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50에 길떠난 여자 `굿바이 솔로`
나이 50에 길떠난 여자 `굿바이 솔로`
  • 북데일리
  • 승인 2006.04.14 09: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샘물이 말라 물고기가 메마른 땅위에서 모여 서로 축축한 물기를 끼얹고 서로 물거품으로 적셔 줌은 강이나 호수에서 서로의 존재를 잊고 있는 것만 못하다.”

장자의 ‘대종사’에 나오는 이 말은 세상의 연민에 얽매이지 말고 좀 더 너른 세계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으라는 얘기이다.

여기 나이 <오십에 길을 나선 여자>(따님.2004)가 있다. 수 십 년 동안 아내와 어머니로서 살아온 작가 조안 앤더슨은 어느 순간 ‘자신의 꿈’과 점점 멀어지는 것을 깨닫고 홀로 길을 떠난다.

“갑자기 코끝을 건드리는 심한 냄새를 따라가다 보니 마른 모래 위에서 한 무더기의 발톱조개가 말라 죽어가고 있다. 서로 놔주면 좋을 텐데 왜 엉켜 있는 것일까. 나 또한 그럴 필요가 없어진 뒤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매달렸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내게 매달리도록 내버려 두었던가. 오늘 내가 누리는 자유의 일부는 놓아줌으로써 얻은 것이다.”

어릴 때부터 여름을 보냈던 케이프 코드의 오두막에서 생선가게 점원과 조개잡이로 생활하던 그녀는 한 무리의 발톱조개를 보면서 ‘장자’의 깨달음을 얻는다.

“사람은 홀로 일 때 발전하고 환멸을 느낀 뒤에야 진리에 이를 수 있는 거랍니다”

때로 힘이 들 때면 아흔이 넘은 친구인 조안 에릭슨은 홀로 자신 속으로 침잠하면서 상처를 딛고 일어서야 한다고 조언해 준다.

조안 앤더슨은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잃어버렸던 자아를 서서히 회복하고, 조개처럼 서로 엉켜있던 가족과도 진정한 화해를 한다.

“나는 참으로 단순하고 소박한 삶만이 그리고 긴 외로움 속에서 자신과 대화하는 일만이 ‘의미로움’을 깨닫는다.”

방송작가 노희경은 바쁜 현대인들이야말로 자기 내면을 바라보는 ‘고독의 대면’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스스로 외로운 사람만이 더 큰 세상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나이 오십에 길을 나서면 ‘굿바이 솔로’ 할 수 있는 길이 분명 있어 보인다.

[북데일리 문수인 기자] beihanshan@yahoo.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