 론칭이 2년 미만이라는 점, 원재료의 신선함과 고품질로 경쟁력을 찾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무엇보다 김홍국 하림 회장의 “가장 신선한 재료로 최고의 맛을 내는 것이 하림의 식품 철학”이라는 프리미엄 전략에 대한 의지가 분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마니아층의 재구매율이 오르고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소비자가 품질을 가성비보다 우위에 두기 쉽지 않다는 식품시장 생태를 고려할 때, 단종 수순을 밟은 ‘순밥’처럼 프리미엄 브랜드 실패 가능성도 점쳐진다. 통상 업계에서는 신제품 출시 직후 매출 상승효가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하림의 장인라면이나 유니자장면 등은 시장점유율 1%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또 경쟁사가 관련 시장을 쥐고 있는 만큼 프리미엄 전략만으로 점유율을 올리기란 쉽지 않을 거라는 게 업계 주된 의견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브랜드가 시장에 자리잡는데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고, 저렴한 제품만 경쟁력이던 시절도 아니라 시장 형성에 필요한 건 시간일 수도 있다”라고 말하면서도 “다만, 업계에서 하림의 프리미엄 정책이 지난해 적자를 키웠다는 분석도 나오는 만큼 명실상부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흥행부진과 실적개선 발판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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