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책의 날` 우리들의 행복한 책읽기
[특집]`책의 날` 우리들의 행복한 책읽기
  • 북데일리
  • 승인 2006.04.2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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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책방 찾은 이웃들, 책에 빠진 사람들

“근래 일과로 책을 읽으면서 네 가지 유익함이 있음을 깨달았다. 첫째, 조금 배고플 때 읽으면 소리가 배나 낭랑하여 그 담긴 뜻을 음미하노라면 배고픈 줄도 깨닫지 못하게 된다. 둘째, 조금 추울 때 읽으면 기운이 소리를 따라 흘러 들어와 몸 안이 편안해져 추위를 잊을 수 있다. 셋째, 근심하고 번뇌에 겨울 때 책을 읽으면 눈은 글자와 함께 깃들고, 마음은 이치와 더불어 모이게 되어 천만 가지 생각이 스러져 없어질 때가 있다. 넷째, 기침을 앓을 때 읽으면 기운이 통하여 저촉되지 않게 되어 기침소리가 갑자기 그친다.”

조선조 학자 이덕무가 남긴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중의 한 대목이다. 좁은 쪽방에 들어오는 빛에 비춰 책을 읽었다는 독서가는 ‘책읽기’가 배고픔을 잊게 해주고, 추위를 잊게 해주고, 근심과 번뇌를 잊게 해주고, 기침을 그치게 해준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지금 우리의 책읽기 현실은 어떠한가.

1월 발표된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서적 인쇄물` 구입 월평균 지출액은 1가구당 1만397원으로 전체 소비 지출액의 0.5%에 해당할 정도로 국내 독서인구는 미미한 형편이다. 1995년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가 세계인의 독서증진을 위해 정한 4월23일 ‘책의 날’은 그런 의미에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북데일리는 ‘책의 날’을 기념해 서향 가득한 서점에서 책읽기 삼매경에 빠져있는 `이덕무의 후예들`을 만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처음 만난 성길용(57)씨는 대단한 독서광이었다. 30년 동안 ‘1일1독’을 계획하며 책을 읽어 왔다는 그는 ‘만권’읽기 목표를 이미 2000년도에 이뤘다고 했다.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읽는 편입니다. 책은 나에게 정보를 주고, 잡념을 없애 주죠”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펼친다는 그는 “책읽기란 사람관계 사이의 `노크` 이며 `앎`의 시작이기 때문에 책읽기를 좋아합니다”라고 전했다. 가장 좋아하는 책은 성경이며 칼릴지브란의 책도 좋아한다고.

유경영(23)씨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는 대학생. 파울로 코엘료의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문학동네. 2000)를 집중해서 읽고 있던 그녀는 “책 많이 못 읽어서 부끄러운데...”라며 얼굴을 붉혔지만 “책 읽는 동안 집중하는 느낌을 매우 좋아해요”라며 책읽기 사랑을 펼쳤다. 전공 공부 때문에 많이 읽지는 못하지만 매월 1~2권은 읽고 있다고 했다. 즐겨 읽는 장르는 소설, 철학, 전공과 관련된 미술에 관련된 책이라고.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서양 미술사>(예경. 2003)이예요. 상당히 많은 분량이었는데 꼼꼼히 정성을 다해 완독했을 때 큰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취업준비생 민지영(25)씨는 책 향기에 취한 표정이었다. 매일매일 읽기 보다는 한번에 몰아서 많은 책을 읽는 편이라고. 재테크나 경제경영서계열의 책은 좋아하지 않고 인문, 비소설 계열의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정보를 얻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은 아니에요. 정보라면 인터넷을 통해서 얼마든지 얻을 수 있잖아요. 책읽기가 좋은 것은 각 장르마다의 독특한 매력이 있고 빠져드는 독특한 느낌이 좋기 때문이에요”

책을 좋아하는 민씨는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헤르만 헤세를, 최근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으로는 <희망의 밥상>(사이언스북스. 2006) <희망의 이유>(궁리. 2003)를 꼽았다.

책을 펴든 옆모습이 인상적인 박기훈(23)씨는 복무 중인 대한민국 육군 상병. 휴가 중 시간을 내 서점을 찾았다. 박 상병은 "오히려 군복무 중에 책을 더 많이 읽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라고 했다. 외국소설의 경우 `스테디셀러`를 좋아하고 국내 작가 중에는 공지영, 김영하를 좋아한다.

어릴 때 꿈이 작가였던 만큼 책읽기를 무척 좋아하는 박 상병은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60~70세나 되서야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겠지만 책을 읽은 사람은 20~30대에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라는 멋진 말을 전했다.

최근 인상 깊게 읽은 책은 박민규의 <카스테라>(문학동네. 2005)와 요시다 슈이치의 <퍼레이드>(은행나무. 2005)를 꼽았고, 독서를 통해 언제든 글을 쓸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전했다.

강정희(34)씨는 직장생활에 도움이 되는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는 샐러리맨이었다. 서점이 직장 근처에 있어 자주 들른다는 강씨는 최근 읽은 인상적인 책으로 <살아 있을 때 해야 할 49가지>(위즈덤하우스. 2005)를 꼽았다. 49가지 이야기 중 여행과 가족, 부모에 대한 사랑이 깊이 와 닿았다고. 매월 2권정도의 책을 읽는다는 강씨는 책을 좋아하는 아내 덕에 책을 자주 접한다고 했다.

"책읽기란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삶을 경험할 수 있는 간접경험을 제공해주는 좋은 기회"라는 말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만난 장미자(39)씨는 외국수필집을 읽고 있었다. `명상서적`과 `수필` `종교서적` `심리` 등 다양한 분야를 즐겨 읽는다는 정씨는 자신의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책으로는 루이제린저의 <생의 한가운데>(문예. 1998)와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청목사. 1990)를 꼽았다. 좋아하는 작가로는 성길용씨와 마찬가지로 칼릴지브란을 꼽았다. 칼릴지브란의 <예언자>(현암사. 2003)는 지금도 교과서처럼 읽는 책이라고.

마음과 몸의 혼란스러움을 책으로 정리한다는 멋진 독서가 장씨는 "혼란스러울 때 책을 많이 읽어요. 정독하는 편은 아니고 어떤 특별한 구절이 저에게 깊이 와 닿을 때가 있어요 그런 책은 오래 기억에 남아요. 책을 통해 생각을 많이 정리합니다. 오늘도 머리가 무거웠는데 책을 읽으며 많이 정리가 됐어요" 라는 말을 전했다.

"책은 한권 한권이 하나의 세계" 라는 W.워즈워스의 말을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미지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책읽기임은 부정하기 힘들다.

23일 ‘책의 날’을 맞아 꽂아두기만 했던 책을 꺼내 혹은, 몇 개월간 들려보지 못한 서점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 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 =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성길용, 유경영, 장미자, 강정희씨. 장소협조 반디앤루니스 종각점)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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