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흐르는 시간을 찾아서...은행의 메타버스 실험
돈이 흐르는 시간을 찾아서...은행의 메타버스 실험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1.08.18 1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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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산업 성장세에 준비 골몰
수익창출 기회 구현 움직임
주요 은행들이 메타버스(Metaverse) 실험을 전개하고 있다. 메타버스가 돈을 벌고 쓸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하는 가운데 시장 선점을 위한 포석을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료=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금융·우리은행)
주요 은행들이 메타버스(Metaverse) 실험을 전개하고 있다. 메타버스가 돈을 벌고 쓸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하는 가운데 시장 선점을 위한 포석을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료=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주요 은행들이 메타버스(Metaverse) 실험을 전개하고 있다. 메타버스가 돈을 벌고 쓸 수 있는 공간으로 확장하는 가운데 시장 선점을 위한 포석을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신한은행, 금융권 최초 메타버스 구축 나서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메타버스 기반 디지털 플랫폼 구축'을 위한 사업입찰 공고를 냈다. ICT 업체를 대상으로 오는 23일까지 참가의향서를 받는다. 자격조건은 최근 5년 이내 해당 프로젝트 수행(공급) 경험이 있는 주 사업자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우위에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은 네이버제트가 2018년 8월 출시한 제페토다. 제페토의 글로벌 가입자수는 2억명, 10대 이용자는 약 80%에 달한다. 사용자는 아이템을 제작하고 판매수익을 올릴 수 있다. 수익금 잔고가 5000ZEM(젬) 이상이면 출금버튼이 활성화된다.  

미국의 메타버스 대장주인 로블록스에서도 사회적·경제적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로블록스의 7월 일간 활성 사용자수는 4660만명이었고, 2분기 기준 사상 처음으로 13세 이상 사용자가 50%를 넘어섰다. 통용화폐인 로벅스(Robux)는 10만당 350달러다. 두 플랫폼 모두 환전은 페이팔을 통해서 가능하다.

신한은행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한 뒤 영업점과 야구장, 대학 캠퍼스, 백오피스 등 다양한 공간을 구현·운영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의 금융·비금융 콘텐츠를 확대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직관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융권 최초로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을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다"며 "내년 정도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KB국민·하나·우리은행과 DGB금융도 분주  

KB국민은행은 게더타운에서 KB금융타운을 지난달 1일 오픈했다. 게더타운은 미국 스타트업 개더가 개발한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KB금융타운에는 영업점과 회의실, 재택센터, 홍보‧채용상담관, 테크데스크 등을 구현했다. 

국민은행은 로블록스나 가상 현실기기(HMD)를 활용한 가상금융 체험관을 실험하고 영업점 구축 등 금융 서비스 제공 가능성도 살핀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미래고객 선점과 금융혁신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메타버스를 실험을 통해 새로운 금융 서비스 채널로 만들어 가겠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KB금융타운에서 지난달 8일 제6차 테크그룹 부서장 협의회를 진행했다. (자료=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은 KB금융타운에서 지난달 8일 제6차 테크그룹 부서장 협의회를 진행했다. (자료=KB국민은행)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메타버스 초석을 다진 상태다. 하나은행은 최근 '디지털혁신 TFT'를 디지털경험본부 내 신설했다. 원천기술 보유업체와의 사업 협력과 투자방향, 금융 서비스, 체험공간 등 다양한 접근을 검토·추진하는 메타버스 전담 조직이다.  

하나은행 디지털혁신TFT 관계자는 "단순히 가상의 은행 점포를 만들거나, 회의공간으로 활용하는 등 기존 금융권의 접근방식을 넘어 관련 산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중장기 과제를 도출해 단계별로 프로젝트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에 은행권 최초의 회원사로 가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이른바 'K-메타버스 연합군'이다. 창립 멤버는 현대차, 네이버랩스, 카카오엔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CJ ENM, 맥스트 등이며, 최근 삼성전자도 합류했다.

우리은행은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미래금융 플랫폼', '오프라인 메타버스 브랜치' 등을 공동 프로젝트로 추진한다는 목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참여 기업들과 긴밀한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해 주요 기술 내재화는 물론, 새로운 고객 경험 제공을 위해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대구은행이 DGB금융그룹을 중심으로 회의, 시상식, 사내 모임 등을 메타버스에서 진행하며 가장 적극적인 모습이다. 

DGB금융그룹은 금융권 최초로 제페토에서 미술 전시회 'DGB ZEPETO GALLERY(제페토 갤러리)'를 지난 6일 오픈했다. 오는 20일까지 ‘이우림’ 작가의 작품이 본점 갤러리와 가상 갤러리에 동시 전시한다. (자료=DGB금융그룹)
DGB금융그룹은 금융권 최초로 제페토에서 미술 전시회 'DGB ZEPETO GALLERY(제페토 갤러리)'를 지난 6일 오픈했다. 오는 20일까지 ‘이우림’ 작가의 작품이 본점 갤러리와 가상 갤러리에 동시 전시한다. (자료=DGB금융그룹)

DGB금융그룹 관계자는 "고객과 직원 모두에게 메타버스 체험 기회를 제공해 디지털 문화를 기업문화로 확대하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가상공간을 활용할 방안을 지속해서 강구하고 메타버스 기술 도입을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메타버스 가보자..."금융상품 준비·개발 필요"   

블룸버그통신의 지난 5월 보도에 따르면 명품 브랜드 구찌가 같은달 17일, 18일 각 1시간씩 로블록스에서 한정 출시한 디오니소스 가방은 35만 로벅스에 팔렸다. 이는 약 4115달러로 실제로 존재하는 버전의 가방 3400달러보다 비싼 가격이다. 

블룸버그는 이후 출시에는 가격 급등이 반복되지 않았음을 설명하면서도 "브랜드들은 즉각적인 현금을 넘어 미래의 중요한 소비자 기반이 될 젊은 세대들의 관심을 끌고 이들과 연결되기 위한 시도로 긴 게임을 하고 있다"며 "그리고 절대적으로 들어가고 싶어 한다"고 평가했다. 

은행들의 메타버스도 같은 맥락으로 초기 단계에서 전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경연구소는 지난달 30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향후 기술발달과 함께 가상세계 구축 범위가 확대되면, 금융을 포함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활동 기반이 모바일 환경에서 가상세계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BNP 파리바, JP모건 체이스, 씨티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도 디지털 기반 융복합 점포, 직원 교육·업무공간을 구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금융사들도 새로운 산업의 성장을 적극적인 수익창출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김상균 강원대 공과대학 산업공학과 교수는 "새롭게 돈을 벌고 쓰는 공간이 된다는 건 결국 경제의 흐름이 발생한다는 것"이라며 "때문에 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 금융권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메타버스에 특화된 금융상품을 준비하고, 아직은 소비력이 낮지만 메타버스를 좋아하고 즐기는 세대들이 현실 금융까지 이해할 수 있게끔 현실과 메타버스를 연결할 수 있는 경제·금융에 관한 것들을 지금부터 꾸준히 만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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