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가격 또 오르나... 유업계·낙농가 원윳값 협상 결국 시한 넘겨
우유 가격 또 오르나... 유업계·낙농가 원윳값 협상 결국 시한 넘겨
  • 박세리 기자
  • 승인 2022.06.27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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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업계·낙농가 입장차로 협상 시한 넘겨
유업계 “생산비연동제 개선 해야” vs 낙농가 “사료비 등 원윳값에 반영해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우유 진열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우유 진열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원윳값 협상이 결국 시한을 넘겼다. 올해 원유(原乳) 가격 인상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유업계와 낙농가의 협상이 마감 시한을 넘긴 27일 현재 여전히 답보 상태다. 원유가격 조정은 유제품 가격 전반에 영향을 미쳐 통상 통계청 발표 이후 한 달 안에 이해 관계자들이 원유기본가격조정협상위원회(협상위)를 꾸리고 원유기본가격 협상을 마쳐야 한다. 이에따라 이번 조정 마감 시한은 지난 24일이다.

원윳값은 매년 5월 통계청의 농축산물생산비 조사가 발표된 이후, 조사 결과를 토대로 낙농가와 유업계의 협상으로 인상여부를 결정한다. 우유 생산비 증감률이 ±4% 이상이면 해당 연도에, ±4% 미만이면 2년마다 낙농가와 유업계가 협상을 통해 가격을 정한다.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농축산물생산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유 생산비는 리터(ℓ)당 843원으로 전년비 4.2% 증가했다. 따라서 올해 리터당 47~58원 범위에서 인상 요인이 발생한 셈이다.

협상위는 낙농진흥회의 ‘원유생산 및 공급규정’을 근거로 설립되는 기구로 우유 생산자(낙농가) 단체 소속 3명, 유업체 소속 3명, 학계 인사 1명으로 구성된다.

2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낙농가 단체 측은 협상위원 3명을 추천한 상태지만, 유업계 측은 낙농제도 개편 논의 진전이 있어야 추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올해 협상위는 꾸려지지 않은 상태다.

원유 가격 결정은 낙농진흥회의 권고 사항으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건 아니라 기한을 넘겨도 당장 수급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이대로 협상 파행이 이어진다면 지난 2011년 8월 낙농가가 원유 납품 중단 사태가 또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시에도 협상 결렬로 낙농가가 강경투쟁에 나선 바 있다.

협상이 여전히 답보 상태인 배경에는 낙농제도 개편방안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가 있다.

양측의 대립은 지난해 8월 정부가 낙농제도 개편 작업에 착수하면서 시작됐다. 정부는 현행 ‘원유 쿼터제’와 ‘생산비 연동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원유 쿼터제는 낙농가가 생산한 원유를 유업체가 전량 사들이도록 해 생산량을 제한하고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하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생산비 연동제는 원유생산에 드는 비용인 사료 가격이나 인건비 등이 오르거나 내리면 원유 가격에 이를 반영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정부는 출산율 감소와 최근 음용유 소비 감소 등으로 현재 수요량이 쿼터에 미치지 못하다고 판단해 현행 생산비 연동제에서 ‘용도별 차등가격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원유가격을 음용유와 가공유로 차등 적용하는 게 골자다.

이에 유업계는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저출산에 따른 우유 소비 감소와 원유 가격 상승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주장이다. 국내 우유 수요가 줄면 공급도 줄여야지만, 쿼터제로 재고 처리 부담까지 누적된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대체우유 시장 증가와 수입 우유류 증가도 영향을 미쳐, 원윳값 책정 구조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낙농가는 사실상 쿼터제를 없애는 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농가 배합사료 가격이 30~40% 오른데 반해 원윳값 조정이 없어 낙농가 사육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사육두수가 줄어들면 결국 원유 부족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양측 협상에 개입할 수 없지만,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미온적인 모습이다.

원유 가격 인상 적용시기인 8월 1일까지 약 한 달의 시간이 남았다. 이대로 양측의 협상이 파행으로 이어져 낙농가 원유 납품 거부 사태까지 간다면, 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은 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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