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백신 입찰 담합한 제약사 무더기 적발... 과징금 409억
공정위, 백신 입찰 담합한 제약사 무더기 적발... 과징금 409억
  • 박세리 기자
  • 승인 2023.07.20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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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 백신 입찰 담합에 대해 부과한 업체별 과징금(사진=공정거래위원회)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부가 비용을 대는 국가예방접종사업(NIP) 백신 조달 입찰에서 투찰가격 등을 담합해 폭리를 취한 제약사와 의약품 도매상들에 400억원대 과징금이 부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글로벌 백신 제조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6개 백신총판, 25개 의약품도매상 등 32개 사업자가 2013년 2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조달청이 발주한 170개 백신 입찰에서 담합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409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담합에는 백신제조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광동제약, 녹십자, 보령바이오파마, SK디스커버리, 유한양행, 한국백신판매 등 6개 백신총판이 가담했다. 이들로부터 백신을 공급받아 병·의원에 납품하는 의약품도매상 25곳도 담합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자별 과징금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 3억5100만원원, 녹십자 20억3500만원, 보령바이오파마 1억8500만원, SK디스커버리 4억8200만원, 유한양행 3억2300만원, 한국백신판매 71억9500만원 등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질병관리청, 국방부 등이 조달청을 통해 발주한 간염, 결핵, 파상풍, 자궁경부암 등 24개의 NIP 백신 품목에 관한 170개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와 들러리를 합의하고 실행했다.

특히 백신 입찰 시장 내 담합 관행이 워낙 고착화·만연화한 탓에 전화 한 통만으로 들러리를 섭외할 수 있었고, 들러리 사는 입찰 가격을 사전에 일러주지 않아도 알아서 적당히 높은 가격을 써내 역할을 수행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초기에는 의약품 도매상끼리 담합했으나 정부가 2016년부터 제3자 단가 계약 방식(정부가 전체 물량의 5∼10% 정도인 보건소 물량만 구매)을 정부 총량 구매 방식(정부가 연간 백신 물량 전부 구매)으로 바꾸자 글로벌 제약사가 직접 들러리를 섭외하고 백신 총판이 낙찰받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유찰되거나 제3의 업체가 낙찰된 23건을 제외하고 147건을 계획대로 낙찰받았으며, 이 중 117건(80%)은 낙찰률(기초금액 대비 낙찰금액 비율)이 100% 이상이었다. 통상적으로 최저가 입찰에서 낙착률이 100% 미만인 것과 달리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입찰 담합을 통해 더 비싼 값에 정부에 백신을 팔았다는 의미다. 담합이 이뤄진 170건 입찰의 관련 매출액은 7000억원에 달한다.

녹십자, 보령바이오파마, SK디스커버리 등 3개사는 2011년 인플루엔자 백신 담합으로 제재받은 이력이 있음에도 재차 이 사건 담합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입찰 담합으로 인해 제약사·도매상 등이 벌어들인 부당 이득은 산정하기 어렵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담합을 하지 않았을 경우 경쟁을 통해 얼마에 낙찰됐는지를 비교할 수 없어서다. 또한 제조사인 GSK와 6개 백신총판사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국내 백신 시장에서 수입, 판매 및 공급을 맡은 사업자들이 대부분이 장기간에 걸쳐 가담한 입찰담합의 실태를 확인하고 백신 입찰 시장에서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제재했다”며 “앞으로도 국민 건강에 필수적인 백신 등 의약품 관련 입찰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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