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막전막후 CFD 바라보며
[기자수첩] 막전막후 CFD 바라보며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3.05.14 2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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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유튜브 키움증권 채널)

"CFD 상품이나 제도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불공정 거래를 한 주가조작 세력들이 악용한 것이 문제입니다. 즉,CFD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CFD에 대한 리스크를 강화해야 합니다"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이 지난달 28일 금융감독원이 증권사 사장단을 소집한 '증권업계 시장 현안 소통 회의'에서 '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에 대해 전했던 답변이다. 이로부터 4거래일 뒤인 지난 8일 이 증권사는 국내·해외주식 CFD 신규계좌 개설을 중단했다. 이같은 후속조치는 충분히 이질적이다. 당초 사장은 CFD 자체에는 문제가 없고 리스크는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강화한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이 지난해 8월 유튜브에 올린 '세금은 줄이고! 레버리지는 높이는!! 고수의 투자법 CFD'라는 동영상을 보면 키움증권 CFD만의 장점은 "주식대용으로 8.3배까지 레버리지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 증권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증거금을 일부 대체할 수 있는 대용증거금 서비스를 운영했다. 투자자와 증권사가 서로 마음만 먹으면 금융당국의 행정지도(현행 최대 2.5배)를 현저히 초과하는 레버리지도 충분히 가능했다는 얘기다. 

이번 SG증권발 폭락 사태는 분명 라덕연 일당의 주가조작 범죄 사건 혐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핵심 등장인물 외에도 미등록 투자자문업체에 신분증과 휴대폰을 넘겼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피해자라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폭락 직전 공교롭게 '우연히' 주식을 팔았던 일부 종목들의 '회장님들' 등이 등장한다. 이 부분은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합동수사팀의 엄정 대응이 한창인 모습이다. 

주범 논란과 별개로 업권에서는 '빚투폭탄' 주범인 CFD 논란이 마지 못해(?) 한창이다. CFD 제반에 대한 문제의식은 시장의 감시 시스템이 주가조작 사건의 빌미를 줬다는 점 외에도 '세금은 줄이고 레버리지는 높이'는데 '투자 고수'가 아닌 자의 무분별한 CFD 거래가 가능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그 배경 역시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가 2019년 개인 전문투자자 요건을 완화하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제도개선 의지를 명확히했다. 급기야 정치권 일부에서는 증권사의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주장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아직까진 증권사의 면책사유는 명백하지 않냐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증권사는 고객이 책임 있는 경우 고객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해 책임을 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은 CFD 거래를 전문투자자(개인 포함)에게만 허용한다. 전문투자자란 금융투자상품에 관한 전문성 구비 여부, 소유자산규모 등에 비춰 투자에 따른 위험감수능력이 있는 투자자로 정의한다. 일반투자자에 대해서는 투자자 보호규제를 집중하지만 개인전문투자자의 투자판단에 대해서는 상장법인에 준하는 엄격한 '자기책임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포괄적인 금융소비자보호법 역시 자본시장법상 개인전문투자자로 등록한 자는 금소법에 따른 투자성 상품에 대해서도 일반금융소비자가 아닌 전문금융소비자로 구분해 투자성 상품에 대한 적합성원칙, 적정성원칙, 설명의무를 적용하지 않는다. 불완전판매 등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발생요건도 개인전문투자자가 입증해야 한다. 일반금융소비자의 경우 금융상품판매업자가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 고의·과실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과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FD 판매 증권사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왜일까?

지난 10일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금융산업실장)은 2019년 규제 완화를 계기로 개인 전문투자자 수가 폭증한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의에 "CFD에 투자하라고 전문투자자 요건을 완화한 게 아닌데, 증권사들이 좀 제도를 악용한 게 아닌가"라는 견해를 줬다.

그는 이어 "자본시장법은 CFD를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으로 보고 있고, 설령 개인 전문투자자한테 판매를 하더라도 위험감내능력을 판단하고 판매하도록 현행 규제가 되어 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도 내부통제에 관련된 사항들을 언급하고 있고, 위험을 충분히 감내하지 못하는 사람들한테 팔지 않아야 된다는 그런 일종의 증권사 내부통제 규정들이 있다"고 말했다.

내부통제는 금융사의 건전성과 소비자보호, 준법경영 등을 위해 금융사가 고안하고 모든 임직원에 의해 준수되는 일련의 통제과정을 의미한다. 

그 다음 날인 1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선 SG증권발 사태와 관련한 질타가 쏟아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장은 "CFD 계좌 3400개를 전수조사하겠다"고 공표했다. 한편으로는 "CFD 제도와 관련해 개인 전문투자자가 95%를 차지하고 있다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보고 있다"며 "신청받고 승인받는 과정, 전문투자자 요건에 이르기까지 전부 들여다보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CFD는 13개의 국내 증권사가 취급하고 있다. 투자자의 손실 범위는 어느 정도일까. 금감원은 2017년 2월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 관련 독일의 내부통제·감독시스템 및 시사점'이란 제목의 출장보고서에서 독일 금융감독청(BaFin)이 CFD의 소매투자자 판매를 중지시키려는 이유에 대해 "손실금액의 투자원금을 초과할 뿐만 아니라, 손실금액이 거의 무한대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어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판매중지가 필요"하다고 썼다. 더 구체적으로 "가격변동이 급격히 이뤄지면 손절투자의 대응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손절매 등이 소매투자자의 손실범위를 확정시키키 어려움"이라고 했다. 즉 투자자의 리스크 범위 확정이 어렵다는 얘기다.

증권사 입장에서 리스크는 어떨까.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CFD 거래구조상 증권사는 "이론적으로 시장 리스크에 노출되지 않는다". 신용 리스크의 경우에도 "반대매매에 대해 미수채권이 생기는 건 증권사로서 일상적인 일"이라며 "3∼6개월 가면 고객분들이 대부분 상환하신다"는 황 사장의 말처럼 개인이 파산하지 않는다라는 전제가 있다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증권사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제한되는 신용공여 한도에 신용융자가 포함되는 것과는 달리 CFD는 포함되지도 않는다. 업계의 신성장동력으로 포장된 사실상 '꿀수익'이란 말까지 나왔던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금융당국 또한 CFD 제도개선을 통해 재발을 막을 방침이다.

그런데, '아무 문제가 없는' CFD를 활용해 '방만 운영'을 한 증권사가 있다면? 이 또한 충분히 이질적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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