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CEO 인사시계 째깍...세대교체냐 구관이 명관이냐
증권사 CEO 인사시계 째깍...세대교체냐 구관이 명관이냐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1.12.08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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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은 빠르다...최현만 회장 선임 포문 열어
1964년생 동갑내기 3사, 연임 여부에 쏠리는 눈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신임 회장. (사진=미래에셋증권)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신임 회장. (사진=미래에셋증권)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증권사 인사시계가 째깍거리고 있다. 대부분 증권사가 역대급 실적을 냈음에도 세대교체 등을 명분으로 한 역대급 명함 물갈이 가능성에 숨 죽이고 있다.   

현재 상위 10개 증권사는 1960년대 초반 출생 CEO(최고경영자)들이 점령 중이다. 이 가운데 미래에셋증권 최현만 수석부회장은 회장 승진이 가장 빠르게 확정됐다. 임기가 만료되는 CEO 중 현재로써는 가장 젊은 축에 속하는 1964년생 동갑내기 3사 정통 IB맨인 NH투자증권 정영채 대표이사, 한국투자증권 정일문 대표이사, 메리츠증권 최희문 부회장의 연임 여부에도 촉각이 쏠린다. 

■ 최현만 수석부회장, 회장 승진...최희문 부회장도 호실적·연임 유력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 중 삼성증권, 하나금융투자, 키움증권을 제외한 7곳의 대표이사 임기는 이달 말이나 내년 3월에 만료된다.

이 중 가장 빠르게 인사 포문을 연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미래에셋그룹은 전일 이사회를 열고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최현만 수석부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승진시키는 안건을 의결했다.

최현만 신임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과 함께 미래에셋의 25년 성장 역사를 함께 달려온 산 증인이다. 1989년 동원증권 입사 후 미래에셋 창립 멤버로 합류해 1997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후 캐피탈·생명·증권 CEO를 두루 역임하며 그룹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6년 이후부터 최 회장은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통합을 진두지휘해 왔다. 최 회장 아래 미래에셋증권은 고객예탁자산 400조원,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 자기자본 10조원 달성 등 금투업계에서 전무후무했던 초유의 기록을 골고루 섭렵했다.

올해 성적표도 발군이다. 미래에셋증권은 1~3분기 누적 1조250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삼성증권(1조1183억원), 한국투자증권(1조639억원), NH투자증권(1조601억원) 등을 앞지르고 업계 1위를 굳혔다.  

특히, 이번 미래에셋증권 인사에는 '전문 경영자들이 회사를 이끌어 가는 역동적인 문화를 가진 미래에셋을 만들어 가겠다'는 박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업계 최초 전문경영인 회장 탄생이라는 상징성을 가지는 동시에 '구관이 명관'이라는 공식도 재입증됐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메리츠증권)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메리츠증권)

메리츠증권도 오너의 의중이 반영되는 증권계 금융그룹 계열사 중 1곳이다.

메리츠증권은 현재 최희문 부회장이 11여년 동안 이끌고 있다. 최 부회장의 경우 업력과 실적 측면에선 나무랄데가 없고, 금융권을 흔들어 놓은 사모펀드 사태와도 무관해 4연임 가능성이 유력하지 않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최 부회장은 뱅커스 트러스트 부사장(뉴욕&서울), 골드만삭스 상무(홍콩), 삼성증권 캐피털마켓사업본부장 전무 등을 거친 정통 IB맨 출신이다. 최 부회장 부임 후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문에서 독보적인 영업지위를 굳히고 있다. 

올해 가장 큰 성과로는 서울 마곡 마이스(MICE) 복합단지 개발사업 금융주관이 꼽힌다. 마곡 마이스 PF는 서울 여의도 파크원 PF(2조1000억원), 메리츠증권이 2015년 주관한 부산 해운대 엘씨티 PF(1조7000억원)를 넘어선 국내 증권업계 부동산 PF 중 최대 규모였다. 메리츠증권은 공동 금융주관사로 나서 2조5000억원 규모의 PF 주관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또한, 최 부회장은 올 들어 ETN(상장지수증권) 라인업을 빠르게 확대시키는 등 틈새시장도 기습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대신증권, 하나금융투자에 이어 9번째로 ETN 시장에 참전했다. 이어 시장 진출 반년이 채 안 돼 30여개의 ETN을 발행했다. 시장 환경을 감안해 한국과 미국 물가연동국채(TIPS)를 추종하는 인플레이션 국채 ETN 4종도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메리츠증권의 올해 3분기 말 자기자본은 5조786억원으로 2010년 대비 10배 가까이 커졌다.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5932억원으로 작년 연간 실적을 뛰어넘었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3분기 말 연환산 기준 16.0%로 전년 동기 대비 3.0%p 상승했다.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이다. 부동산금융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도 작년 이후 빠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흠결 없는 실적이지만 세대교체 명분은 마지막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최 부회장은 1964년 10월생으로 현재까지 10개 증권사 CEO 중에서는 가장 젊은피에 속한다. 최 부회장의 연임 여부는 내년 3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 역대급 어닝 한투·NH...동갑내기 정통 IB맨 명승부 지속가능성은  

NH투자증권의 정영채 대표이사, 한국투자증권의 정일문 대표이사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1964년 5월, 11월생인 두 대표는 공통 분모가 특히 많다. 우선 두 대표 역시 금투업계에서 내노라하는 정통 IB맨으로 불린다. 양사가 IB명가로 불리는 근원적인 이유로 여겨진다.  

또한 올해 하반기 이후 주식 거래대금 감소에도 3분기까지 사상 처음으로 누적 영업이익 '1조 클럽' 가입에 성공했다는 점, 올해도 IB명가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점, IB 전문성을 디지털 리테일, VIP 특화를 통한 WM비즈니스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 사모펀드 피해자들의 사후 보상에 최선을 다하며 원금 100% 보상을 확정한 점 등도 비슷하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진=NH투자증권)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진=NH투자증권)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2018년 3월 취임해 작년 1년 연임에 성공했다. 이번 임기는 내년 3월 1일 만료된다. 정 대표 역시 나무랄 데 없는 숫자를 만들어왔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취임 후 매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 중이다.

올해 성적표만 놓고 봐도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ECM(주식자본시장) 실적 호조도 빛난다. 대표적으로 크래프톤, SK바이오사이언스, 롯데렌탈, 에스디바이오센서, NH스팩20호 등 다수 IPO(기업공개)를 주관했다. 대한항공, 한화솔루션, 포스코케미칼, 하이브, 맥쿼리 인프라 등 유상증자 딜도 수임했다. 

부채자본시장(DCM)에서도 전통 강자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사이에서 '빅3' 체제를 공고히 했다. 올해 NH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 네이버, 한온시스템, SK 등 회사채 인수 업무를 성공리에 수행했다. 나무(NAMUH)와 큐브이(QV) MTS를 전면 개편해 사용자 경험을 강화했다. MZ세대를 겨냥한 '투자가 문화로' 플랫폼 론칭, 메타버스·마이데이터 서비스 출시 등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에서도 업계 우위를 선점해나가고 있다. 

정 대표의 최대 난관은 옵티머스 환매중단 사태 관련 징계 수위다. 정 대표는 옵티머스 사태로 인해 올해 3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책경고 처분을 받았다. 문책경고는 향후 3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다. 이후 일반투자자들의 원금 전액을 반환을 결정, 적극적으로 피해 보상에 나섰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향후 징계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한 금감원이 지난 8월 우리은행과의 DLF(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 관련 행정소송 1심 판결에서 졌다. 1심 재판부는 금감원에 CEO 징계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는데, 금감원은 다음달에 항소했다.

당시 1심에서 법원은 금감원 제재의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확정 판결은 아니지만 선례가 될 만한 사건으로 중징계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견해도 힘을 얻는다. 금융위원회는 DLF 관련 소송이 일단락된 후 여러 CEO 제재 관련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진=한국투자증권)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진=한국투자증권)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도 연임에 도전한다. 정 대표는 2019년 대표로 취임해 한국투자증권을 이끌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또 다른 증권계 금융그룹의 주력사로 연임 여부가 매년 결정된다. 정 대표의 거취 윤곽은 이달 중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정 대표는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US핀테크), 팝펀딩(헤이스팅스) 등 10개 상품 가입 고객들에게 투자원금 전액 보상을 발표했다. 피해 원금 100% 보상을 위해 부담한 총비용은 1584억원에 이른다. 기관 징계 수위를 경징계로 경감하는 데에도 기여했다.

당시 '불완전 판매'의 재발 방지를 위해 금융투자상품의 공급과 판매 과정을 고객 중심으로 대전환하는 개선안도 내놨다. '고객을 향한 바른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해 고객 신뢰 회복에 대한 전례 없는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자사 타사를 막론하고 사모펀드 피해 고객들 입에서 여전히 귀감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올해 현대중공업, 롯데렌탈, 에스디바이오센서, HK이노엔, 원티드랩, 자이언트스텝, SK리츠, 디어유, KTB투자증권 등 다수 IPO 업무를 주관했고, 대한항공, 한화솔루션, 포스코케미칼, 한화시스템 등 대형 유상증자 딜에 참여했다.  

해외 현지법인의 IB 성과도 화려하다. 한국투자증권은 야후의 대형 인수금융 딜에서 국내 유일의 공동 주관사로 참여해 캐나다 최대 은행인 RBC, 영국의 바클레이스 등 글로벌 IB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미국 뉴욕에 신설한 IB 전담 법인도 워싱턴 DC 신축 오피스 인수금융 딜에 대표 주관업무를 수행했다.

20·30대 MZ세대가 많이 쓰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투자증권의 '미니스탁(ministock)'도 정 대표 작품이다. 미니스탁은 범용 MTS인 한국투자와 별도로 해외주식 여섯 번째 자릿수까지 소수점 거래가 가능한 간편 MTS다. 고가의 우량 해외주식을 사지 못하는 페인 포인트를 해결하고 1000원으로 시작하는 적립식 소액 투자 열풍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투자증권의 비대면 해외주식 거래 고객은 2019년 2만명에서 지난달 말 기준 200만명을 넘어, 불과 2년 만에 100배 이상 늘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인사라는 게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 가능성을 보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면서도 "증권업은 특히나 실력과 성과주의 중심이고, 책임경영 차원에서라도 회사 실적이 많이 고려되는 측면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두 증권사는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는 신선식품 새벽배송 이커머스 기업인 오아시스마켓, 마켓컬리 IPO 공동 대표 주관사로도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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