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올 들어 신용카드 소비자들이 탄식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업황 악화로 비용 감축에 사활을 건 카드사들이 남아있는 '혜자카드(혜택이 많은 신용카드)'들마저 단종 수순을 밟아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 단종위기 알짜카드 단종 현실로
1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16일 오후 1시부터 10종의 카드 발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중단되는 카드에는 '탄탄대로 올쇼핑카드', '탄탄대로 올쇼핑티타늄카드', '탄탄대로 Miz&Mr카드', 'Easy all 베이직카드', 'The Easy티타늄카드', 'Edu&D카드', '스윗드림 플래티늄카드', '스윗라이프 플래티늄카드', '스윗하트 플래티늄카드', '오너스클럽 플래티늄카드'가 포함된다.
특히 탄탄대로 올쇼핑 티타늄카드는 생활비 할인율이 높고, 탄탄대로 티타늄 시리즈 내 유일하게 발급이 가능한 카드였기에 단종 1순위로 지목돼왔다. 이 카드는 쇼핑에서 10% 할인, 자동납부에서 10% 할인, 생활 영역에서는 5% 할인(리터당 100원)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한 달에 일정 금액 이상 사용 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2018년에 출시돼 혜택이 강력한 편이다.
신한카드도 지난달 '신한카드 더 레이디 클래식(The LADY CLASSIC)'의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 이 카드는 학원비와 병원비에 특화된 혜택을 제공하고 연간 60만원 수준의 혜택을 돌려줘 자녀를 둔 30대 후반부터 50대 초반의 부모 세대를 중심으로 2016년 출시 이후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아왔다. 2030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끈 '카카오뱅크 신한카드'의 신규 발급도 중단했다. 이 카드는 '신한카드의 실수', '혜택 끝판왕' 등 여러 애칭을 얻은 혜자카드였던 '더모아' 카드의 유사품으로 주목받으며 일명 '짭모아' 카드로 불리기도 했다.
현대카드와 롯데카드 역시 최근에 각각 '제로 모바일 에디션2(ZERO Mobile Edition2)' 할인·포인트형 2종, '롯데홈쇼핑 벨리곰카드' 등 혜자카드의 신규 발급을 중단한 사례가 있다. 여신금융협회 집계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가 지난해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없앤 카드는 총 210종에 이른다.
■ 근본 원인은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혜택이 좋은 카드를 없애는 결정은 공식적으로는 자사의 카드 포트폴리오 조정과 소비자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설명되지만, 실제로는 실적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 절감 조치라고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포퓰리즘에 기반한 카드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조치가 작년 초까지 3년마다 반복돼왔기 때문이다.
고금리 상황에서 카드사들의 실적은 본격적으로 악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신한카드, 삼성카드, KB국민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 등 7개 카드사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23.3% 감소한 5854억원으로 나타났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때문에 예전에 나온 카드들 혜택을 따라가기는 어렵다"며 "지금 카드사들 입장에선 비용 절감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소비자 혜택을 줄이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