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테이도 잠못들게 한 문화誌 `쿨투라`
가수 테이도 잠못들게 한 문화誌 `쿨투라`
  • 북데일리
  • 승인 2006.04.2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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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계간문화지 <쿨투라> 발행 작가출판사 손정순 사장

“쿨하게 그러나 가슴은 뜨겁게”

지난달 창간한 계간 문화잡지 <쿨투라>를 발행한 작가출판사 손정순 사장을 만나보았다. 창간호를 내놓은 지 한달 남짓 지났는데 벌써 여름호를 준비하느라 <쿨투라> 편집실은 분주했다.

“몇몇이서 돌려 읽는 동인지형태의 문학잡지로는 문화에 대한 대중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톡톡 튀는 발랄함과 날카로운 지성을 지닌 젊은 편집진들이 모여 국내 첫 문화잡지를 창간하게 된 겁니다.”

실제로 강유정(문학평론가), 김서영(영화칼럼니스트), 강태규(대중문화평론가), 강수미(미술평론가)씨 등이 참여하는 <쿨투라> 편집인 모두 30대 ‘젊은 피’로 채워져 있다. 발행인 손정순씨 역시 영화 ‘친구’에서 그룹 레인보우의 여성보컬 ‘진숙’을 연상케 하는 옷차림으로 시선을 끌었다.

“요즘 ‘쿨하다’는 말을 젊은 층에서 많이 사용하는데, 주위에서 <쿨투라>가 쿨한 잡지의 느낌도 주는 것 같아 어감이 좋다고 말합니다.

라틴어 전공자로부터 추천을 받아 편집인 만장일치로 짓게 된 쿨투라(cultura)는 ‘경작’ ‘재배’를 뜻하는 라틴어로 흔히 쓰는 문화(culture)라는 용어도 여기에서 파생된 말이다.

“기대보다 반응이 좋은 편입니다. 창간호 5,000부가 나오자마자 바로 2쇄를 찍는 기쁜 소동이 벌어지고 있죠. 무거운 문예지와 가벼운 생활 잡지 사이에서 대중적인 문화잡지를 갈망해온 독자들의 욕구가 예상보다 커서 어깨가 무겁기도 합니다.”

서점에 들렀다가 문화잡지가 없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하다 잡지를 창간하게 됐다는 손 사장은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생기 넘치는 기사에 30대는 물론 20대의 폭발적인 관심에 놀랐다고 한다.

“테이의 공연은 대중문화를 바라보는 선입견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습니다. 그는 가창력과 음악성을 지닌 좋은 가수였고, 23세의 나이에도 자기의 목소리로 열정을 토해내는 훌륭한 대중예술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공연에 감동을 받은 손 사장이 테이에게 원고청탁을 하게 된 것이 ‘나의 뮤지션 생활’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테이는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기 위해 밤을 새워 글을 썼다는 후문이다.

“우리 문단은 물론 문화계에서도 고유 예술의 영역을 다른 부류의 영역이 침범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문학을 예로 들면, 시인은 시를 써야 하고, 소설가는 소설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나 이런 시각은 자칫 전체를 보지 못하고 한쪽만을 바라보는 편견을 낳을 수 있습니다.”

책이 점점 독자에게서 멀어지는 이유도 이처럼 닫혀있는 문단의 구조 때문이라는 손 사장은 서로 다른 영역을 넘나드는 글쓰기를 지향한다. 시인이 들려주는 음악, 소설가와 함께하는 여행 등 ‘영역 넘나들기’는 이제 문화의 큰 흐름이 되어가고 있다.

“신세대 작가 ‘귀여니’의 소설과 시를 아직 우리 문단에서 본격 문학으로 평가하기를 꺼려하지만 인터넷이 만들어낸 새로운 문학 현상임에는 분명합니다. 폭넓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귀여니 작품도 문학의 한 장르로 포용하고 인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문학적 판단은 결국 독자들의 몫 아닙니까.”

지난해 서로 다른 성격의 시 동인 ‘시힘’과 ‘21세기전망’ 시인들의 작품을 한데 엮은 <세상에 없는 책>을 내놓는 등 함께 어우러지는 문화예술을 꿈꾸는 손 사장은 귀여니는 물론 논란이 되고 있는 마광수 교수의 글도 언제든지 실을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한다.

“규모가 큰 출판사에서도 잡지를 창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문예지도 아닌 컬러판 문화잡지 창간을 결정하기까지는 주위의 애정 어린 만류와 함께 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어렵게 세상에 나온 <쿨투라>를 보면서 뿌듯함과 사명감을 동시에 느낍니다.”

<쿨투라> 창간호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교보문고 광화문 본점의 잡지코너 직원은 “딱딱한 문예지에 식상한 젊은층은 물론 장년층까지 젊은 잡지에 매혹된 것 같다”며 “신선한 잡지에 아무래도 독자들의 손이 많이 간다”고 전했다.

인문적 교양과 함께 대중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문화잡지를 만들어 가는 <쿨투라>의 여름호는 패션을 읽는 ‘패션텍스트’와 고교생들의 문화를 진단하는 ‘커뮤니티 48시’를 추가하는 등 다양한 문화적 코드를 시원스레 보여줄 예정이다.

한때 문화혁명이라는 의미로도 쓰여 졌던 <쿨투라>가 뭔가 신선하고 톡 쏘는 문화를 기다려온 독자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청량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북데일리 김연하 기자] fargo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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