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 車할부, 중고 현대·기아차 타고 달릴까
신용카드사 車할부, 중고 현대·기아차 타고 달릴까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2.03.28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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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 자산성장 연 10%대 지속
작년 반도체 대란에도 선방한 실적
대기업 개방은 큰 기대감 속 우려도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각 사 사업보고서·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각 사 사업보고서·현대자동차 홈페이지)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을 차곡차곡 쌓고 있는 신용카드사들의 관심이 신차 시장을 넘어 중고차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 우리·하나카드, 오토금융 체력 확 커졌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자동차 할부금융을 하고 있는 신한 KB국민 우리 하나 삼성카드 5개 신용카드사의 국내 자동차 할부금융(리스 미포함) 자산은 지난해 말 9조7345억원 규모로 전년(8조7788억원)에 비해 10.8%(9557억원) 늘었다. 2019년(15%), 2020년(10%)에 이어 성장세가 지속됐다. 

아직 작년 사업보고서를 내지 않은 롯데카드의 할부금융 자산과 각 사 리스실적을 합친다면 신용카드사의 자동차 금융 자산은 합산 10조원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지난해 차랑용 반도체 대란으로 인한 신차 출고 적체 등 악영향을 감안하면 상당히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는 후발주자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한 해이기도 했다. 특히, 우리카드와 하나카드가 상당한 존재감을 각인했다는 평가다. 업계 3위 우리카드는 연간 자산성장률이 50%(5431억원)로 가장 높았다. 하나카드는 아예 취급액이 없다가(0원) 지난해 증가액은 2위, 자산규모는 업계 4위로 뛰어올랐다. 

우리카드는 연내 중고차 할부금융을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 신한 KB국민 삼성카드가 신차와 중고차 금융을 동시에 취급하고, 우리 하나 롯데카드는 아직까지 신차만으로 한정하고 있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기존 캐피탈부서를 오토금융본부로 격상한 데 이어 올해 초 오토신사업팀을 신설하는 등 자동차 금융에 인력과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자동차 전문 영업점인 캐피탈 지점수도 서울·경기(5곳), 부산(2곳) 등 전국에서 총 20개로 확대했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초 처음으로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 발을 들인 '뉴페이스'다. 그럼에도 시장 진출 첫 해부터 연간 자산 증가액 기준 업계 2위에 등극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사업 초기인 현재로써는 신차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지만, 중고차 시장 진출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현대캐피탈 잡을 수 있나...카드사들은 '내전'        

자동차 할부금융은 캐피털사들의 본업으로 안방으로 군림하던 시장이었다. 그런데 신용카드사들이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수익성이 악화되자 영토를 적극적으로 침범하기 시작했고, 낮은 금리와 캐시백 제공 등 제살 깎기식의 공격적 마케팅을 하면서 입지를 다져온 상황이다. 

이날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현대차 아이오닉5(신차)를 현금구매비율 30%, 대출기간 36개월로 구매할 때 카드사들의 금리는 최저 연 2.7%~최고 연 5.2% 수준이다. 캐피털사들은 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이 최저 연 2.6%로 0.1%p 낮지만 최고금리는 연 7.6%로 각 카드사보다 2~3%p 이상 높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우리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하나카드. (자료=각 카드사 홈페이지)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우리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하나카드. (자료=각 카드사 홈페이지)

중고차는 일반적으로 리스크가 더 커 금리도 상대적으로 높게 매겨진다. 최근 3개월간 중고차 할부 평균금리는 KB국민카드(5.32%), 삼성카드(6.46%), 신한카드(7.29%)였고, 현대캐피탈(9.06%)보다는 카드사들이 전부 더 낮았다. 

현대캐피탈의 할부금융 자산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3조7788억원으로 전년 말(14조7087억원)에 비해 6.32%(9299억원) 줄어든 것도 카드사들의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해석에 힘을 싣는다. 다만, 현대캐피탈의 할부금융 자산 규모는 여전히 타 카드사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캐피털사 대비 금리 수준도 낮지만 캐시백 등 신용카드와 연계된 혜택도 제공할 수 있어 경쟁력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영업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특히 신차 시장은 포화상태일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 전망은..."양날의 검"

이런 가운데 정부가 최근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하면서 기존 시장에서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대부분 정보의 투명성을 기반으로 신뢰도가 제고되면서 거래가 활성화되고 시장규모도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지배적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 실질 거래대수는 지난해 기준 약 253만대 수준이고, 시장규모는 28조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중고차 매물의 가격 산정이나 허위·미끼 매물, 주행거리·사고이력 조작 등 정보 비대칭성으로 소비자 불신은 만연했다. 금융사도 더 큰 리스크를 져야 했다.     

현대차와 기아, 롯데렌탈 등은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상태다. 이달 초 현대차는 온라인 통합정보 포털, 최첨단 스마트 장비를 갖춘 '인증중고차 전용 하이테크센터' 등을 구축해 자사 브랜드 중고차를 신차 수준으로 판매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기아는 지난 1월 정읍시에 자동차매매업 등록 신청을 했다. 

신용카드 업계에서 향후 중고차 시장 전망은 '양날의 검'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거래 활성화에 따른 매출 수혜가 예상된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과 특정 계열사 시너지 등 각종 우려 요인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완성차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다는 건 중고차 퀄리티가 높아지고 시장이 커진다는 얘기"라며 "기존 중고차 금융은 카드사들이 리스크를 가지고 했던 영역인데, 보증된 중고차가 늘어난다면 리스크 관리 부담이 줄어 공격적인 영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유리한 대기업들이 고객에게 프로모션 행사 등 가격 인하를 적극 추진할 경우 카드사들이 그간 확보했던 시장점유율이 침식되면서 위축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며 "일부 기업들에 한정해 계열사간 협업이 이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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