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27대 기업은행장 취임 일성…"한국 금융의 등대"
김성태 27대 기업은행장 취임 일성…"한국 금융의 등대"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3.01.03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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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소상공인 위기극복 최우선 과제
경영방향은 튼튼한 은행·반듯한 금융
김성태 기업은행장이 3일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업은행)
3일 오전 서울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김성태 기업은행장. (사진=기업은행)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33년 IBK맨' 김성태 27대 기업은행장이 "IBK가 한국 금융의 등대가 됐으면 한다"는 포부를 밝히며 취임했다. 가장 중요한 화두 중의 하나로 '소통'을 언급한 김 신임 행장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특히 중소기업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 "소통, 특히 중소기업과의 소통 중요" 

김성태 신임 행장은 3일 오전 서울 을지로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 및 기자들과 상견례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행장은 "우리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복합 위기와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위기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날 취임사에서 김 행장은 중소기업의 위기극복·혁신성장을 도모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고객·사회·직원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든다는 방향으로 '가치 있는 금융'의 실현을 비중있게 언급했다.

먼저 '튼튼한 은행'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책금융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며 "중소기업을 통한 한국경제의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정부 정책에 적극 부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반듯한 금융' 실현에 대해서는 고객과의 신뢰 확립·국책은행의 역할 확대를 말했다. 김 행장은 "은행의 이익을 위해서 고객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반듯한 금융을 하겠다"며 "재임 3년 기간 내내 관통하는 화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하나 중요한 화두라며 '소통' 중심의 경영철학도 드러냈다. 그는 "끊임없는 소통을 할 계획"이라며 "직원들과 고객들과의 소통, 특히 중소기업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취임식을 마친 김 행장은 이날 오후부터 첫 현장경영에 나섰다. 기업은행의 창업육성 플랫폼인 'IBK창공 마포', 기업은행 인천 남동공단 지점 등을 찾아간다. 

김 행장은 "은행 네트워크가 전국적으로 깔려있기 때문에 상당히 빠른 시간 안에 경기가 어떻게 흐르는지 알 수 있다"며 "남동공단은 굉장히 상징적이고 중소기업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부분이라서 얘기도 듣고 현장 동향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33년 IBK맨 김성태 행장은 누구?

이날 취임한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앞으로 3년간 기업은행을 이끈다. 33년간 기업은행에서 근무한 IBK맨이다. 

1989년 기업은행 공채로 입행한 후 미래기획실장, 경영전략그룹장 등 주요 직책을 두루 거친 뒤 2019년 IBK캐피탈 대표를 지내다 2020년 3월부터 은행으로 복귀해 이날 취임 직전까지 전무이사(수석부행장)을 역임했다. 지주사 체제가 아닌 기업은행은 전무이사가 은행장을 잇는 '2인자' 자리로 여겨진다. 

1961년 기업은행 설립 이후 김승경(17대)·조준희(23대)·권선주(24대)·김도진(25대) 전 행장 뒤를 잇는 다섯 번째 내부출신 행장이기도 하다. 

김 행장 취임식이 열린 이날 기업은행 본점 일대는 새로운 긴장감과 기대감이 감도는 분위기였다. 노조의 출근 저지 등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본점 로비에 있는 스크린 등 내부 곳곳에서 김성태 신임 행장의 사진과 함께 취임을 축하한다는 화면이 비추고 있었다. 

전날 이임식을 갖고 퇴임한 윤종원 행장(26대)의 경우 취임 초기엔 '낙하산' 논란으로 당시 기은 노조가 윤 행장의 취임을 반대하며 26일 동안 출근 저지 시위(27일 만에 출근·금융권 역대 최장 기간)를 벌인 일이 있었다.

그럼에도 윤종원 전 행장은 떠나는 날 임직원들의 격려 속에 박수를 받고 떠나는 은행장으로 남게 됐다. 코로나 위기 극복과 함께 변화·혁신의 씨앗을 뿌렸다는 내부의 평가를 받았고, 기은 노조도 윤 전 행장에 감사패로 인사를 표했다는 전언이다. 

위기 극복의 바통을 이어받은 김 행장 역시 취임 첫해부터 난관을 마주하고 있다. 새해부터 대내외 경기 둔화 내지 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더욱이 중소기업은 기초체력이 약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김 행장의 어깨가 많이 무거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 행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고, 중소기업 산업에서 경기가 어려울 때 남동공단, 반월공단 같은 곳들은 사실은 최후의 보루"라며 걱정을 비치기도 했다.  

아울러 "현장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애로·원하는 것·필요한 지원사항은 무엇인지 직접 현장에서 듣고 정책·상품·서비스에 반영하는 이러한 노력들을 해나가겠다"고 초심을 새겼다. 

3일 취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난 김성태 은행장. (사진=화이트페이퍼)

■ 다음은 김성태 기업은행장의 취임사 전문. 

Ⅰ. 인사말씀

사랑하는 IBK 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제27대 기업은행장이라는 막중한 소임을 부여받고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먼저, 중소기업과 천 팔백만 고객님들, 그리고 정부를 비롯한 주주 여러분께 깊이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지난 3년간 IBK 발전을 이끄신 윤종원 행장님을 비롯한 역대 은행장님들과 지금의 자랑스러운 IBK를 만드신 모든 선배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맡은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시는 국내외 모든 임직원 여러분과 IBK금융그룹 가족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은행 발전을 위해 애쓰시는 김형선 위원장님과 노조 간부님들께도 감사를 전합니다.

또한, 경험과 역량을 믿고 저에게 막중한 소임을 맡겨 주신 대통령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랑하는 IBK 가족 여러분, 1961년 설립된 기업은행은 대한민국 발전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며 성장해 왔습니다. 경제가 좋을 때나 어려울 때나 중소기업과 고객에게 희망의 사다리를 놓고 기회의 마중물이 되었습니다.

국책은행의 소임을 다하면서 자본금 2억원의 작은 은행이 60여년 만에 자산 400조원, 글로벌 100대 은행으로 발전했습니다. IBK의 빛나는 역사를 이어가야 하는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에 양 어깨가 한 없이 무겁습니다.

제 모든 힘과 역량을 바쳐서 소명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II. 은행은 둘러싼 환경과 도전 

IBK 임직원 여러분! 우리는 지금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복합 위기와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미래 모습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기술변혁, 기후변화, 양극화 등 녹록지 않은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여진과 지정학적 위기에 금리, 물가, 환율이 함께 급등하면서 경기 부진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중소기업은 기초체력이 약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기존 은행들은 물론 새롭게 금융업에 진출하고 있는 수많은 빅테크, 핀테크 기업들이 新금융강자가 되기 위해 치열한 변화의 노정을 펼치고 있습니다. “은행은 금융상품을 만들뿐 고객을 만나는 것은 플랫폼 기업이 될 것”이라는 경고를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 60여 년 동안 변화의 파고 속에서도 IBK는 중소기업과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고 미래를 개척하는 정책금융 역할을 선도해왔습니다. 이제 다시 그 힘을 여러분과 제가 보여줄 때입니다.

III. 경영철학과 방향 

IBK 임직원 여러분! 저는 IBK를 보다 가치 있는 금융을 실현하는 은행으로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가치 금융」을 통해 우리는 중소기업과 함께 혁신적 경제성장을 도모하고 고객과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중소기업금융이라는 「핵심 가치」를 지속 강화하고 고객, 사회, 직원을 위한  「미래 가치」를 높여야 합니다.

아울러, 종합금융그룹으로서 은행과 자회사가 함께 국내외 경쟁력을 제고하는 「융합 가치」를 창출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 IBK가 금융산업 체질을 선진화하고 중소기업이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마중물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가치 금융」을 실현하기 위해, 저는 우선 기본에 충실한  「튼튼한 은행」을 만들고자 합니다.

무엇보다도 정책금융기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합니다. 고금리 장기화로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의 위기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습니다. 현재 직면한 복합위기로 고통받는 소기업, 소상공인 등 취약기업이 재기할 수 있도록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이 생존을 넘어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충분한 금융 지원과 깊이 있는 비금융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겠습니다. 동시에, 모두가 어려운 시기이지만 중소기업을 통한 한국경제의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소홀함이 없도록 정부정책에 적극 부응하고, 호흡을 함께 하겠습니다.

미래유망산업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모험자본을 적극 공급하고 성장단계별 지원을 체계화하여 기술창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겠습니다. 전통주력산업은 디지털전환, 녹색전환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중소기업의 위기극복과 미래대응 지원으로 정책금융기관 역할을 새롭게 정립해 나가겠습니다.

「튼튼한 은행」을 만들기 위해, 내부적으로는 사업부문별 책임경영 강화와 함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자체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전체적인 성장 효율성을 제고해야 합니다. 부실이 우려되는 취약고객군을 적시에 선별하여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등 선제적인 신용위험 관리로 건전성을 확보하여야 합니다.

아울러,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미래지향적으로 개선하는 노력도 지속해야 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기업과 개인금융, 대출과 투자의 균형성장에 힘쓰겠습니다.

기업은행은 시장 기능을 통해 정책금융기능을 수행하는 특수한 상황에 있습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시중은행과 예금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하는 등 개인금융의 경쟁력도 중요합니다.

디지털 마케팅을 본격 도입하는 등 대면과 비대면 채널의 시너지를 통해 개인금융 영업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겠습니다. 중소기업의 살 길은 기술입니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획기적인 지원 제도 및 서비스를 도입하고, 신기술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를 과감하게 확대하겠습니다.

특히, 혁신유망기업 육성을 강화하기 위해 벤처자회사 설립을 검토하겠습니다. 디지털전환을 전 사업부문으로 확산·적용하고 이를 토대로 글로벌 사업의 수익기반도 강화하겠습니다. 그동안 디지털고객수 증대, 신기술 적용 확장 등 양적 확대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디지털고객 수익성 강화와 응용기술의 내재화 등 질적 발전을 추구하겠습니다. 또한, 디지털 플랫폼을 지렛대로 글로벌 현지 시장을 적극 개척하는 등 수익기반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가치 금융을 위한 두 번째 방향으로 고객과 사회의 가치를 높이는 「반듯한 금융」을 실현해야 합니다.

은행의 변하지 않는 최우선 가치는 고객 신뢰입니다. 무엇보다 은행의 이익을 위해 고객의 이익을 훼손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금융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상품, 서비스, 업무 프로세스, 경영평가를 망라하여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등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체계를 완성하겠습니다.

일선 현장에서는 건전한 영업문화를 정착시키고 철저한 내부통제로 금융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보이스피싱과 같은 금융사기로부터 고객을 보호하고 항상 제로 베이스에서 디지털금융의 보안 경쟁력도 빈틈없이 점검하고 구축해 나가겠습니다.

두 번째로 사회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IBK의 역할도 적극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저신용·저소득 금융 소외계층의 고금리 부담을 완화하고 서민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등 금융 포용력을 높이겠습니다. 또한, 아직 주목받지 못한 문화, 예술, 스포츠 분야를 찾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이상기후가 일상화된 시대에 녹색금융과 ESG경영에도 앞장서겠습니다. 사회적 투자를 적극 확대하고 ESG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등 IBK 자산의 탄소중립 로드맵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습니다.

존경하는 IBK 임직원 여러분!

튼튼한 은행, 반듯한 금융의 밑바탕은 바로, 「공정하고 활력이 넘치는 조직」입니다. 이를 위해 직원 모두가 긍지를 느끼고 행복하게 일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내실 있는 조직 혁신을 추진하겠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직원이 역량과 성과를 바탕으로 공정하게 평가받는 인사문화를 정착시키겠습니다.

줄서기와 청탁 등 나쁜 관행을 뿌리 뽑고 열심히 일한 직원이 제대로 보상받고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창의를 발휘하는 조직문화 확립을 위해 불필요한 의전, 회의, 보고 문화가 있다면 은행장으로서 강력한 의지를 갖고 고쳐 나가겠습니다.

하나가 되어 미래 IBK를 준비하기 위해그룹, 부서 간 경쟁과 대립이 아닌 소통하고 협업하는 문화를 만들겠습니다. 직원 모두가 창의적인 아이디어 개발에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제안할 수 있도록과감한 인센티브로 장려해 주겠습니다. 디지털, ESG 등 미래 경쟁력을 쌓을 수 있도록 직원 역량강화 프로그램도 확대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건설적인 노사문화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노사는 IBK성장의 동반자이며 건전한 노사관계는 조직발전의 핵심 축입니다.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노조와, 또 직원들과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면서 할 말은 하고 쓴 소리도 경청하겠습니다.

필요하다면, 인사 혁신, 직원복지 등 노사 현안을 함께 고민하며 슬기롭게 풀어나갈 「노사공동 프로젝트」도 운영하겠습니다. IBK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 있다면 어려움을 핑계로 피하지 않겠습니다. 노조와 직원을 설득하여 해결해 나가는 책임있는 자세를 견지하겠습니다.

Ⅳ. 마무리 말씀

자랑스러운 IBK 가족 여러분, 저는 우리 IBK가 한국 금융의 등대가 되었으면 합니다.

금융의 온기가 필요한 모두를 환하게 비추고 위기의 중소기업을 기회의 항로로 안내하고 금융산업에 미래 혁신의 지향점을 밝혀주는 그런 IBK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60여 년 간 축적된 훌륭한 유산 위에서 도전과 혁신의 DNA로 무장한 여러분과 함께라면 어려울 것도 두려울 것도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새롭게 도약하는 IBK」를 위해 희망의 돛을 펼치고 가슴 설레는 여정을 시작합니다.

금융변화의 거센 바람을 이겨내고 도전과 경쟁의 높은 파고를 넘으며 중소기업과 고객의 성장·발전, 금융산업과 한국경제의 밝은 미래를 열며 앞으로 나아갑시다. 그 길에 누구보다 제가 여러분 앞에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以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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