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 파고든 카카오 VS 스며드는 네이버
금융업 파고든 카카오 VS 스며드는 네이버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2.10.15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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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공법에 의한 정체성 소멸 부분 논란 지속
파트너십 기반 네이버파이낸셜은 승승장구
쿠팡 대출도 나온다는데…"빅블러 시대"
(사진=화이트페이퍼)
(사진=화이트페이퍼)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국내 IT 공룡 네이버와 카카오는 금융시장 진출에 있어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직접 선수로 뛰어든 카카오의 은행·페이가 기존 금융권에 꽤 위협적으로 평가됐지만 지금은 한계·정체론까지 거론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반대로 거대한 운동장을 대여해주면서 시나브로 금융권에 스며들고 있는, 네이버의 핀테크 부문인 네이버파이낸셜은 올 들어 시장상황이 급변한 가운데 여느 핀테크/테크핀 기업보다 수익성·성장성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전통 금융업 인허가를 취득하지 않고 비교적 자유롭게 디지털 금융 서비스의 차별화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 네이버 핀테크 플랫폼 수익, 카뱅·카페 합계 앞선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금융 서비스 출발점은 '결제'로 같았지만 지금은 결이 완전히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진출시기는 카카오가 더 빨랐다. 카카오페이는 태생이 카카오톡 '더보기' 안에서 접근할 수 있는 결제 서비스였다. 2014년 9월 카카오톡의 인앱 형태로 출시됐다. 네이버에서 금융이 처음 입혀진 건 2015년 6월 간편결제 서비스 부문인 네이버페이 정식 출시를 통해서다. 

카카오는 금융시장에 진출하면서 정공법을 택했다. 은행은 물론 2금융권인 증권, 보험 등 금융업 라이선스를 획득한 상태다. 2금융권 확장의 구심점은 전자금융업자인 카카오페이다. 카카오페이는 2017년 4월 분사 이후 현재는 카카오페이증권·카카오페이손해보험·KP보험서비스(GA·법인보험대리점)를 계열 자회사로 두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의 독립은 2019년 11월로 만 3년이 채 되지 않는다. 네이버의 간편결제 서비스 부문인 네이버페이는 CIC(사내독립기업) 형태로 유지되다 물적분할을 통해 네이버파이낸셜이란 이름을 달고 분사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분사 이듬해인 2020년 10월 전자금융거래법에 의거한 전자금융업 등록을 마쳤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모두 현재는 별도 앱을 분리 운영하는 듀얼 플랫폼 전략을 취하고 있다. 각각 2019년과 2021년에 별도 앱을 내놨다. 다만 양사 별도 앱의 MAU는 높은 수준이 아니다. 여전히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의 주요한 고객 유입 창구는 코어 플랫폼인 네이버 포털과 카카오톡으로 추정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양사 코어 플랫폼 월간 활성 사용자수는 모두 4000만명을 넘는다. 국민 대부분이 일상생활에서 포털 네이버(4015만명) SNS는 카카오톡(4319만명)을 사용 중이다. 2020년 7월과 비교하면 네이버 포털(3016만명), 카카오톡(3558만명) 모두 각각 수백만명 증가했다.    

핀테크·빅테크가 은행 경영에 미치는 영향. (자료=한국은행)

플랫폼 매출은 네이버의 핀테크가 카카오의 은행·핀테크 합계를 앞선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네이버의 핀테크 부문(네이버파이낸셜) 매출액은 5705억원으로 전년 동기(4421억원) 대비 29.3% 늘었다. 같은 기간 카카오페이 매출액(2574억원)과 카카오뱅크(은행 IR 자료 기준)의 플랫폼·수수료 수익(약 1249억원)을 합친 것(3823억원)보다 크다. 

네이버는 국내 1위 인터넷 검색 포털 '네이버(NAVER)'를 기반으로 검색·디스플레이 광고 및 쇼핑 등의 커머스 사업을 통해 매출을 창출하고 있다. 또한 웹툰, 핀테크, 클라우드 등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네이버의 전체 서비스별 매출에서 핀테크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4.66%로 콘텐츠(13.16%), 클라우드(5.06%)보다 컸다. 

(자료=네이버 2022년 2분기 사업보고서)

네이버파이낸셜이 카카오페이를 실적으로 앞서기 시작한 건 2020년부터다. 네이버파이낸셜의 연간 매출액은 2019년 868억원, 2020년 7044억원, 작년 1조453억원으로 고성장세를 이어갔다. 영업이익도 2019년 -46억원(손실)에서 2020년 363억원, 2021년 459억원으로 늘었다. 

카카오페이의 연간 매출액은 2019년 1411억원, 2020년 2843억원, 작년 4586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2019년 -653억원, 2020년 -179억원, 2021년 -272억원으로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분기별 영업손실도 지난 2분기까지 4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카카오페이는 최근 분기별 영업이익 감소가 내년 말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씨티증권은 지난 7일 카카오페이에 대해 '현실을 직시할 때'라는 매도 보고서를 내고 "네이버가 신용대출 비교 서비스를 출시하고 애플페이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내년에도 경쟁이 더욱 극심해져 분기별 영업이익 감소가 2023년 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자료=네이버 2분기 보고서(왼쪽), 씨티증권 카카오페이 매도 보고서)
(자료=네이버 2분기 보고서(왼쪽), 씨티증권 카카오페이 매도 보고서)

두 페이의 매출 성장을 견인하는 건 결제 수수료 이외에는 대출 중개 서비스가 주축이다. 대출비교 서비스는 은행,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탈사 등 여러 금융사의 대출상품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또 이 서비스는 플랫폼이 입점한 금융사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입점업체는 판매를 늘리는 전형적인 플랫폼의 양면시장 구조를 갖는다.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모두 작년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출 중개업을 위한 정식 라이선스를 취득해 현행법상 사업을 영위하는 데 문제는 없다. 카카오페이 IR에 따르면 2분기 금융서비스 매출은 334억원으로 대출비교 서비스 활성화와 전월세 대출 등 상품군 다양화로 전 분기 대비 40.3% 성장했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선 '카페(카카오페이)로 (돈) 보내'라는 말도 흔하게 쓰인다. 문제는 송금이 고객 기반 확대에 기여할 수 있어도 수익 기여도가 크진 않다는 점이다. 반기 사업보고서 기준 카카오페이의 상반기 매출에서 결제서비스는 73%, 금융(투자·대출/보험)서비스는 22.2%, 기타(송금·전자문서)는 4.73%씩 기여했다. 두 페이 모두 보험 온라인 비교·추천 서비스 진출을 앞두고 있다.     

(자료=카카오페이 2022년 2분기 사업보고서)
(자료=카카오페이 2022년 2분기 사업보고서)

카카오뱅크는 여전히 '은행이냐 플랫폼이냐'라는 정체성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온리 모바일 별도 앱으로 2017년 대고객 서비스를 시작했다. 은행권에 불러온 메기효과를 인정받고 있지만 현재는 기존 은행들의 디지털 전환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앱의 차별화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상반기 매출액은 7092억원이었지만, 우상향 추세인 이자수익과 달리 비이자수익은 제자리 걸음 중이다. 카카오뱅크 IR에 따르면 플랫폼·수수료 수익 비중은 상반기 영업수익의 21%로 소개됐다. 이는 약 1500억원이 안 되는 규모로 네이버파이낸셜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카카오페이보다도 1000억원 이상 작다.

이에 따라 일괄 비교는 어렵다고 해도 금융플랫폼 경쟁력만 따진다면 이미 네이버파이낸셜이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보다 한 수 위라고 볼 수도 있다.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들은 "금융업에 발을 들인만큼 잠재적으로는 모두 경쟁사로 평가된다"면서도 "다만 네이버파이낸셜은 서로 윈윈하는 포인트가 있어 기존 금융사와 협업이 늘고 있다면, 카카오뱅크는 은행업에서 직접 플레이어로 뛰고 있고 시중은행과 경쟁 관계이기에 견제를 받는 모양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자료=카카오뱅크 IR)

 

■ 네이버파이낸셜, 대출 비교 중개 확대 박차…빠른 시장변화

네이버파이낸셜은 최근 대출 중개 관련 사업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핀테크 특징인 씬파일러(금융이력부족자) 포용 외에 영세 중소상공인의 현금흐름을 강화한다는 명분도 선명하다. 네이버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사업도 쿠팡과 1위를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수는 51만개, 스마트플레이스 이용업체 수는 217만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이르면 이달 말께 사업자 전용 대출 비교 서비스도 출시할 계획이다. 전국 모든 사업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2금융권의 대출 뿐 아니라 은행권까지 전 금융업권의 다수 사업자 대출 상품을 비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은 네이버파이낸셜이 국내 최초다. 특히 1금융권에서는 개인 신용대출 이외의 대출비교 서비스는 아직 없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전 금융업권의 대출상품을 최대한 많이 입점해 사업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드리는 차원에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래호 네이버파이낸셜 이사도 최근 공개석상에서 "온·오프라인 사업자들이 전 업권의 대출상품을 쉽게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 네이버파이낸셜-신용보증기금-기업은행 협업의 스마트스토어 입점 소상공인 전용 보증 대출 서비스가 출시 작업에 막 착수한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은 은행 내규상 대출금리 상단이 연 9.5%로 제한돼있는 점도 소상공인에게는 좋은 점이다. 향후 두 서비스의 기대효과는 사업자의 정보탐색 비용 절감과 선택지 확대, 실제 자금조달 비용 감소 등이 꼽힌다.  

(자료=삼성증권)

삼성증권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 중개 서비스는 스마트스토어 입점 소상공인의 매출흐름, 단골 고객 비중, 고객 리뷰 등 가맹점 정보를 반영한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S)을 제공하고, 실제 대출은 우리은행, 미래에셋캐피탈 등 협업 금융사가 실행하는 구조다. 

네이버에 유동성이 흐르기 시작한 건 2020년 말부터다. 네이버파이낸셜은 2020년 12월 미래에셋캐피탈과 손잡고 스마트스토어 대출을 출시하면서 B2B(기업 간 거래) 금융의 시작을 알렸다. 작년 7월부터는 우리은행과 협업해 스마트스토어 대출 중개를 1금융권으로 넓혔다. 올해부터는 우리은행·전북은행과 스마트플레이스 사업자 대출까지 중개 범위를 확대했다.  

쿠팡은 손자회사인 '쿠팡파이낸셜'을 통한 '쿠팡 대출'을 예고한 바 있다. 쿠팡파이낸셜은 지난 8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여신전문금융업법을 등록해 직접 대출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최희재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이커머스 기업의 금융업 진출에 따른 영향력은 초기 단계에서 제한적이지만 점차 기존 대출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위부터) 네이버,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2분기 IR 자료.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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