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김은경 기자] 한화생명이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우리금융 지분을 전부 매각하며 자본 확보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한화생명이 RBC 비율 방어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한화생명은 장기적 자산 포트폴리오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 IFRS17 도입 눈앞... 한화생명, 우리금융 지분 전량 블록딜
20일 한화생명에 따르면 지난 17일 장 마감 후 한화생명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우리금융 지분 2298만주(3.16%)를 블록딜로 전량 매각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우선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한 것은 사실이고, 장기적인 자산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주식 매각을 블록딜 형태로 진행했다"며 "매각가는 종가 기준 약 3000억원이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당일 기관투자 중 보험은 2298만5921주를 순매도했다. 이 중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2992억원이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 외국인 지분율은 사상 처음으로 40%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보험사들은 내년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반년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규모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한화생명도 예외는 아니다.
한화생명은 같은 날 4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도 발행했다. 앞서 지난 1월에도 7억5000만 달러(약 9200억원) 규모의 외화 후순위채를 발행한 바 있다.
한화생명의 올해 1분기 기준 RBC 비율은 160.0%로 지난해 말(184.6%)보다 24.6%p 하락했다. 이는 금융당국의 권고치(150%)를 웃돌았다. 2분기 들어 국고채 금리가 오르고, 최근 기준금리가 급등하면서 RBC비율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준 금리 상승은 RBC 비율을 악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는 보험사의 자산 중 일부 채권(매도 가능 채권)만 시가로 평가되고, 부채는 원가 평가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지분을 전부 매각한 한화생명은 보유하고 있던 사외이사 추천권도 내놓으면서 이후 우리금융과 협업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업황 부진 그늘 속 한화생명 "투자 포트폴리오 재정립 차원"
한화생명의 지난 1분기 어닝 쇼크에 이어 2분기 실적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분기 한화생명의 당기순이익은 9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6%나 감소했다.
이처럼 업황이 비호적인 가운데 이날 한화생명 주가는 전날 대비 3.2% 하락한 2245원에 마감했다. 최근 10일 간 거래를 살펴보면 2일을 제외한 8일 모두 내렸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지난달 17일 한화생명의 보험금지급능력등급을 ‘A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신종자본증권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한기평은 “내년 새 국제회계제도(IFRS17)와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두고, 부채구조와 자본여력 등을 고려할 때 자본관리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금융 지분 매각에 대해 한화생명 관계자는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정립하는 차원의 조치다. 우리금융지주 지분은 이미 RBC에 반영된 것이라 지급여력비율의 변화와는 큰 관련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