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3%대 개막…예금자 웃지만 대출자는 비명
한은 기준금리 3%대 개막…예금자 웃지만 대출자는 비명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2.10.12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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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예상대로 빅스텝, 10명 중 7명은 변동금리 
은행 예금 이미 4%대 중후반…추가 인상 전망
2.5%p 인상→가계 1인당 164만원씩 증가 추정
올 들어 대출 크게 늘린 기업 이자부담도 눈덩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한국은행의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으로 기준금리 3%대 시대가 현실화됐다. 뛰는 물가와 환율을 잡기 위해 7월 이후 석 달 만에 다시 빅스텝이 단행된데다 추가 빅스텝 가능성도 제기되는 시점이다.

이로 인해 예금자는 웃지만 대출자는 우는 현상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가계 뿐 아니라 올 들어 대출을 크게 늘린 기업들의 이자부담도 크게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물가 중심"…추후는 미국 보폭 관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12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를 3.00%로 0.5%p 인상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준금리는 2012년 10월(3.0%) 이후 10년 만에 3%대 시대를 열게 됐다. 금통위가 4·5·7·8월에 이어 다섯 차례 연속 인상에 나선 것도 1999년 기준금리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이날 한은의 빅스텝은 불가피했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 1분기까지도 5%대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고강도 긴축에 따라 한국과 미국 금리 역전 폭이 확대되고 원화 약세가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108.93)는 작년 같은 달보다 5.6% 올랐다. 8월(5.7%)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지만, 문제는 수치가 5%대 중반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률이 5%대가 되면 기대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우리나라에 더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물가 오름세를 꺾기 위해 물가 중심으로 경제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달러화 강세 기조 속 환율·물가 추가 상승 방어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제기돼왔다.

앞서 한은은 9월 소비자물가지수 통계 발표 직후 "소비자물가는 앞으로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높은 수준의 환율, 주요 산유국의 감산 규모 확대 등이 (물가) 상방 리스크(위험)로 잠재된 상태"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전일 원·달러 환율 종가는 1435.2원, 전일 대비 상승폭(+22.8원)은 재작년 3월 19일(+40원) 이후 가장 컸다.   

일단 이날 한국의 기준금리가 3%가 되면서 미국과의 현재 정책금리(3~3.25%) 격차는 기존 최대 0.75%p에서 현재 0.25%p로 좁혀졌다. 

(자료=네이버 금융)

연말에 다가갈수록 한미 금리 격차가 추가로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것도 여전하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전일 보고서를 통해 "연준의 4연속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커지고 있고, 분기말 1445원까지 돌파한 후 1400원 선의 원화 절하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며 "추가적 빅스텝에 대한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11월 초 연준의 4연속 0.75%p 정책금리 인상이 현실화되고, 이어 12월에도 0.5%p를 인상하면 연말 미국 금리 상단은 4.5%가 된다. 한은이 11월 추가 빅스텝을 밟더라도 3.5%로 한미 금리 격차는 최대 1%p로 확대되는 것이다.

결국 한국의 물가 수준 등을 고려하면, 추가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나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도 관건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이날 이 총재는 다음 달인 11월 금통위에서도 사실상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방침임을 시사했지만 인상폭에 대해서 명확한 입장은 유보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는 "11월 (인상) 폭은 이견이 많고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서 지금 당장이 아니라 (앞으로) 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1년 2개월 새 가계이자만 33조원↑  

이로 인해 예금금리가 오르고 대출금리도 오르는, 우선 차주들의 이자부담은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에 은행·비은행 금융기관의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 추정치는 평균 74.2%다. 

한국은행이 이 수치를 기준으로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가계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 인상되면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약 3조3000억원 늘어난다. 이날처럼 0.5%p 인상되면 이자 증가액이 6조5000억원으로 불어난다.

아울러 한은은 기준금리가 0.25%p 인상되면 가계 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이 평균 약 16만4000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기준금리는 작년 8월 인상 직전 0.5%p에서 이날까지 3%로 총 2.5%p 올랐기 때문에 0.25%p의 10배를 적용하면 대출자 1인의 연간 이자는 164만원씩 불어난 것이다. 11월 추가 빅스텝이 나오면 이 수치는 196만8000원으로 더 커진다.   

기업들의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한은 빅스텝시 기업들의 대출이자 부담은 약 3조9000억원 증가한다.

문제는 올 들어기업들의 대출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9월 말 기준 기업대출(개인사업자 등 중소기업 대출 포함) 잔액은 694조8990억원으로, 작년 말(635조8879억원)보다 9.3%(59조111억원)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709조529억원에서 695조830억원으로 13조9699억원 줄어든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대출금액이 클수록 부담도 더 늘게 될 것"이라며 "기준금리가 1%p 인상되고 대출금리가 그만큼만 올랐다고 해도 1억원을 빌렸으면 100만원, 3억원을 빌렸으면 300만원을 더 내야하는데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출·수신금리 모두 당분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차주들 부담이 과하다는 얘기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 800조 육박한 5대 은행 예적금

한편 은행 예적금에는 돈이 몰리고 있다. 예금금리가 숨가쁘게 뛰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수시입출금 통장에 있는 돈을 빼 예적금 통장으로 이동시키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 정기 예적금 잔액은 799조8141억원 규모를 기록해, 조만간 사상 처음으로 80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다. 전월(768조5433억원) 대비 31조2708억원이나 늘었다.  

최근 1금융권 은행들의 예금금리는 4% 중후반까지 뛰어오른 시점이다. 케이뱅크의 코드K정기예금은 이날 기준 1년제 금리가 최고 연 4.60%다.

우리은행의 비대면 전용 정기예금인 원(WON)플러스 예금도 이미 1년 만기 금리가 이날 최고 연 4.55%다. 이 정기예금은 채권금리 등에 매일 연동되므로 최근 시장금리 상승분이 반영되면서 금리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도 1년제 금리가 최고 연 4.50%다. 또한 이날 한은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주요 은행들의 예적금 금리 인상 소식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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