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리금융, IT 혁신은 청년도약계좌부터
[기자수첩] 우리금융, IT 혁신은 청년도약계좌부터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3.07.16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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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앱을 통해 정책금융상품인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하는 청년이 5년 뒤 만기 때 우대금리를 모두 받으려면 가입 전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들뜬 마음으로 [가입하기] 버튼부터 누르다가는 우대금리 받을 기회 자체를 단숨에 날릴 가능성이 크다. 수많은 기 가입 청년 가운데 이같은 고객이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란 전제는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우리은행은 비대면 창구인 앱에서 신뢰·혁신·고객·전문성 요소가 누락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성이 커졌다.

일단 상품설명이 불충분하다. 지난 10일 공개된 '우리 청년도약계좌' 상품약관과 상품설명서는 거래고객이 우대금리를 받는 기회를 받기 위한 필수조건(휴대폰·SMS 마케팅 동의, 적금 자동이체) 이행 기간을 '만기 해지시점까지'라고만 명시하고 '언제부터인지'는 생략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 14일 "가입시점 기준이지만, 고객편의를 위해 일정부분 유예기간을 인정해주고 있다"면서도 "기본적으로는 가입시부터"라고 확답했다. 

원칙은 가입시점이 기준이다. 그래서 더 큰 문제는 우리은행 앱으로 가입하는 과정(=가입시점)에선 고객이 이 사실을 전혀 인지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우리은행 앱을 통해 청년도약계좌를 가입하는 청년은 적금을 가입하기 전에 알아서 상태를 변경한 뒤 가입을 진행해야 불이익을 받지 않는 구조다. '가입시점'의 또다른 우대금리 필수조건인 자동이체 설정 항목도 필수가 아닌 '선택' 요건으로 뒀다. 착오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정보 제공 방식은 고객을 위한 것이 아니다. 

반면 다른 시중은행은 앱에서 청년도약계좌를 가입을 진행하는 고객의 상태에 따라 ‘마케팅 이용 동의 항목을 모두 동의하지 않는 경우 우대금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알림창을 띄워 [이대로가입] / [동의후가입] 버튼 중 1개를 선택해 고지한다. 종합적으로 청년도약계좌 취급·운영을 하는 은행별로도 IT 기술적으로 고객 서비스의 격차가 존재하는 셈이다.  

예상했던 우대금리를 못 받게 되면 피해를 보는 것은 청년들이다. 반면 은행은 그들과의 거래에서 이득을 챙기게 된다. 이는 역대 최초로 청년정책을 국정과제에 포함한 정부의 청년정책 실효성을 떨어트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고객 관점의 사용자 경험(UX) 수준은 기업의 IT 역량을 넘어 기업문화에 대한 시그널도 준다. 임기 4개월차에 접어든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신뢰 회복을 위한 조직쇄신과 기업문화혁신에 드라이브를 걸어왔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임 회장은 최근에는 은행·카드 등 그룹사의 IT 혁신을 위해서도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청년도약계좌부터 혁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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