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부터 토스증권까지…증권사 실적 순위 요동
메리츠부터 토스증권까지…증권사 실적 순위 요동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3.02.17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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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분기 증권사 잠정실적 공시 대부분 완료
메리츠·키움·현대차·부국·토스증권 정도 선방
28개사 중 상위 10사 순익 비중 91%로 약 7%p↑
(사진=화이트페이퍼)
(사진=화이트페이퍼)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지난해 4분기까지 증권사들의 실적 쇼크(잠정)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급' 가파른 금리 상승과 유동성 축소 국면에서 대부분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순위도 요동친 모습이다. 돈을 잘 번 증권사는 메리츠증권, 선방한 증권사로는 키움·현대차·부국·토스증권 정도이다. 반면 한화·이베스트·하이·유진투자증권 등의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 대부분 폭삭…영업익 1위·10위 새 얼굴    

17일 국내 20여곳 이상 증권사가 한국거래소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제출한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 대규모법인 15% 이상 변경 공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 27개사(IBK투자증권·신영증권 제외)의 연간 영업이익(잠정)은 5조4307억원으로 약 7조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12조4111억원) 대비 56.2% 감소한 실적이다.

연간 순이익(잠정)은 증권사 28개사 기준 4조5959억원으로 2021년(9조8643억원) 대비 53.4% 줄었다. 대부분 증권사가 손익구조 주요 변동원인으로 금리상승 등에 따른 거래대금 감소, 시장 변동성 확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악화로 인한 수수료수익 감소 등을 꼽았다. 또 보유자산 평가손실을 냈거나 기업금융·자산운용 등 전 사업부문 실적이 부진했다고도 적었다. 

전반적인 어닝 쇼크 상황에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늘어난 곳은 메리츠증권이 유일했다. 재작년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6위를 기록한 메리츠증권은 각 5계단씩 날아올라 1위 자리를 꿰찼다. 특히 작년 영업익(1조925억원)을 전년 대비 15.1%나 늘려 단독 1조 클럽에까지 입성하는 매직을 보여줬다. 순익은 8281억원으로 5.8% 증가했다.  

때문에 영업익과 순익이 각 40%대 감소한 미래에셋증권은 영업익(8459억원) 순위가 한 계단 밀려났다. 다만 순이익 순위는 2위를 지켜냈는데, 이는 지난 몇 년간 함께 수위를 다퉈온 한국투자증권의 실적 감소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영업익(4409억원) 순위가 6위로 3계단 내려왔고, 순익 순위(1위→3위)도 조정됐다. 

2022년 증권사 순위 1~20위.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일부 금융지주 자회사의 경우 IR 자료 기준 취합)

지난해 영업익 3위, 순익 4위를 차지한 키움증권도 상위권에서는 거의 흔치 않게 순위가 상승했다. 키움증권은 작년 영업익(6564억원)과 순익 감소폭을 40%대로 막아 2계단과 1계단씩 올랐다. 반면 삼성증권은 -50%대 감소로 영업익(5786억원) 4위, 순익 5위로 두 계단씩 내려갔고 재작년 4위였던 NH투자증권도 영업익(5214억원) 5위, 순익 7위로 각각 1계단과 3계단 내려갔다. 

신한투자증권은 순익(4125억원) 기준 순위가 10위에서 6위로 상승했다. 사옥 매각이익(세전 4438억원, 세후 3218억원)에 힘입어 한숨 돌렸지만, 영업익은 같은 기간 약 80% 줄었다. 대신증권과 KB증권은 영업익이 2000억원대로 70%대 줄었지만 순위는 7위, 8위로 유지했다. 하나증권은 순익(1260억원) 순위만 가까스로 10위를 수성했다.         

작년엔 메리츠증권 등을 빼고 선방했던 증권사로는 현대차증권 정도가 꼽힌다. 현대차증권은 감익폭을 20%대로 막았다. 특히 작년 영업익(1146억원) 순위는 7계단 급상승해 상위 10위로 도약했다. 순이익 순위도 19위에서 11위까지 날아갔다. 나머지 대부분 증권사는 영업이익은 40.5~97.1% 줄었고, 순이익은 적게는 40%대, 많게는 130%대까지 주저 앉았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금융2실 수석애널리스트(연구원)는 "4분기 증권사 실적 저하의 주된 요인은 대체로 급격한 금리상승 여파로 인한 주식 및 채권 시황 변동성 확대와 그에 따른 이익감소, 부동산금융의 건전성 저하, 소송 결과(CERCG·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 등)로 인한 충당금 설정 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한화·이베스트·하이투증 등 곤두박질     

지난해 금리에서 비롯된 증권업황 한파의 충격은 중소형 증권사에게 더 극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증권사 10개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조사대상 증권사 27개사 전체 영업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재작년 82.6%에서 88.7%로 6.1%p 확대됐다. 증권사 28개사 합산 순이익 기준 대형사 10개사의 비중은 작년 91.3%로 전년도(83.7%) 대비 7.6%p까지 커졌다. 

실제 중소형사 실적 순위 변동은 한층 파란만장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순이익이 1441억원에서 -476억원 순손실로 적자전환했다. 전년 대비 133% 급감한 실적에 따라 한화투자증권 순위는 무려 12계단(16위→28위)이나 추락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13위→19위), 하이투자증권(12위→18위), DB금융투자(17위→23위)도 순이익 순위가 급락했다.  

반대로 순위 상승이 괄목할 만했던 증권사도 일부 등장했다. 다올투자증권의 경우 영업익·순익 모두 12위에 올랐는데 순익은 한 계단 떨어졌지만 작년 영업익(908억원)은 약 38% 감소에 그쳐 영업익 순위로는 6계단이나 상승했다. 부국증권도 영업익(22위→14위)과 순이익(24위→17위)이 40%대 감소한 덕분에 순위가 날아올랐다. BNK투자증권(20위→13위)도 선방했다.     

20위 이하 증권사는 오히려 순위 변동이 덜했다. 다만 영업익이 1000억원대를 넘었던 유진투자증권이 194억원(-83.4%)으로, SK증권도 500억원대에서 15억원(-97.1%)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토스증권은 손실폭을 대폭 줄여 약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스증권은 출범 1년 만에 한화투자증권을 제치고 순위도 27위로 상승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적자폭을 키워 29위에 머물렀다.  

한편 올해도 증권사의 실적 하락은 이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만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매입펀드 가동, 부동산 규제완화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금리 정점론이 더해지며, 평균적으로 7%대를 넘어섰던 PF 단기유동화증권(A1) 유통 금리는 최근 4%대로 하락하는 등 급박했던 증권사의 유동성 상황은 어느 정도 안정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 연구원은 "(올해) 회사별 대응력에 따라 신용도가 차별화될 수 있다"며 "유동성 관리 실패로 인한 부도 위험은 낮아진 것으로 보이나, 우발부채에 따른 유동성 소요에 대해서는 자산매각, 자본확충을 통한 유동성 확보 등 업계의 지속적인 관리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료=취합)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일부 증권사 주요 경영공시 취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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