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경 팝콘북스 팀장 책만드는 안목
허은경 팝콘북스 팀장 책만드는 안목
  • 북데일리
  • 승인 2006.04.1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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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뒷담화]<16살, 네 꿈이 평생을 결정한다>(팝콘북스. 2006)

“저는 커서 뭐가 될까요?”

아들의 뜬금 없는 질문에 당혹스러움을 느꼈던 <16살, 네 꿈이 평생을 결정한다>(팝콘북스. 2006)의 저자 김재헌은 이를 계기로 아이들의 ‘꿈’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국민일보 노동일 논설위원이 쓴 ‘새로운 천년을 위한 선택’ 이라는 칼럼은 ‘섬광’처럼 다가왔다. 김재헌은 칼럼에 나온 ‘미국 경영협회와 포춘지가 선정한 역사 속의 위대한 75가지 선택’을 보고 바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도서관에 매달리기 시작해 인물들의 자료를 찾고 45가지를 추렸다. 작업을 시작한지 5년, 완성된 원고를 담은 메일을 아들에게 보냈다. 아들은 친구들에게 아버지의 원고를 자랑하기 시작했고 자신이 느낀 점을 아버지에게 답했다.

아버지와 아들의 글은 <16살, 네 꿈이 평생을 결정 한다>라는 제목으로, 6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로 탄생했다.

“자기 삶에 열심을 다하며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에 따른 모델을 찾아 나간다면 굳이 어른들이 강요하지 않아도 네 꿈은 분명히 이루어질 거야”

아버지는 아들에게 보내는 ‘격려’의 말을 머리말에 실었고 수많은 학부모,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자녀, 손자, 손녀에게 책을 선물하겠다며 서점으로 몰려들었다.

책을 기획, 편집한 ‘팝콘북스(다산북스)’의 허은경(33) 팀장을 만나 청소년들에겐 ‘꿈’을 학부모들에게는 ‘믿음’의 교육철학을 제시해 준 베스트셀러 탄생비화를 들어봤다.

“47회 거절당한 원고를 선택한 CEO의 추진력”

허 팀장의 말에 따르면 30대 젊은 CEO 다산북스 김선식 대표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더라도 원고에 가능성이 보이고 아이템이 좋으면 계약을 결정한다고 전한다. 덕분에 베스트셀러 <마흔으로 산다는 것>(다산북스. 2005), <기획 천재가 된 홍대리>(다산북스. 2004) 등이 탄생됐다.

‘47군데’ 출판사가 거절한 <16살, 네 꿈이 평생을 결정 한다>의 원고를 과감하게 선택한 것도 김 대표였다. 중학교 국어교사인 아내와 함께 늘 “왜 요즘 아이들은 꿈이 없을까?”라는 질문을 주고받던 김 대표는 <16살, 네 꿈이 평생을 결정 한다>의 초고를 읽고 그 해결책을 담고 있는 책이라는 확신에 사로잡혀 계약을 결정했다.

허 팀장은 젊은 CEO 와 일하는 것이 “매우 즐겁다”고 했다.

‘톡톡 튀는 지식의 즐거움’이란 모토로 ‘다산북스’ ‘다산초당’ ‘팝콘북스’ 라는 브랜드를 이끌어 온 다산북스는 과감한 아이템 개발과 기획력으로 창립2년 만에 수많은 베스트셀러들을 만들어 낸 실력 있는 출판사로 거듭나고 있다. 허 팀장은 <16살, 네 꿈이 평생을 결정 한다>의 탄생 역시 ‘대표의 과감한 추진력이 빚어 낸 결과’라고 전했다.

“신학기 특수에 맞춘 타이밍 마케팅”

홍보, 마케팅 과정에서 주력한 것은 신문의 ‘기사광고’ 였다. 이로 인한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학부모,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신문사죠? 그 책을 우리아이에게 꼭 사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전화를 출판사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폭주하는 전화 덕에 전 직원은 토요일, 휴일도 불사하고 ‘텔레마케터’를 능가하는 친절한 응대로 독자들의 전화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도 모두들 행복해 했어요. 독자들의 목소리에 묻어나는 자녀사랑이 저희들을 감동시켰습니다. 더 좋은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었어요”

허 팀장은 지금도 당시의 일화를 전화며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다른 마케팅 비결로 ‘타이밍’을 꼽았다. 책은 ‘신학기 특수’를 목적으로 1월에 출간됐고 3월까지 폭발적인 판매고를 올렸다. 4월이 되자 ‘잔소리 할 필요 없게 만드는 책’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안겨만 주면’ 아이들이 알아서 느끼고, 생각하고,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이제야 알겠다”는 글을 남긴 한 학생독자의 서평은 기획자에게 큰 기쁨을 줬다. 저자와 출판사가 의도한 메시지가 독자에게 전달된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은 없다.

“그래도 부족한 책”

“아직도 부족한 게 많아요. 책을 낸 뒤 발견되는 실수로 부끄러워지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베스트셀러 자기 계발서를 만든 기획자이기 때문일까. 허 팀장은 여린 외모와 달리 인터뷰 내내 당찬 목소리를 냈다. 100%의 만족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부족함을 끊임없이 찾아내고 반성하는 과정에 게을리 하지 않는 기획자였다.

그녀는 ‘오자’ 나 ‘실수’를 찾아내 전화를 걸어주는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도 전했다.

“실수를 지적해 주는 독자들은 정말 고마운 분들이에요. 그건 관심이고, 사랑입니다. 전화를 걸어오는 독자들에겐 감사의 뜻으로 다산북스의 책을 한권이라도 꼭 보내드리고 있어요”

이를 계기로 독자에게 다산북스의 존재를 다시 한번 각인 시키고 다른 좋은 책도 있다는 사실을 알린다는 의도다.

“베스트셀러도 만들고, 결혼도 하고”

허 팀장은 23일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신부다. 일에 빠져 연애는 염두도 못 내고 있던 그녀에게 책을 만들며 보낸 야근의 날은 예비신랑을 만나게 해준 끈이 됐다. 동종업계에 근무하는 예비신랑이 늦게 퇴근하는 허 팀장을 귀가 시켜 주며 사랑을 꽃 피운 끝에 결혼에 골인하게 됐으니 <16살, 네 꿈이 평생을 결정 한다>는 허 팀장에게 베스트셀러 이상의 의미를 갖는 책이다.

“너무 행복하죠. 베스트셀러도 만들었고 결혼도 하고, 출판은 저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었습니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일하고 싶어요”

<16살, 네 꿈이 평생을 결정 한다> 2, 3편을 바쁘게 준비하고 있는 허 팀장은 결혼 후에도 일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프로에게 이런 행운은 ‘절로’ 온 것이 아니라 열정과 수고로 보낸 야근의 날이 가져다 준 합당한 대가였다.

다산북스는 젊은 CEO의 혁신적 경영방침으로 전 직원이 즐겁게 일하는 출판사다.

얼마 전에는 “꽃놀이 가고 싶으니 1시간만 일찍 퇴근시켜 달라”고 생떼(?) 쓰는 직원들에게 대표가 먼저 나서 “1시간 갖고 되겠느냐 점심 먹고 모두 나가자”며 전 직원을 서울랜드로 끌고 갔다. 덕분에 모두 평일 반나절을 꽃향기에 취해, 놀이기구를 타며 즐겁게 보냈다. 획일적 사고와 보수적 경영마인드를 갖고 있는 경영자라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가능성 있는 작가들을 발굴해내는 거침없는 기획력과 추진력은 직원들을 대하는 CEO의 태도에서도 묻어났다.

<조선왕 독살사건>(다산초당. 2005), <마흔으로 산다는 것>(다산북스. 2005), <기획 천재가 된 홍대리>(다산북스. 2004) 등 여러권의 베스트셀러를 내며 출판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다산북스. 앞으로도 활기찬 행보를 기대해본다.

(사진 = 편집부 이영란 대리, 편집부 허은경 팀장, 디자인팀 나미진 대리, 왼쪽부터)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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